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이 대화의 덫이 된다?

김 부장은 이 대리가 신 나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말하는 과정에 이렇게 말을 자르는 중이다.

“그 발상 자체가 문제야. 이 사람아. 우린들 그걸 안 해봤겠어? 그 얘긴 됐고. 자 다음!”

이 대리는 뭔가 더 말하고 싶은데 김 부장의 단호한 결정에 그만 주눅이 들고 만다.

우리가 지금 고민하는 분야에 대해 너무나 많은 경험과 지식을 가진 리더는 말 한마디만 듣고도 그 아이디어가 영양가가 있는지 없는지 단번에 알고 있다. 그래서 그의 결정은 실수를 줄이고 비용을 줄이는 지혜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과연 정말 그럴까. 부하는 우리가 보기에 아직 실무를 잘 모르고 또한 현장에 어울리지 않는 몽상가 같은 일을 계획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런 점 때문에 고정관념 없이 장애물을 극복할 수도 있는데 때로는 리더의 경험에서 나온 단호함이 이것을 막는 건 아닐까 고민해 보자.

자신의 분야에서 10년 이상의 노하우를 쌓으면서 그야말로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은 우리의 리더들은 오늘 아침에도 부하의 말을 들어보지도 않고 싹둑 자르는 중이다. 왜냐하면 그들의 안목에서 이 일은 들어보나마나고 해보나마나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무턱대고 자료를 다 모으면 어떡해. 올바른 정보가 아니면 오히려 독이 되는 거야. 공식적인 자료만 정리하라고.” 예리한 판단으로 사고를 방지하는 당신이지만 부하는 오히려 많은 정보 속에서 구태의연한 것이 아닌 고객의 흥미를 유발할 단서를 발견할지도 모른다. 시작도 하기 전에 윽박지르기보다 다음과 같이 말하면 어떨까.

“김 대리, 자료가 많으면 좋은데 잘못된 자료를 준비하면 고객의 신뢰감을 잃을 수 있어. 이때를 대비해 정보를 어떻게 거르면 좋을까”라고 물어라. 그러면 당신의 선견지명도 보여주면서 부하의 의욕을 꺾지 않아도 된다.
Despair
Despair
“이 사람아, 그 이벤트를 하면 호응은 좋겠지만 비용이 너무 많이 들잖아. 과연 총무팀에서 승인을 내 줄 것 같나?” 생각 없이 일한다고 부하를 타박하기보다 이렇게 말하라. “이 아이디어는 상당히 좋은데 문제는 비용이야. 만약 다른 부분에서 절감할 수 있는 항목이 있다면 가능하지. 그 부분을 한 번 찾아봐. 만약 그렇지 않아도 꼭 필요한 이벤트라면 어떻게 회계팀을 설득할지 그 부분도 함께 검토해 보게”라고 피드백을 주어라. 불가능보다 가능 측면에서 피드백을 해야 일하는 부하도 신이 난다.

당신이 그동안 쌓은 많은 업무상의 노하우는 부하의 일하는 상태에 대해 점수를 매기거나 합격, 불합격을 판단하는 잣대가 아니다. 다만 부하가 추진하는 일에서 발생할 여러 가지 문제들을 미리 조언함으로써 부하의 아이디어를 보다 완벽하게 완성해 줘야 하는 것이 리더의 몫이다.

리더를 만나 부하는 깨지고 망가지는 것이 아니라 성숙해지고 완벽해지는 행복을 누려야 한다. 만약 부하가 전혀 고민하지도 않은 성의 없는 아이디어를 들고 와서 보고한다면 아마 당신은 이런 생각이 들 것이다. “이걸 제안서라고 들고 왔나. 밥값은 해야 할 것 아닌가”라고 왕창 깨고 싶기도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말하라. “나는 김 대리가 더 좋은 의견을 낼 수 있는 인재라고 생각하네. 도움 받고 싶은 사항이 있다면 말해 보게”라고 인내심을 발휘하라. 왜냐하면 그는 하노라고 한 것이다.

리더가 자신의 풍부한 역량과 경험에 대해 오만과 편견을 갖지 않으려면 부하의 잠재력에 대해 기대해야 한다. 부하 직원이 리더의 복사본인 양 그동안 해왔던 일들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당신이 쌓은 지혜는 부하를 리더의 상자 안에 가두지 말고 당신과 부하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오늘 당신의 호기심 어린 그리고 긍정적인 인 피드백들이 부하의 아이디어에 날개를 달게 하라.
[리더의 스피치] 부하의 잠재력을 깨우는 리더의 지혜
안미헌 한국비즈트레이닝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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