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업계 ‘ 초긴장’…PC 업계 ‘룰루랄라’

지난 5월 15일 글로벌 게임 회사인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가 개발한 게임 ‘디아블로3’가 국내에 출시됐다. 이 게임이 출시된 후 여러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내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출시 당일 서울 왕십리 비트플렉스 광장에는 이 게임의 한정판을 구매하기 위해 5000여 명이 몰려든 것은 이미 큰 화제가 됐다.

5월 24일 블리자드엔테테인먼트의 발표에 따르면 디아블로3는 출시 24시간 만에 전 세계적으로 350만 장 이상 판매되면서 역대 가장 빨리 판매된 PC 게임 기록을 세웠으며 출시 1주일간의 판매량도 650만 장을 넘겼다.

눈여겨볼 점은 출시 이후에도 디아블로3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PC방 이용률을 조사하는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디아블로3는 지난 5월 15일부터 21일까지 PC방 사용 시간 점유율 28.93%를 보였다. 5월 21일에는 38.75%라는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즉 출시 후 PC방에 앉아 있는 사람 3명 중 한 명은 이 게임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디아블로3의 인기는 다른 게임에도 영향을 미쳤다. 디아블로 출시 전 PC방 점유율 1위를 달리던 ‘리그 오브 레전드’는 5월 7일부터 14일까지 주간 PC방 사용 시간 점유율 20.70%를 기록했지만 디아블로3 출시 후 13.65%까지 떨어졌다.

특히 국산 게임들은 맥을 못췄다. 불과 3개월 전까지만 해도 PC방 점유율 12~13%를 기록했던 엔씨소프트 ‘아이온’의 점유율은 이 기간 7.8%로 축소됐으며 넥슨의 ‘서든어택’도 10%대 초반에서 5.7%로 쪼그라들었다. 네오위즈게임즈의 ‘피파온라인’ 역시 6.35% 점유율이 3.27%로 줄어들었다.
‘화제의 게임’ 디아블로3 출시 그 후
‘수능서 여학생이 유리할 것’ 유머도

각종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리자 게임에 별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호기심을 가지며 흥밋거리로 받아들이는 모습도 나온다. 즉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를 통해 ‘플레이하면 멈출 수 없는 악마의 게임’으로 묘사하기도 하고 몰입감이 높은 디아블로3의 특성을 소재로 한 유머가 퍼지기도 했다. 한 예로 ‘올해 2012 수능 브레이커는 런던 올림픽, 유로 2012, 디아블로3다’, ‘남학생들이 주로 게임을 많이 하니 올해 수능은 여학생들에게 유리하겠다’는 유머가 나돌기도 했다.

국내 게임 업계에는 긴장의 대상이 됐고 일반인들에게는 유머의 소재가 됐던 디아블로3. 이 게임은 PC 부품 업계에는 ‘큰 호재’가 됐다. 5월 23일 가격 비교 사이트 다나와에 따르면 PC 부품 시장의 전통적 비수기인 5월임에도 불구하고 하드디스크, 그래픽 카드, 중앙처리장치(CPU) 등의 판매량이 4월 첫째 주 대비 29%에서 72%까지 급증했다. 다나와 측은 디아블로3 때문에 PC 업그레이드를 미루던 대기 수요자와 PC방이 본격적으로 PC 교체에 나선 영향이라고 풀이했다.

재미있는 점은 디아블로3에 증권가도 들썩였다는 점이다. 이 외산 게임의 폭발적 인기에 경쟁사인 엔씨소프트는 연일 급락세를 기록했다. 재미있는 것은 엔씨소프트 같은 게임사뿐만 아니라 ‘디아블로3’를 수입해 유통하는 회사인 손오공 주가까지 급락했다는 점이다. 이유는 손오공은 디아블로3의 CD 패키지 유통권만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게임은 온라인에서 직접 내려 받아서도 할 수 있으며 온라인 유통은 블리자드가 직접 한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