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이제 1인당 소득 2만 달러 시대에서 선진국 수준인 3만 달러 이상 소득 국가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자본과 노동 투입 외에 법질서와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의 축적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경제 산책] 부정부패와 경제성장
한국 경제의 선진화를 가로막고 있는 고질적 병폐 중 하나는 정치권의 부정부패다. 집권 말기만 되면 어느 정부를 막론하고 정권 실세들의 부정부패 사건들이 쏟아져 나온다. 늘 반복되는 데도 어떻게 또다시 동일한 일들이 벌어지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부정부패는 불법적이거나 부당한 방법으로 물질적 혹은 사회적 이득을 취하는 것이다.

부정부패가 공공 부문에 확산돼 나가면 공공재의 사유화 현상이 확대돼 공사 구별이 힘들어진다. 그 결과 공적 업무에 대한 신뢰성이 저하돼 경제·사회적 비용을 크게 늘린다. 부정부패는 공공 투자와 관련된 정책 결정 과정을 왜곡하고 민간의 투자 활력을 떨어뜨리는 것과 같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경제성장을 직간접적으로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 같은 관점에서 한국의 부정부패 수준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어 이를 국내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적할 수 있다.

국제투명성기구(TI: Transparency International)가 매년 발표하는 국가별 부패 지수에 따르면 한국의 부패 수준은 최근 들어 오히려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패지수(CPI)는 세계은행·세계경제포럼 등이 실시한 공무원과 정치인들의 청렴도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산출하는 지수다. 이는 0이 가장 부패한 수준이며 10이 가장 청렴한 수준을 의미한다.

한국은 1999년 3.8에서 2008년 5.6까지 상승하면서 부패 수준이 개선되는 것으로 평가됐지만 2011년에는 5.4로 다시 하락했다. 선진국들의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2011년 평균 부패 지수는 6.9이고 한국은 이보다 1.5나 낮다. 경제 이론에 따라 부정부패와 경제성장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보면 역의 관계가 성립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부정부패가 커질수록 경제성장 능력은 약화되는 것이다.

이 같은 이론을 바탕으로 계산해 보면 부정부패는 어느 정도나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까. 1995~2010년 기간 중 OECD 국가들에 대한 부패와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GDP)과의 관계를 실증 분석해 본 결과 한국은 부정부패만 줄여도 성장 능력이 훨씬 증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르면 법과 제도 개선 등 부정부패 방지 노력을 통해 OECD 평균 수준만큼 한국이 청렴해지면 한국의 연평균 1인당 명목 GDP는 138.5달러가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된다.

경제성장률로 보면 명목 기준으로 연평균 약 0.65% 포인트 정도 추가 상승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기는 것이 된다. 한국 경제가 이제 1인당 소득 2만 달러 시대에서 선진국 수준인 3만 달러 이상 소득 국가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자본과 노동 투입 외에 법질서와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의 축적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부정부패의 폐해에 대한 국민 교육 및 홍보 강화를 통해 부정부패 예방은 물론 부정부패 발생 시 이를 강력히 통제할 수 있는 당위성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국가 청렴도 제고를 위한 감사원이나 국회 윤리위원회와 같은 각종 법과 제도, 감사 기구 등 관련 기관들의 운영의 투명성과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셋째, 부패 감시 비정부기구(NGO) 활동 활성화와 같은 민간의 자발적인 부패 방지를 위한 체제가 구축돼야 한다. 무엇보다 국가 지도층이 솔선수범해 법과 질서를 지키며 책임을 다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준수가 요망된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