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풍력 고전…장기 전망 ‘ 맑음’
중국이 경기 부양에 나서고 있다. 유럽발 경기 불안이 커지면서 중국의 수출이 한 자릿수로 내려앉고 경기 경착륙 우려가 커지면서 중국 정부는 본격적인 경기 부양책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특이한 것은 경기 부양책 중 상당 부분이 신성장 산업, 그중에서도 환경과 에너지 관련 산업에 집중돼 있다는 것이다. 지난 5월 말에 재정부는 1700억 위안을 투자해 에너지 절약과 배출 감소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중국은 이미 세계 최대 에너지 소비 국가이자 원유 수입 국가다. 그만큼 에너지 수요와 환경 보호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정부로서는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방법이다. 첫째, 만성적인 에너지 부족 해결과 환경보호를 동시에 추진하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래형 산업구조로의 전환을 진행해 나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둘째, 경기 부양을 위한 부양책으로 새로운 산업에 대한 투자 촉진의 방법이다. 현재는 ‘글쎄’, 미래는 ‘기대’
중국의 경제성장은 ‘수출과 투자 그리고 내수 소비라는 삼두마차’가 이끌어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럽과 미국 등의 경기 부진으로 수출이 크게 감소하고 있고 여기에 내수 부양을 위한 임금 상승으로 수출 경쟁력마저 떨어져 중국 경제의 성장률 하락은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결국 투자 촉진은 불가피한 상황이며 만성적인 에너지 부족 국가인 중국으로선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장기적인 친환경 에너지 생산 기반 확보와 단기적인 경기 부양이라는 두 가지 측면이 맞아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현실은 그리 쉽지 않다. 과당경쟁과 글로벌 경기 위축에 따른 수요 변동성으로 대부분 태양광·풍력 업체들이 적자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더욱이 세계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이끌어 왔던 유럽의 주요 국가들이 경제 위기에 빠진 현재의 국면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최악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 역설적으로 2012년이 중국을 비롯한 주요 신·재생에너지 업체들에는 변화의 원년이 될 가능성도 있다.
한때 중국 벤처기업의 대표 주자로 불리며 나스닥에 상장한 최대 태양광 업체인 선텍의 2012년 5월 주가는 2007년 고점 대비 20분의 1에 불과한 5달러 이하로 하락한 상태다. 또 나스닥에 상장한 태양광 기업 중 적자 폭이 가장 큰 회사라는 불명예를 기록했다. 2011년 선텍의 매출액은 8.4% 증가한 31억5000만 달러였지만 순이익은 무려 10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태양광 제품 가격의 하락은 수요 측면에서 보면 경제성이 회복돼 지속적인 태양광발전의 수요 증가세를 가져온다. 반면에 공급 측면에서 보면, 제품 가격의 하락은 구조조정을 촉발하고 경쟁력이 취약하고 규모가 영세한 업체들의 공급 감소로 이어져 업체 간 통폐합이나 공급 감소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당분간 경쟁력이 약한 많은 기업들은 도태될 가능성이 있다.
한편 태양광 산업이 정책에 대한 의존성이 커서 현재와 같은 경제 위기에서 중국 정부의 재정 투입이 집중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고 정책적인 수요 확대의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는 점은 기회 요소로 꼽힌다.
장기적인 차원에서는 수요 증가세가 지속될 수밖에 없는 측면이 강하고 구조조정을 통해 공급 조정이 진행된다면 2013년 전후부터는 회복 사이클로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또 주가도 5년째 하락해 왔다는 것을 감안할 때 턴어라운드 시점에 대비해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풍력 업체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중국의 대표적 풍력 업체인 골드윈드(金風) 역시 실적 악화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발표한 1분기 실적을 보면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0% 이상 감소했다. 중국의 애널리스트들도 골드윈드에 대한 대폭적인 실적 하향 조정을 발표했다.
한 증권사에서는 2012년 연간 순이익 전망을 전년 대비 70% 감소한 1억8300만 위안으로 하향 조정하고 21013년 전망치도 기존 전망치보다 60% 정도 하향 조정했다. 골드윈드의 주가 역시 2007년 고점 대비 80% 이상 떨어졌으며 현재도 긴 흐름상의 하락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풍력 산업에 대한 중국 현지 증권사들의 분석을 보면 ‘내냉외열(內冷外熱)’로 요약된다. 해석하면 ‘국내 수요는 썰렁하고 해외 수요는 뜨겁다’이다. 중국 내 풍력발전은 2011년 정부의 감사 기준 강화, 발전 허가 감소, 제품 품질 강화 등으로 설치량이 오히려 감소했다.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2012년에도 풍력발전에 대한 수요 감소세가 예상된다. 반면 해외 풍력 시장은 상대적으로 낙관적이다. 2011년에도 연간 36%의 수요 증가세를 나타냈으며 2012년에도 연간 35%의 증가세가 예상된다. 중국 정부의 정책 방향과 구조조정 과정 지켜봐야
해외시장의 증가세를 세부적으로 보면 미국·인도·브라질 등 신흥 시장의 수요 증가가 원인이다. 일단 2012년에도 미국은 풍력발전 보조금 정책(PTC)이 지속돼 전반적으로 풍력 설치량은 ‘내냉외열’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현재 나타나고 있듯이 중국 정부가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지원책을 강화한다면 중국 내 수요 호조와 함께 중국 풍력 업체들의 실적 회복 모멘텀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실적으로 중국의 신·재생에너지 업체들의 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 구조조정 과정이다. 시장 구조를 보면 2010년 글로벌 풍력발전 시장에서 상위 15개 풍력 업체들의 신규 설치량은 91.9%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현재의 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이 추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골드윈드·시노벨 같은 대표적인 중국 풍력 업체들은 많은 초기 비용을 지불하고도 해외 진출 전략인 저우추취(走出去:중국의 해외 진출 전략)가 확대되고 있다. 골드윈드는 미국 발전소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시노벨은 인도에 생산 공장을 만들었고, 브라질과 남아프리카에 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인수·합병(M&A)도 수차례 나타나고 있다.
중국의 태양광 업체들도 마찬가지로 구조조정 과정에 들어와 있다. 업체 간 M&A가 진행되고 사업 다각화로 발전소에 대한 투자도 나타나고 있다. 결국 대형 업체들 중심으로 재편되는 과정으로 판단된다. 다만 2012년에는 글로벌 경기 침체와 함께 많은 업체들이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지만 장기적인 태양광 시장의 수요 전망이 밝아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또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으로 신에너지에 대한 집중 지원을 진행한다면 신·재생에너지 업체들의 채산성 회복에도 변화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현시점에서 중국의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볼 때의 몇 가지 리스크 요인을 정리해 본다. 우선 현재의 유럽 위기가 악화된다면 글로벌 유동성 경색으로 유럽 및 미국의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 금융이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가장 큰 리스크 요인이다. 둘째, 유럽 주요국의 긴축 영향으로 신에너지 발전 정책에 대한 보조금이 줄어들어 채산성의 추가적인 악화 가능성도 있다.
중국의 위안화 강세로 중국의 신·재생에너지 업체들의 수출 채산성도 악화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리스크 요인을 유념하면서도 긴 흐름에서 턴어라운드 시점을 생각하며 중국 신·재생에너지 업체들의 구조조정 과정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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