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제 금값이 고공 행진을 이어가면서 큰 인기를 끌었던 골드뱅킹의 수익률이 추락하면서 투자자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투자자들은 원금을 까먹기 시작한데다 앞으로 금값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와 여간 불안한 게 아니다. 또 각종 골드뱅킹 상품을 내놓으며 공격적으로 투자자를 유혹했던 은행들도 수익률이 부진하자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최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에서 골드뱅킹을 판매하고 있는 신한·KB국민·우리은행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은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신한은행 골드뱅킹의 한 달 수익률은 마이너스 1.17%(세전 기준)를 나타냈다. 연간 수익률로 따지면 마이너스 14.06%를 기록하고 있는 셈이다. KB국민은행의 골드뱅킹 수익률도 마이너스 1.61%, 연 환산으로는 마이너스 19.3%를 보였다. 우리은행의 골드뱅킹 수익률은 마이너스 3%까지 추락했다. 우리은행은 당초 지난해 말 골드뱅킹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었지만 금값이 떨어지면서 미뤄오다 지난 2월 6일에야 판매를 시작했다.
수익률 급감 ‘골드뱅킹’ 금값 하락에 울상…전망은 엇갈려
골드뱅킹은 돈을 계좌에 넣으면 국제시장에서 달러로 금을 구입해 적립해 주는 상품이다. 적립 시기와 규모는 고객이 조정할 수 있다. 투자자가 원하는 금 가격에 도달했을 때 금을 샀다가 파는 것이 가능하고 실시간으로 수익률도 확인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다만 원금은 보장되지 않고 수익을 내면 15.4%의 배당소득세도 붙는다. 그만큼 수익률은 철저하게 금값에 연동된다.

수익률이 부진하자 골드뱅킹 판매도 시들해지고 있다. 신한은행의 골드뱅킹 잔액은 지난 4월 25일 기준 4709억 원으로 지난 1월에 비해 150억 원이 느는 데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700억 원이 늘었던 것과 비교하면 판매 둔화세가 확연하다. 우리은행도 지난 2월 10억 원어치(502계좌)를 판매하면서 인기몰이에 나서는 듯했지만 3월엔 가입자가 347명(8억 원), 4월 들어선 138명(4억 원)으로 급감했다. KB국민은행 KB골드투자통장 잔액은 1월엔 42억 원 증가했지만 2월엔 17억 원, 3월부터는 5억 원으로 확 줄었다. 골드뱅킹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국제 금값이 하락 추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수익률 급감 ‘골드뱅킹’ 금값 하락에 울상…전망은 엇갈려
골드뱅킹 가입자도 줄어들어

국제 금값은 최근 10년 동안 꾸준히 상승세를 타다가 작년 9월 온스당 1900달러를 돌파하면서 정점을 찍었다. 이후 하락 반전해 등락을 거듭하다가 최근엔 1650달러 선까지 내려앉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금값에 대한 전망이 첨예하게 엇갈린다. 우선 미국 경제 회복세가 금시장에 역풍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경제가 안정되면서 안전 자산인 금 수요도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금 수급 차원에서 약세 장을 예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단기적으로 국제 금값이 반등하려면 실물 수요가 많은 인도와 중국 등 지역에서 수요를 뒷받침해 줘야 하는데, 현재 중국에 수요 감소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금값 강세론자들은 세계경제가 아직 취약하고 각국 중앙은행 등 공공 부문의 금 수요가 강하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미국 등에서 양적 완화 정책을 펴면 금값 상승 가능성이 있어 장기적으로는 금이 매력적인 투자처라는 것이다.

이석진 동양증권 연구원은 “그간 꾸준히 금을 매입해 온 러시아 중앙은행이 매도로 반전하는 등 중앙은행들의 금 선호가 줄어들었다”며 “금이 1, 2월 상승분을 반납하고 차익 실현 매물도 쏟아지면서 금 투자 상품의 수익률이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다만 “당분간 금값 약세가 지속될 수밖에 없지만 금값 상승 추세 자체가 꺾였다고 보긴 어렵다”며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에 수요가 살아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이홍표 기자 haw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