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자동차 렉서스 GS250

도요타자동차 렉서스 GS250을 타고 서울에서 여수까지 390km 거리를 왕복했다. 총 780km의 주행을 통해 GS의 진수를 느낄 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장시간 운전에도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에어컨을 오래 틀었는데도 머리가 전혀 아프지 않은 것은 불가사의할 정도다.

이런 편안함은 도요타자동차만의 고집이기도 하다. 과거 ‘물 서스펜션’이라는 소리를 듣던 국산 자동차가 점차 유럽식으로 딱딱해지면서 편안한 자동차가 사라져 가는 상황이다. 도요타자동차 측도 GS의 개발 배경으로 “그랜드 투어링(Grand Touring) 세단으로서의 편안함과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겸비한 ‘혁신적인 패키징’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랜드 투어링은 줄여서 ‘GT’라고도 하는데, 로드스터(경량 2인승 컨버터블)처럼 한국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분류다. GT는 미국처럼 땅이 넓어 고속으로 오랫동안 주행해야 할 때 필요한 차종이다. 고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편안하고 조용해 운전 피로를 줄여줄 수 있어야 한다. 주행거리가 아무리 길어도 500km 이하인 한국에서는 필요성이 떨어진다.
[카&라이프] 지독할 정도의 섬세함으로 만든 ‘ 작품 ’
장시간 운전에도 전혀 피곤하지 않아

GT가 한국에서 생소한 또 다른 이유는 후륜구동 베이스여야 한다는 점이다. 현대자동차에서 2000년 이후 후륜구동 세단이 나온 것은 2008년 제네시스가 최초다. 처음이다 보니 GT보다 고위직들의 출퇴근용 세단으로 만들어졌다. GT가 후륜구동이어야 하는 이유는 고속 주행에 필요한 제동 성능 때문이다. 전륜구동은 아무리 브레이크가 좋더라도 전륜에 제동력이 몰리다 보니 고속에서 급브레이크를 밟으면 ‘갈 곳을 잃은’ 후미가 흔들리게 마련이다. 속도가 빠를수록 흔들림은 더욱 커진다. 대개 배기량 3000cc 이상의 자동차는 후륜구동으로 만드는 것도 이런 이유다.

도요타자동차가 편안함을 위해 공들인 부분은 ‘지독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시트를 개발하기 위해 세계 각국의 다양한 신장과 체형을 테스트해 히프 포인트 위치, 시트 위치, 조정량, 스티어링 휠(운전대)의 위치, 각도, 형상, 풋 브레이크의 사이즈, 피트감(fit 感)을 철저히 검증했다. 쇼크 업소버(shock observer)에는 마찰계수가 낮은 저점도 업소버 오일을 사용해 기존 멀티링크 서스펜션보다 마찰을 53% 줄여줘 보다 매끄러운 승차감을 실현했다. 또 바람 소리를 줄이기 위해 공기저항계수를 승용차가 낼 수 있는 사실상의 최저치인 0.26Cd(Coefficient of drag)까지 내렸다.
[카&라이프] 지독할 정도의 섬세함으로 만든 ‘ 작품 ’
시승차는 2500cc급으로 최근 다운사이징 추세대로라면 4기통이 대세지만 GS는 6기통 직분사 엔진을 고집했다. BMW 5시리즈는 주력 모델을 모두 4기통 터보로 바꿨고 현대차 쏘나타도 4기통 엔진만 들어간다. 도요타자동차는 “6기통다운 중후한 엔진 사운드를 느낄 수 있다”고 설명하는데, 성능 이외의 감성적인 부분까지 고려한 차 만들기를 지향했다고 볼 수 있다.

인테리어도 여타의 독일 고급차보다 훨씬 섬세하다. ‘지독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꼼꼼한 마무리와 질감은 장인(匠人)의 혼이 느껴질 정도다. 정보기술(IT)에 취약한 독일·미국 차와 달리 내비게이션·오디오의 품질도 기대 이상이다. 알루미늄을 깎아 만든 오디오 볼륨 다이얼은 거실형 프리미엄 오디오를 조작하는 듯하다. 수준급 디자인의 아날로그 시계는 화룡점정이다. GS250은 5980만 원, GS350은 6580만 원(슈프림)·7580만 원(이그제큐티브)이다.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