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자들이 뱀파이어(흡혈귀)의 유골을 발견했다(?). 독일 주간 슈피겔은 최근 “불가리아 고고학자들이 흑해 연안 도시 소조폴에서 가슴에 쇠말뚝이 박힌 채 사망한 해골 두 구를 발굴했다”며 “약 800년 전 유해를 통해 중세 유럽에 퍼져 있던 흡혈귀 관련 문화가 증명됐다”고 보도했다.

보지다르 디미트로프 불가리아 국립역사박물관장은 “말뚝이 박힌 해골 두 구는 과거 이 마을에서 뱀파이어 제거 관련 풍습이 흔하게 진행됐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들 ‘뱀파이어 시체’들은 소조폴에 있는 스비티니콜라이 그리스 정교회 건물 바로 뒤에서 발견됐다.

과거 이 지역에선 죽은 자가 안장되기 전에 쇠나 나무 말뚝을 심장에 박지 않으면 뱀파이어로 되살아난다고 믿어 피해를 막기 위해 이 같은 행동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디미트로프 관장은 “지난 수년간 불가리아 일대에서 뱀파이어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말뚝에 박힌 시체가 100여 구나 발굴됐다”고 덧붙였다.
An undated handout photo from the University of Florence shows the remains of a female "vampire" from 16th-century Venice. Italian researchers believe they have found the remains of a female "vampire" from 16th-century Venice, buried with a brick in her mouth to prevent her feasting on plague victims. Matteo Borrini, a forensic anthropologist from the University of Florence, said the discovery was the first confirmation of a Medieval belief that vampires were behind the spread of epidemics, such as the Black Death. REUTERS/Handout (ITALY SOCIETY SCI TECH) QUALITY FROM SOURCE. FOR EDITORIAL USE ONLY. NOT FOR SALE FOR MARKETING OR ADVERTISING CAMPAIGNS. QUALITY FROM SOURCE
An undated handout photo from the University of Florence shows the remains of a female "vampire" from 16th-century Venice. Italian researchers believe they have found the remains of a female "vampire" from 16th-century Venice, buried with a brick in her mouth to prevent her feasting on plague victims. Matteo Borrini, a forensic anthropologist from the University of Florence, said the discovery was the first confirmation of a Medieval belief that vampires were behind the spread of epidemics, such as the Black Death. REUTERS/Handout (ITALY SOCIETY SCI TECH) QUALITY FROM SOURCE. FOR EDITORIAL USE ONLY. NOT FOR SALE FOR MARKETING OR ADVERTISING CAMPAIGNS. QUALITY FROM SOURCE
이처럼 뱀파이어로 부활할 것을 두려워해 말뚝이 박힌 사람들 중엔 종종 귀족이나 성직자도 포함됐다고…. 다만 말뚝이 박힌 시체에 여성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디미트로프 관장은 “사람들이 (주로 여성인)마녀는 두려워하지 않은 모양”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뱀파이어 전설과 관련된 유적·유물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소조폴 지역은 뱀파이어 관광 명소가 되고 있다. 소조폴 내 또 다른 교회인 스베티게오르기에선 2년 전 인근 지역에서 발견된 뱀파이어 관련 종교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 불가리아 국립역사박물관 연구팀은 “일반적인 고고학 발견이 일반인들에게 인기를 끄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아마 ‘뱀파이어’라는 단어가 주는 신비함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이 같은 뱀파이어 관련 풍습은 유럽 전역에서 발견되고 있다. 지난 5월 이탈리아 연구팀은 베네치아 인근 라제레토누오보 섬에서 입에 벽돌이 박힌 채 죽은 유골을 발굴해 내기도 했다. 이 섬은 1576년 전염병이 돌아 마을 사람들이 대부분 사망한 뒤 격리됐던 장소로 알려졌다. 마테오 보리니 이탈리아 피렌체대 교수는 “이 발견은 일부 중세인들이 뱀파이어를 흑사병과 같은 전염병 확산의 배후라고 생각했다는 미신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유럽에서 뱀파이어와 관련된 믿음의 기원은 석기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게 슈피겔의 설명이다. 고고학자 아나스타샤 찰리키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흡혈귀 관련 유적은 지중해 섬나라 키프로스에서 찾아볼 수 있다”며 “9000년 전 무덤에서 죽음 사람이 되살아나 해코지를 하지 못하도록 머리와 가슴을 돌로 눌러 놓았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Vampire' skeleton found in Venice on 06 March 2009. The remains of a 'vampire' have been found in a grave in Venice lagoon, an Italian forensic anthropologist has claimed. Matteo Borrini of Florence University said he and his team discovered the skeleton of a woman dating to the Middle Ages whose skull had been impaled through the mouth with a brick - a traditional method of ensuring undead bloodsuckers could no longer feed. EPA/U.S. / HANDOUT EDITORIAL USE ONLY +++(c) dpa - Bildfunk+++
+'Vampire' skeleton found in Venice on 06 March 2009. The remains of a 'vampire' have been found in a grave in Venice lagoon, an Italian forensic anthropologist has claimed. Matteo Borrini of Florence University said he and his team discovered the skeleton of a woman dating to the Middle Ages whose skull had been impaled through the mouth with a brick - a traditional method of ensuring undead bloodsuckers could no longer feed. EPA/U.S. / HANDOUT EDITORIAL USE ONLY +++(c) dpa - Bildfunk+++
중세 서구 민담에 등장하는 흡혈귀는 일반적으로 “희생자의 가슴팍을 물어뜯는 사납고 난폭한 털북숭이 사내”로 묘사됐다. 그러다 19세기 초 영국의 문인 바이런이 쓴 것으로 잘못 알려진 흡혈귀 관련 서적이 유럽 사회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1897년 아일랜드 소설가 브램 스토커가 소설 ‘드라큘라’를 출간하면서 뱀파이어는 일종의 대중문화가 돼버렸다.

이후 드라큘라 등 뱀파이어 전설은 수많은 영화와 소설의 대상이 되면서 확대재생산됐다. 특히 강력한 성적 상징을 지닌 흡혈귀 이미지가 드라큘라 스토리 확산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흡혈귀가 저항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유혹과 섹슈얼리티의 소유자”라는 인식이 일반화된 것. 최근 들어선 미국 사회를 중심으로 ‘살아 움직이는 시체’를 뜻하는 ‘좀비’가 주요 영화의 소재가 되고 있다. 경제 불황에 따른 미국 사회의 불안 정서와 바이오 테러에 대한 공포 등이 인기의 원인으로 꼽힌다.



김동욱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