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머리 캘빈클라인 회장

세계적 패션 브랜드 캘빈클라인의 톰 머리(Tom murry) 회장은 “지난해 한국에서 3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며 연 20% 신장했다”며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캘빈클라인이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75억 달러의 매출을 달성했다”면서 “글로벌 경제가 침체된 와중에도 캘빈클라인은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월드 오브 캘빈클라인 인 서울’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톰 머리 회장은 지난 5월 24일 서울 남산 그랜드 하얏트에서 한경비즈니스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톰 머리는 캘빈클라인의 회장이자 최고경영자(CEO)로 세계 패션계를 주도하는 경영자 중 한 사람이다. 1996년 캘빈클라인에 합류한 그는 빠른 의사결정과 네트워크화된 파트너들을 활용해 캘빈클라인을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스페셜 인터뷰] “글로벌 시장의 성공 여부는 ‘브랜드 이미지’ 에 달렸다”
현재 캘빈클라인의 사업 현황이 궁금합니다.

현재 캘빈클라인은 100여 개국 이상에서 다양한 패션 영역에 진출해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75억 달러의 매출을 거두고 있죠. 지역별로 보면 북미 지역이 50% 정도를 차지하고 아시아가 20%, 유럽과 중동이 30% 정도입니다. 캘빈클라인은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 중입니다. 작년의 매출 성장률은 12%를 기록했습니다. 올해에도 5억 달러 정도 매출이 늘어 80억 달러 수준의 매출을 기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5월 24일) 열린 ‘월드 오브 캘빈클라인 인 서울’은 어떤 행사인가요.

이 행사는 지난 몇 년 동안 패션과 디자인의 메카로 알려진 전 세계 여러 도시에서 개최된 글로벌 이벤트입니다. 그간 런던·밀라노·도쿄·싱가포르·상하이·시드니·두바이·리우데자네이루·로스앤젤레스·뉴욕 등과 같은 세계적 중심 도시에서 진행됐죠.

서울 행사는 1960년대부터 시작된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인 고 백남준에게 헌정하는 의미로 기획됐습니다. 서울역 인근의 초대형 발광다이오드(LED) 스크린을 통해 비디오 아트를 소개할 예정입니다. 이와 함께 이 행사를 통해 캘빈클라인 컬렉션, CK 캘빈클라인, 캘빈클라인 진, 캘빈클라인 언더웨어 등 캘빈클라인 브랜드의 2012년 가을 겨울 룩들을 선보입니다.

세계경제가 불안합니다. 패션 산업에는 어떤 영향이 있는지요. 이와 관련해 캘빈클라인의 경영 전략도 궁금합니다.

캘빈클라인은 남유럽 일부 지역에서 매출 정체가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본다면 꾸준한 성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역별로 따져본다면 미국은 2% 정도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는데 이는 미국 시장 규모로 볼 때 이 정도의 성장은 좋은 실적입니다. 백화점 부문에서 성장세가 큰 편입니다. 중국은 물론 아시아 전반으로 보면 괜찮은 편입니다. 한국도 연 20% 정도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유럽은 약간 힘듭니다. 특히 스페인·이탈리아 등 남유럽 국가들이 정체된 상태입니다. 반면 이들의 정체를 폭발적인 성장을 보이는 남미권 중에서도 브라질 시장이 이를 채워주고 있습니다. 캘빈클라인의 장점은 풍부한 자본에서 나오는 막강한 마케팅 능력에 있다고 봅니다. 우리는 전 세계에서 작년 3억 달러어치의 광고를 진행했습니다. 애드버토리얼(기사형식의 광고)을 포함하면 4억 달러에 육박합니다.

회장님은 패션 기업의 경영자로서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그 비결은 무엇입니까.

