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에 빠진 캄보디아 부동산 시장

2006년부터 시작된 캄보디아 부동산 시장의 고공 행진은 2008년 금융 위기로 2년도 안 돼 꺾였는데, 3~4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한국 기업의 캄보디아 부동산 투자는 전무해 보인다. 게다가 부산저축은행 사태로 좌초하고 있는 캄코시티 프로젝트 등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국내에서는 캄보디아 부동산 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커진 것 같다.

그러나 2006년 이후 캄보디아 부동산 시장의 활성화는 법제도적 측면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우선 캄보디아 정부는 2009년 12월 외국인이 공유건물(집합건물)의 지분 소유권을 취득하는 것을 허용하는 내용의 ‘외국인 공유건물 전유 부분 취득에 관한 법률’을 제정, 공유건물에 한해 건물의 70%까지 외국인이 소유할 수 있게 됐다.

또 캄보디아 정부는 구분 소유권에 대한 개념 및 등기제도를 정비한 ‘공유건물 관리 및 사용에 관한 시행령’을 제정, 공유건물을 각 가구별로 등기할 수 있는 길을 마련했다. 그 결과 외국인을 포함한 부동산 소유자들은 부동산을 담보로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됐고 은행들은 부동산 대출 상품의 취급이 가능해졌다.

이러한 제도 정비는 베트남은 물론 인도차이나의 다른 국가에 비해 상당히 앞선 것이다. 이렇게 제도 정비가 가능했던 주된 요인은 한국 기업들이 콘도미니엄 등 대규모 주택 시장을 주도했던 점에 있다. 당시 한국계 시행사들은 선분양 위주로 콘도미니엄 주택을 분양하는 것을 사업 목표로 삼았고 캄보디아 정부는 내국민의 구매력이 취약해 외국인 위주로 부동산 시장을 형성할 수밖에 없다는 객관적 상황을 수용하고 제도를 정비했던 것이다.

한국 투자자들은 이처럼 캄보디아 부동산 시장의 붐을 일으키고 제도 정비에도 기여했지만 물러나 버렸고 오히려 후발 주자인 일본과 중국 등의 투자자들이 캄보디아 부동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2011년 말 일본의 이온그룹은 프놈펜 주재 러시아 대사관 옆 부지를 한국계 회사로부터 매입하고 캄보디아 최대 쇼핑몰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 화교 자본인 카나디아은행 자회사가 추진 중인 프놈펜 중심에 있는 코픽(다이아몬드) 섬 내 주택 및 상업지구 개발 프로젝트는 매일 그 모습을 바꾸면서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캄보디아] 금융 위기로 좌초…투자 환경은 유리
또한 캄보디아인들이 캄보디아를 넘어 인도차이나 지역의 랜드마크라고 생각하는 바타낙 캐피털 빌딩은 올해 상반기 중 1단계 완공 예정이라고 한다. 지하 4층 지상 38층 규모의 종합 금융 타워인 이 빌딩은 캄보디아 부동산 개발 회사인 바타낙 프로퍼티사가 발주해 한국의 포스코건설이 시공하고 있다.

캄보디아 프놈펜은 필자가 처음 도착한 4년 전에 비해 놀라울 정도로 발전하고 있고 여전히 부동산 시장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캄보디아는 앞서 설명한 부동산 제도의 선진적 정비뿐만 아니라 부동산 시장에 대한 규제가 거의 없어 투자 환경이 양호하다. 부동산 관련 세금도 시가의 4%에 해당하는 등록세와 시가의 0.1% 상당의 부동산 보유세 이외에 양도소득세 등 자본이득세가 없어 세금 측면에서도 투자자에게 유리한 환경이다. 이런 점들에 비춰 볼 때 한국 투자자들에게 캄보디아 부동산 시장은 성급히 포기하기보다 조금은 더 지켜봐야 할 곳이 아닐까 생각된다.



유정훈 법무법인 지평지성 변호사, 캄보디아 사무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