모바일 OS 공개하며 일제히 포문

이런 일도 있군요. 모바일 운영체제(OS) 3사가 같은 달 같은 도시에서 차세대 OS에 관한 행사를 엽니다. 애플은 6월 11일 WWDC라는 개발자 콘퍼런스를 열고 아이폰 신제품에 탑재할 iOS6를 공개했습니다. 6월 27일엔 구글이 개발자 콘퍼런스(I/O)를 열고 차세대 OS 안드로이드5를 발표할 것이라고 합니다. 두 행사는 모두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열립니다.

이런 상황에서 뜬금없이 마이크로소프트가 끼어들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6월 20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윈도폰 서밋’을 엽니다. 윈도폰은 마이크로소프트가 2년 전 윈도모바일을 버리고 새로 내놓았던 모바일 OS죠. 마이크로소프트는 6월 20일 행사에서 무엇을 발표할지 일절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시중에는 차세대 모바일 OS 윈도폰8을 내놓을 것 같다는 얘기가 많습니다.
[광파리의 IT 이야기] 애플·구글·마이크로소프트의 ‘6월 모바일 삼국지’
애플이 iOS5를 공개한 상황에서 구글이 소문대로 안드로이드5를 내놓고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폰8을 내놓는다면 극히 드문 일이 성사됩니다. 소문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다라도 애플·구글·마이크로소프트가 같은 달 같은 도시에서 모바일 OS 관련 행사를 연다는 것만으로도 눈길을 끕니다. 모바일 시장이 그만큼 급박하게 돌아가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죠.

실제로 상황이 흥미진진합니다. 애플은 태블릿 시장에서 아이패드로 입지를 탄탄하게 굳혔지만 스마트폰에서는 쫓기는 처지입니다. 유사 제품이나 만드는 것 같던 삼성이 갤럭시폰으로 바짝 쫓아오고 있습니다. 올가을 iOS6 론칭을 계기로 삼성의 추격을 따돌려야 하는 상황입니다. 삼성은 그때까지 신제품 갤럭시 S3로 애플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삼성도 다급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삼성은 2010년 4월 애플이 아이패드를 발매하자 5개월 후에 갤럭시탭을 내놓고 추격을 시작했죠. 그러나 애플은 아직도 시야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태블릿 시장은 ‘애플 독무대’입니다. 삼성이 2인자라고 하지만 점유율이 한 자릿수에 불과합니다. 구글이 ‘젤리빈’으로 알려진 안드로이드5를 내놓으면 새로운 무기가 될 수 있겠죠.

애플이나 구글 또는 삼성이나 모두 새로운 모바일 OS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애플은 폰 시장에서 추격을 뿌리쳐야 하고 구글은 새 OS로 ‘안드로이드 전열’을 정비해야 하고 삼성은 태블릿 시장에서 추격 발판을 마련해야 하고…. 판이 이렇게 돌아가선 안 되는 기업이 둘 있죠. 윈도폰 OS를 만드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윈도폰에 올인한 노키아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PC 시절엔 ‘윈도’로 세계 PC 시장을 주름잡았습니다. 지금도 그 여력으로 버티고 있죠. 그러나 지금은 모바일 시대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모바일 OS를 내놓지 못하면 언젠가는 밀려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1차대전’에선 패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10년 10월 윈도폰7을 내놓았습니다. 애플이 아이폰을 내놓은 지 3년이 지난 뒤에야 추격에 나선 겁니다. 너무 늦었죠. 그로부터 1년 반이 지난 지금까지 윈도폰은 바닥에서 헤매고 있습니다. 우군은 흩어졌고 이빨 빠진 호랑이 노키아가 들어와 윈도 진영을 지키고 있습니다. 바로 이 시점에 윈도폰8을 내놓고 재기를 노리는 것입니다.

‘아폴로’라고 알려진 윈도폰8은 마이크로소프트로서는 마지막 승부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마저 실패하면 모바일 OS에 관한 한 희망이 없습니다. 자체 OS 심비안을 버리고 윈도폰에 올인한 노키아로선 윈도폰8에 미래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애플과 구글 콘퍼런스 중간에 비집고 들어간 것은 이런 절박한 사정 때문인 것 같습니다.

김광현 한국경제 IT 전문기자 khkim@hankyung.com
블로그 '광파리의 글로벌 IT 이야기' 운영자 @kwang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