저의 성공은 제 주변의 사람들이 만든 것이라고 봅니다. 캘빈클라인은 회사에 대한 충성도 높은 경영진이 탄탄한 팀워크를 이루며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사회 임원 20명이 캘빈클라인에서 일한 경력을 합치면 230년이 넘습니다. 적어도 10년 이상은 이 회사에서 일해 온 것입니다. 그만큼 이 회사에서 애정이 많다는 뜻이지요.

그렇다면 캘빈클라인이 글로벌 패션 기업으로 성장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는 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재’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캘빈클라인에는 패션 업계에서 풍부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그 어느 회사보다 많다고 자부합니다. 또 다른 비결이 있다면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매우 많은 투자를 한 것입니다. 캘빈클라인은 2000년대 들어서만 수십억 달러를 ‘브랜드 이미지’를 만드는 데 써왔습니다. 이는 지난 10여 년간 연편균 성장률 13%라는 고속 성장을 거두는 데 크게 기여해 왔습니다.
[스페셜 인터뷰] “글로벌 시장의 성공 여부는 ‘브랜드 이미지’ 에 달렸다”
한국에는 자주 오는 편인가요.

수도 없이 왔습니다(웃음). 제가 패션 분야에서 일한 경력이 30년 정도 됩니다. 초기에는 제작 관련 일로 자주 온 편이었고요. 경영진이 된 최근 15년 정도는 백화점 등 파트너 기업들과의 미팅 등 경영 활동을 위해 옵니다.

한국의 패션 산업은 전자나 자동차 등 다른 산업군에 비해 경쟁력이 약한 편입니다. 한국 패션 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려면 어떤 것이 필요할까요.

무엇보다 훌륭한 제품을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삼성의 전자제품, 현대차의 자동차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뛰어난 경쟁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둘째는 ‘브랜드 이미지’입니다. 이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전략을 짜고 많이 투자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한국 패션 기업 역시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고 이미지를 만드는 데 무엇보다 힘을 쏟아야 할 겁니다.

그렇다면 캘빈클라인의 브랜드 이미지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제가 미팅 때마다 항상 묻는 게 그 질문입니다(웃음). 대부분의 사람들은 캘빈클라인에 대해 ‘깔끔하다’, ‘모던하다’, ‘섹시하다’, ‘격이 있다’라고 답합니다. 저 역시 그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세계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캘빈클라인’에 알고 있다는 것, 즉 ‘브랜드 인지도’라는 면에서 본다면 우리의 투자가 제대로 이뤄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캘빈클라인은 앞으로도 이 같은 브랜드 이미지를 더 강화할 계획입니다. 다만 앞으로는 좀 더 ‘신선하다’는 측면도 강조하려고 계획 중입니다.

올해의 경영 계획이나 목표가 궁금합니다.

우리의 전략은 항상 같습니다. 좋은 제품을 만들고 양질의 광고를 만들어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입니다. 한 가지 더 있다면 직접 진출 매장(로드숍)을 좀 더 늘리는 겁니다. 이는 두 가지 목적입니다. 하나는 이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고 다른 하나는 수익성을 높이는 것입니다.

작년에 캘빈클라인은 세계적으로 로드숍의 면적을 40만 제곱 피트 정도 더 늘렸습니다. 올해에도 비슷한 수준 즉 40만 제곱 피트 정도의 로드숍 매장을 늘릴 예정입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올가을 문을 열게 될 플래그십 스토어 역시 이 같은 전략의 일환입니다. 물론 백화점 등과의 파트너십 역시 꾸준하고 탄탄하게 유지할 계획입니다.

현재 한국의 패션 업계에도 많은 후배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패션 업계에서 성공하기 위해 조언해 주신다면.

사실 어떤 산업에서 일하든 성공의 키워드는 똑같다고 봅니다. 패션 업계든 정보기술(IT) 업계든 마찬가지죠. 바로 자신의 일에 충실한 ‘근면성’, 어려움을 참아내는 ‘인내심’, 그리고 위기를 돌파하는 ‘뚝심’이 그것입니다.



이홍표 기자 hawling@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