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稅制)에는 그 정권의 철학이 담겨 있게 마련이다. 정권이 추구하는 경제정책에 맞춰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강력한 행정 수단이 세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선을 치른 뒤 새로 들어서는 정권들은 세제 개편안을 내놓는다. 과거 참여정부가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했던 것과 이번 MB 정부가 법인세와 소득세 인하 등을 내놓은 것이 대표적인 예다.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매년 세법을 개정한다. 세제 당국인 기획재정부는 올해 세법 개정 작업에 속도를 내면서 다음 달 윤곽을 보일 전망이다. 올해 세법 개정은 대선과 맞물려 더욱 주목받고 있다. 올해 세법 개정안에서 특히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는 사안은 파생상품 거래세 부과 여부다. 재정부와 정치권이 파생상품 거래세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일차적으로 0.3%의 거래세를 부과하고 있는 일반 주식 거래와의 과세 형평성 때문이다.
종합부동산세 납부가 15일로 다가온 가운데 강남세무서 등 서울 각세무서는 9,10일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납세자들의 편의를 위해 종부세 수납을 하였다. 
/김병언 기자 misaeon@
종합부동산세 납부가 15일로 다가온 가운데 강남세무서 등 서울 각세무서는 9,10일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납세자들의 편의를 위해 종부세 수납을 하였다. /김병언 기자 misaeon@
파생상품 거래세 부과 여부 관심

여기에 ▷파생상품을 이용한 조세 회피 방지 ▷새로운 세원 확보 ▷국내 파생상품 거래 시장 과열 양상 완화 등도 세금을 부과해야 하는 이유로 꼽는다. 하지만 금융위원회와 증권업계는 파생상품에 대한 거래세 도입이 시장을 위축하고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있는 부산 지역 국회의원들도 마찬가지다.

재정부와 금융위의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여당 내에서도 지역별로 이견이 나오고 있는 만큼 19대 국회에서도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정부가 파생상품 거래세 부과를 밀어붙이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세원 발굴보다 한국 파생상품 시장의 투기적 거래가 심하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우리나라 파생상품 거래는 지난해 전 세계 증권거래소별 거래량에서 1위를 기록했다. 전체 계약 건수는 39억1900만 건으로 전 세계 거래량의 26.9%를 차지했다. 2위 유럽파생상품거래소(14억400만 건, 9.9%)와도 큰 격차를 유지했다. 지난 4월 총선 당시 새누리당은 거래세를 0.001%, 민주통합당은 새누리당보다 높은 0.01%의 세율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안을 적용하면 연간 세수는 1600억 원, 민주당 안은 그 10배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종교인 과세도 이슈다. 박재완 재정부 장관이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며 여러 차례 강조했다. 2006년 종교인 과세를 추진했을 때와 비교하면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고 종교 단체도 긍정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성직자 대부분은 면세점 이하의 돈을 받고 있는 데다 공제 제도를 적절히 활용하면 과세를 한다고 하더라도 세금을 내는 성직자는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종합소득세 과세표준을 조정하는 것도 숙제다. 과표 최고 구간 3억 원과 기존 최고 구간인 8800만 원과의 틈새를 어떻게 줄일지 해결해야 한다. 지난해까지 1200만 원 이하부터 8800만 원 이하까지 4단계로 나눠 소득세를 부과해 왔다. 하지만 국회에서 지난해 3억 원 이상 소득에 대해 38% 세율을 적용하면서 손질이 불가피해졌다.

장기주택마련저축(이하 장마저축)에 대한 이자소득세 비과세 혜택이 내년부터 폐지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장마저축은 만 18세 이상 직장인이면서 무주택자 또는 전용면적 85㎡ 이하 1주택을 소유한 가구주가 가입 대상이다. 장마저축은 한 해 최고 300만 원까지 저축한 돈을 소득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해 주는 소득공제 혜택이 있었다. 그러나 정부는 2010년 이후 가입자부터 이런 혜택을 없앴다. 대신 2010년 전에 이미 상품에 가입한 사람들에게는 올해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소득공제 혜택을 인정하는 예외 규정을 뒀다. 이 같은 예외 규정을 내년으로 연장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박신영 한국경제 경제부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