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분석-화학


2010년, 2011년은 ‘차·화·정’이란 용어가 주식시장의 대세를 이뤘다. 대형 자문사 출현의 촉매제 역할도 톡톡히 했다. 자동(차), (화)학, (정)유 업종 글자를 축약한 업종을 묶어 주식시장에 회자됐던 산업·테마 분류의 유행 단어였다. 하지만 2011년 1분기 이후 화학 업종은 하락 조정을 이어가고 있다. 경기 부진 여파에 따른 화학 업종 이익 감소세가 뚜렷한 상태다.

경기 관련주의 특성은 경기변동에 따라 이익 변동이 크다. 화학 산업은 경기 관련주의 특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자동차, 건축자재, 전기전자 제품, 가구, 의류 등 의식주 대부분의 생활 제품 생산 원·부자재에는 화학제품이 사용된다. 석유에서 추출되는 화학제품은 유가의 원천적인 수요 기반과 생산 과정에서의 원재료와 반제품, 완제품 과정에서의 수요와 공급 간의 차별적인 수급에 따른 가격차(spread)에 의해 생산 이윤이 결정되기도 한다.

경기 변동성이 안정적일 때에는 제품 간 스프레드(이윤·마진)에 따라 화학 업체별 차별화가 이뤄진다. 2010~2011년 한국 주식시장에서 가장 많이 상승했던 종목은 금호석유화학이었다. 금호석유화학은 자동차 타이어용 합성고무를 생산하며 전 세계 시장점유율 10%. 1위 선두 기업이다. 자동차 산업의 성장에 따른 타이어 수요 증가와 합성고무 생산을 위한 천연고무 가격의 급등 등에 따른 제품 가격 인상과 완전 가동률 수준에 이르게 됨에 따라 이익 증가 폭이 시장의 예상치를 급격히 웃돌면서 주가는 이익 실현 가시성과 시장 지위의 우위에 따라 여타 화학 업체 상승률을 월등히 뛰어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화학 산업은 개별 기업별, 제품 구성별 차별성으로 일반 투자자들의 입장에서는 전문적인 어려움이 뒤따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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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 업종은 모든 산업 ‘근간’

화학 산업은 일반 투자자들의 입장에서는 매우 어려운 산업임에 틀림없다. 그렇지만 석유화학 산업을 꼼꼼히 보면 우리 주변 환경의 모든 제품에 화학제품이 필요하지 않은 제품이 없을 정도로 주요한 산업이다. 이는 화학 산업이 기간 산업의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한국도 1970~1980년대에 대규모 석유화학 산업 단지를 조성하고 국가 기간 발전 산업으로 발전시키는 전략을 국가 차원에서 주도했다. 이후 석유화학 산업은 수출 주도로 성장하면서 기술 기반과 규모의 경제를 통한 선두 기업들이 생성하게 됐다. 최근에는 해외 석유화학 기업을 인수·합병(M&A)해 글로벌화 전략도 추진하고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국도 같은 형태의 국가 발전 전략을 위한 석유화학 단지의 조성 및 대규모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 선두 기업들과의 생산성, 기술력의 차이는 있지만 아직까지 범용 석유화학 제품이 수출되고 있다. 수요 측면에서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한국 화학 업체들에 대한 중요한 척도다. 중국 경기 전망, 중국 성장 정책 변화 등에 따라 한국 화학 업체들의 수익구조의 의존적인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중국 정부의 금리 정책 변화 등에 투자자들의 기대 심리가 변화되기도 한다. 중국 정부의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살펴보는 것은 후속적인 이슈이며 예측하기도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래서 화학 산업은 이를 미리 넘겨짚고 대응하지 않는 투자 행위가 필요하다.

최근 중국 정부는 대출금리를 인하한다고 밝혔다. 애널리스트들의 보고서는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 의지가 밝혀졌기 때문에 화학 업종의 최근 주가 조정기는 매수, 혹은 저점에서 투자 전략을 권고하고 있다. 2001년 이후 중국 대출금리와 한국 화학업종지수의 비교 차트에서 살펴보면 중국 대출금리가 인하되는 시기에는 경기 부진의 영향으로 화학업종지수는 하락 국면에 있었다. 오히려 경기 호황에 대한 경기 억제 정책적인 대출금리가 인상되는 시기에 화학업종지수는 동행적으로 상승하는 국면이었다. 중국의 영향력이 큰 한국 화학 산업에 대한 투자에서 참조할 만한 지표다.

또 한 가지 화학 산업의 주요한 특성이 있다. 화학 산업은 경기 관련주이면서 장치산업이다. 수요와 공급이 불일치할 때 레버리지 효과가 큰 장치산업이다. 수요가 급증하는 시기에 공급량을 증가시킬 수 있는 방법은 가동률 증가가 유일한 상황이다. 설비 증설을 위한 생산능력 증대는 1~3년의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일시적인 공급 부족 상황에서는 ▷가격 상승 ▷마진 증가(스프레드 확대) ▷가동률 상승에 따른 고정비 절감 등 주요 이익 개선 요인이 동시적으로 발생된다. 반대로 수요가 위축되는 국면에서는 ▷가격 하락 ▷마진 축소 ▷가동률 하락에 따른 고정비 부담 증가가 동시적으로 발생해 이익 축소가 급격하게 이뤄지는 경향이 있다. 경기 관련주이면서 장치산업적인 측면이 강한 화학 업종의 이익 변동성이 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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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하락 추세 진행 중

이익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경기 상승 국면에서는 이익 증가 기대감이 증가하면서 가치 승수를 높게 부여하는 특징이 있다. 독점적이거나 시장지배적인 우위를 보유한다면 주가수익률(PER) 등 가치 지표에 성장성을 더 많이 부여한다. 하지만 반대로 경기 후퇴기에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익 축소 폭이 증폭된다는 것을 감안해 이익 승수를 시장 대비 더 낮은 수준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익 축소기에는 이익의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현재의 가치 평가에 할인율이 적용된다.

현재의 경기 전망에 대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석유화학 업종에 대한 평가를 가질 필요가 있다. 필자가 생각하는 경기의 현시점은 확장 국면보다 위축 국면이 진행 중이다. 투자자들은 석유화학 업종에 대한 가치 평가 기준을 정할 필요성이 있다. 과거 경기 호황 국면과 불황 국면을 합친 평균치를 사용하기에는 위험 요인이 더 내포될 수 있다. 과거 10년간 주요 석유화학 업체들의 PER 평균 9배 전후였지만 최저 5배~최고 12배의 평균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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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 기업들의 이익 규모는 레벨업되는 구조적인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경기 변동성에 따른 이익의 변동성이 높은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가치 평가에서 경기 상승 국면과 침체 국면에서의 가치 평가에 일정 부문 할인율이 필요하다. 이익의 가시성이 낮고 이익 변동 폭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금은 경기 회복을 자신하기 어렵고 이익의 가시성이 높지 않은 상태로 판단된다.


경기 변동성과 산업의 변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투자자가 아니라면 이익 변동성이 큰 업종에 대한 투자에는 조심스럽게 접근하기를 권한다. 가치 투자자들은 이익 변동성, 이익 가시성에 대한 신뢰감이 낮기 때문에 이익 안정성이 높은 기업에 대한 프리미엄을 부여한다. 이 같은 기업들은 한국에도 있다.


민후식 파인투자자문 대표 hoosik_min@pineinve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