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구글.’ 미국 정보기술(IT) 애널리스트이자 구글 비판자로 유명한 스코트 클리랜드가 쓴 책의 제목이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검색엔진 업체로 유명한 구글이 ‘두 얼굴’이라는 다소 모멸적인 비판을 받고 있는 까닭은 뭘까.

구글은 인터넷 검색 시장의 최강자다. 전 세계 검색 시장의 80%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매일 10억 건 이상의 검색이 구글을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고 단순한 검색엔진 업체로 보면 곤란하다. 과감한 인수·합병(M&A)을 통해 세계 IT 업계의 공룡으로 급부상했다. 구글은 2010년부터 지속적으로 M&A를 추진해 왔다. 2010년부터 지금까지 최소 140개 업체를 인수하는데 약 160억 달러를 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인수가 마무리된 휴대전화 단말기 기업인 모토로라모빌리티의 인수가는 125억 달러로 사상 최대 인수 금액을 기록했다.
A Google employee uses Bloxes, interlocking cardboard building blocks, to form a geometric shape in his work space at Chicago Google headquarters, in Chicago, Tuesday, March 20, 2012. Republican presidential candidate, former Massachusetts Gov. Mitt Romney, toured the offices Tuesday and participated in live-streaming discussion during the visit. (AP Photo/Steven Senne)
A Google employee uses Bloxes, interlocking cardboard building blocks, to form a geometric shape in his work space at Chicago Google headquarters, in Chicago, Tuesday, March 20, 2012. Republican presidential candidate, former Massachusetts Gov. Mitt Romney, toured the offices Tuesday and participated in live-streaming discussion during the visit. (AP Photo/Steven Senne)
EU·미국 공정거래 당국 강도 높은 조사

스코트 클리랜드는 자신의 저서에서 ‘구글은 양의 탈을 쓴 포식자’라고 비판한다. “무해하고 순박한 양처럼 행동하지만 사실은 ‘양의 탈을 쓴 난폭한 포식자’라는 것이다. 이는 클리랜드만의 주장이 아니다. 구글은 어느새 세계 IT 기업들로부터 지탄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비판의 요지는 반독점법 위반과 개인 정보 침해 혐의 등이다. 실제로 검색 시장에서의 우월한 시장 지배적 위치를 남용한 불공정 혐의로 한국을 비롯해 유럽연합(EU)과 미국의 공정거래 감독 당국으로부터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있다.
[비즈포커스] 지탄받는 구글 왜? 독점·정보 침해 논란…‘ 포식자’ 비판
구글의 반독점 위반 혐의에 대한 조사가 가장 강력하게 이뤄지고 있는 곳은 유럽연합(EU)이다. EU의 공정거래위원회 격인 EU 집행위원회(EC)는 지난 5월 구글에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불공정 거래 혐의가 인정된다’며 자구책을 가져오면 협상할 수 있다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일반적으로 EC가 반독점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기업에자구책 마련을 요구하면, 이는 이미 내부적으로 반독점법 위반 혐의를 확정한 후 법적인 절차를 밟기 전 마지막 기회를 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이 즉각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힘에 따라 가디언 등 유럽 언론은 이번 사태가 8년 전 마이크로소프트(MS)에 독점금지법 위반 혐의로 거액의 벌금을 부과한 이후 최대의 글로벌 반독점 전쟁으로 비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도 구글이 최종적으로 반독점법 위반 판정을 받으면 전체 매출액의 10%인 38억 달러(약 4조4200억 원)까지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독점법 위반 혐의 외에도 구글의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주고 있는 사안은 개인 정보 침해 우려다. 최근 스트리트 뷰를 통한 개인 정보 수집과 관련해 거짓말이 들통 나면서 구글에 대한 신뢰도는 땅에 떨어졌다. 암호화되지 않은 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전송되는 데이터를 구글이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구글은 그동안 “몰랐다”거나 “실수였다”며 책임을 회피해 왔다.

하지만 지난 5월 중순 미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스트리트 뷰 관련 중간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구글의 거짓말이 탄로 났다. 보고서에는 캘리포니아 팔로알토에 거주하고 있는 스트리트 뷰 관련 엔지니어가 무단으로 개인 정보가 수집된 사실을 상급자에게 보고하는 등 구글이 사전에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FCC는 구글에 대해 조사 방해 혐의로 2만5000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독일·영국·프랑스 등의 정보 당국이 스트리트 뷰의 불법 개인 정보 수집 관련 재조사에 착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개정된 구글의 개인 정보 통합 정책 역시 개인 정보 침해 우려를 낳고 있다. EU의 개인 정보 보호 감독 기관들을 대표하는 프랑스 컴퓨터 사용 및 자유위원회(CNIL)는 지난 2월 말 구글의 래리 페이지 최고경영자(CEO)에게 60개 문항으로 된 개인 정보 보호 관련 질의서를 보내는 한편 벌금 부과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를 비롯해 방송통신위원회와 검찰 등 관련 당국이 구글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거나 검토 중이다. 그런 가운데 구글이 지난 5월 국내에서 출시한 구글플러스 모바일 앱은 또 다른 공정 경쟁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구글플러스는 원하는 사람에게만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서클’과 10명이 동시에 화상 채팅을 나눌 수 있는 ‘행아웃’, 이를 전 세계로 중계할 수 있는 ‘행아웃온에어’ 등의 기능이 담겨진 구글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다. 문제는 구글플러스 모바일 앱에 기존 SNS 기능에 더해 구글의 검색·메일·지도·영상 등 120개 이상의 기능이 연동돼 제공된다는 점이다. 모바일 검색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한 끼워 팔기 전략이 아니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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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작년 9월 구글코리아 압수 수색

업계에서는 싹트고 있는 모바일 검색 시장에서 구글이 경쟁사들을 가로막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네이버와 다음은 구글이 자신의 검색엔진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기본 검색엔진으로 만들고 다른 검색엔진이 사전 탑재하지 못하도록 만들어 사용자들이 다른 검색엔진으로 변경하기가 어렵다고 토로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4월 NHN과 다음 등 국내 포털 사이트가 구글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한 이유도 결국국내 모바일 OS 분야의 절반 이상을 점하고 있는 안드로이드폰에 구글의 검색엔진이 디폴트로 책정돼 있기 때문”이라며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모바일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 구글에 대해 어떠한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 구글코리아에 대한 현장 조사까지 실시했지만 아직까지 조사 결과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공정위가 발표를 미루는 것은 구글이 거대 IT 기업인데다 EU와 미국은 물론 인도와 아르헨티나에서도 구글에 대한 반독점법 위반 조사가 이뤄지고 있어 공정위의 조사 결과 발표가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부담감에 따른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그러나 조사 결과 발표가 해를 넘기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통상적으로 재벌 기업 또는 외국계 기업에 대한 공정위 발표가 조사 시작 1년 또는 2년 뒤에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의 반독점법 위반 혐의를 조사 중인 다른 국가 공정거래 감독 당국의 발표가 임박했다는 것도 공정위의 발표를 앞당길 수 있는 요인 중 하나다. 로이터 등 외신은 지난 3월 말 유럽연합집행위원회가 4월 부활절 기간 뒤에 구글의 반독점법 위반 혐의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공정위는 구글에 대한 조사 발표 시점에 대해 여전히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구글의 모토는 ‘사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는 것이다. ‘세상의 정보를 체계화해 보편적으로 접근 가능하고 유용하게 만들겠다’는 구글이 ‘양의 탈을 쓴 포식자’가 아닌 ‘선한 기업’으로 시장에서 재평가 받을 수 있을까.


권오준 기자 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