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마트·웅진코웨이·전자랜드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인 가운데, 이를 둘러싼 유통업계의 치열한 눈치 싸움이 가열되고 있다. 내가 못 먹는 떡이라고 해도 남이 헐값에 사는 것은 막아야 하다 보니 견제가 만만치 않은 것이다.

기업 인수·합병(M&A)에는 반드시 매물을 인수하기 위해 입찰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다. 입찰에 참여하면 예비 실사를 통해 장래의 경쟁자가 될지도 모를 기업의 속내를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매각하는 쪽에서는 가격을 높이기 위해 보유 자산이나 개발 중인 기술을 가능한 한 공개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단순히 입찰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경쟁사가 매물로 나온 기업을 헐값에 인수하는 것을 견제할 수도 있다.
유통업계 ‘3대 매물’ 놓고 치열한 눈치 싸움… 못 먹는 떡, 남에게 주긴 싫고
‘하이마트’ 결과에 따라 유통업계 순위 바뀌어

6월 20일 본입찰을 앞둔 하이마트에는 주요 인수 후보로 롯데쇼핑·이마트·SK네트웍스·MBK·칼라일 등이 나서고 있다. 하이마트는 알려진 대로 국내 최대 가전 유통 업체로 매년 흑자가 나는 건실한 업체다. 매각가도 1조5000억 원대(지분 65.25%)에 달한다. 롯데쇼핑이나 이마트가 인수한다면 삼성전자나 LG전자도 무시하지 못할 유통 파워를 갖게 된다. 이마트나 롯데쇼핑 그 어느 곳이든 상대편이 하이마트를 인수한다면 팽팽하던 경쟁 구도의 무게 추가 쏠리게 되는 상황이다.

반드시 인수하겠다고 달려들면 예상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을 써내야만 가능한데, 이때 과도한 재무적 압박으로 ‘승자의 저주’에 빠져들 수 있다. 이마트나 롯데마트 입장에서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그 어느 쪽도 인수하지 않는 것이다. 롯데그룹은 인수 대상이 아무리 매력적이더라도 결코 높은 금액으로 무리하게 인수하지 않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2005년 진로 입찰에 참여해 인수에는 실패했지만 3년 뒤인 2008년 불황기에 두산으로부터 주류 사업(‘처음처럼’ 소주)을 인수한 것이 좋은 예다.

다크호스로 나선 SK네트웍스도 변수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상호 견제의 의미가 크지만 SK네트웍스로서는 인수해야 하는 이유가 절박하다. 정유와 이동통신 등이 주력인 SK그룹은 내수 산업과 성장 정체라는 2중고를 벗어나기 위해 하이닉스를 인수한 바 있다. 체질 개선을 위해 유통업을 사업 포트폴리오에 추가할 이유가 충분하다. 하이마트를 인수하면 단말기를 공급하는 삼성전자·LG전자와의 협상력도 높아지게 된다. 단기간 수익을 내야 하는 MBK나 칼라일은 1분기 하이마트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자 베팅을 망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웅진코웨이에는 롯데쇼핑·GS리테일·SK네트웍스·MBK·캉자(중국 기업) 등이 인수 후보로 꼽힌다. 웅진코웨이는 방문판매로 쌓은 네트워크가 매력이다. 최근 이마트가 가전 렌털 사업을 확대한 것을 보면 유통 업체들이 욕심을 낼만하다. 롯데쇼핑이 인수하게 되면 단숨에 이마트의 렌털 사업을 뛰어넘을 수 있고 GS리테일과 SK네트웍스는 새로운 사업 기회를 가질 수 있다. MBK는 하이마트보다 웅진코웨이에 더 매력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6월 말 이후 본계약을 앞둔 전자랜드는 이마트가 우선협상대상자이지만 하이마트 인수 여부에 따라 계약을 하지 않을 수도 있는 선택권을 갖고 있다. 상대편도 이 카드를 두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결국 물고 물리는 M&A 승부수는 6월이 지나야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