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가 이사회 의결을 거쳐 평균 13.1%에 달하는 전기 요금 인상안을 지식경제부에 제출했다. 지난해 8월과 12월에 전기 요금을 각각 4.5%, 4.9% 인상한 데 이어 1년 만에 세 번째 전기 요금 인상을 추진하는 것이다.

문제는 지금까지 전기 요금 인상 여부와 폭은 한전 이사회가 열리기 전에 지식경제부와 기획재정부 두 부처가 먼저 협의하는 것이 ‘관례’였다는 점이다. 지경부는 한전을 산하 기관으로 두고 있으며 재정부는 물가 소관 부처로서 공공요금에 대해 해당 부처와 협의할 권리가 있다.

한전 이사회가 이 같은 무리수를 둔 것에 대해 영업 적자 해소라는 표면적인 이유 외에 다른 원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전 소액주주들이 전기사업법에 따라 회사가 전기 요금을 제대로 올리지 못해 손해가 발생했다며 김쌍수 전 한전 사장에게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소송을 고려한 조치라는 것. 게다가 지난 1월에 한전 소액주주 28명이 국가를 상대로 7조2028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한전 소액주주들은 “대주주이자 전기 요금 인가권자인 정부가 한전이 매년 전기 요금을 조정할 때 사전에 인상률을 낮게 책정하는 바람에 거액의 손실을 봤다”고 주장했다. 실제 2005년 kWh당 75.90원이었던 전기 요금 원가는 지난해에 103.30원까지 올랐지만 전기 요금 원가 보상률은 2005년 98%에서 지난해엔 87.4%로 되레 크게 떨어졌다. 100원어치를 팔면 12.60원 손해를 보는 구조다. 이 때문에 매년 2조~3조 원의 적자가 발생하고 지난해 말 부채가 무려 82조7000억 원에 이르렀다. 하루 차입금 이자 비용만 60억 원에 달한다. 이러한 열악한 재무구조 때문에 한전은 각종 국제 입찰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시고 있다.
/강은구기자 egkang@hankyung.com 2011.9.16
/강은구기자 egkang@hankyung.com 2011.9.16
소액주주들의 소송에 부담 느꼈나?

이에 따라 한전 소액주주들의 정부 상대 소송도 예견된 일이었다. 김 전 사장은 지난해 8월 퇴임을 앞두고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전은 주주가 있는 엄연한 주식회사”라며 “정부가 왜 전기 요금 인상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주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한전 이사회의 이번 전기 요금 인상 결정은 주식회사의 (운영)원칙을 지킨 것”이라고 옹호했다.

그는 또 “손해배상 소송에서 소액주주들이 나만 고소했지만 책임은 이사회 전체에 있는 만큼 소송 범위를 넓혀야 하는 것 아니냐고 얘기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 김 전 사장의 예상대로 소액주주들은 김 전 사장에서 ‘정부’까지 소송 범위를 넓힌 것이다.

지경부 검토 결과 전기 요금 인상 요인이 있다고 판단하면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와 협의한 뒤 전기위원회의 심의, 의결을 거쳐 요금을 올리게 된다. 이 과정이 통상 한 달 이상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이르면 다음 달 전기 요금이 오를 수도 있다.

그러나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적어도 상반기 안에 전기 요금을 올리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통계청은 4월 소비자물가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2.5% 상승했다고 5월 1일 발표했다. 3월 2.6% 상승률을 기록한 데 이어 두 달 연속 2%대를 유지한 것으로 2010년 7월 2.5% 이후 21개월 만에 최저치다. 이 관계자는 “향후 유가와 공공요금 인상이 물가 안정의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름값이야 국제 원유 가격의 절대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만 공공요금만큼이라도 묶어 둬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신영 한국경제 경제부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