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 델코리아 솔루션사업본부 이사

지난 4월 말 한강시민공원에서 펼쳐진 ‘여의도 벚꽃 마라톤대회’에서 김동욱 델코리아 솔루션사업본부 이사는 우승 이상의 감격을 맛봤다. 그의 제안으로 발족한 델코리아 사내 마라톤 클럽의 팀원들이 ‘전원 완주’라는 목표를 이뤄냈기 때문이다. 클럽 개설 한 달 만에 전체 회원 25명 중 7명이 정식으로 마라톤 대회에 출전하게 됐다.
“철인 3종 경기로 자신감·성취감 얻었죠”
“대회 당일 비바람이 몰아쳐 모두가 완주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어요. 마라톤 경험자도 3명밖에 안 됐거든요. 하지만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단 한 사람도 중도 포기하지 않고 전원이 자신의 목표를 이루는 것을 보니 꽤 울컥하더라고요.”

초보자답게 5km 코스를 완주한 이들이 “다음에는 10km 코스에 도전하고 싶다”며 의욕을 다지는 모습을 보며 그는 처음 수영을 배우고 마라톤을 배우고 사이클을 익히며 점점 철인 3종 경기에 매료돼 가던 자신을 떠올렸다.

“5년 전까지만 해도 저 역시 다른 대부분의 샐러리맨처럼 운동 한 번 제대로 하지 않는 평범한 직장인이었어요. 건강검진이나 근력 테스트를 해 보면 형편없었죠. 복부 비만, 그것도 내장비만에 다리 근력은 허약하기 짝이 없는 전형적인 ‘아저씨 몸매’의 소유자였죠.”

대학 졸업 이후 줄곧 정보기술(IT) 맨으로 살아온 결과다. 그러다 보니 매년 신년 계획은 ‘운동하기’ ‘영어 공부’ 단 두 가지가 전부였다. 작심삼일이라는 뻔한 결과를 되새김질하는 것에도 지쳤을 즈음, 그는 자신에게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다짐하고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다.
“철인 3종 경기로 자신감·성취감 얻었죠”
바꾸고 싶다, 바뀌고 싶다는 의지가 중요

2007년 1월 5일. 지금도 잊히지 않는 그 날짜는 그가 변화를 선택한 출발 지점이다. “저요, 정말 운동신경 없는 사람이에요. 고등학교 체력장 때도 오래달리기를 꼴찌 해서 점수도 제대로 못 받았다니까요.(웃음)” 수영이라고 다를 바 없었다. 호흡 하나, 발차기 하나 제대로 못 해 끙끙댔고 새벽에 일어나기가 죽기보다 싫은 날들이 계속됐다. 하지만 3개월, 어찌 됐든 3개월만 버텨보자는 생각에 매일 자신에게 당근과 채찍을 주어가며 아침 수영을 다녔다. “3개월이 딱 고비더라고요. 그 기간이 지나니까 수영에도 자신이 붙고 함께 수영하는 사람들과도 친분이 생겼죠.”

수영의 매력에 한껏 빠져 있던 그가 갑자기 마라톤에 관심을 보이게 된 것은 우연한 결과였다. “은근히 함께하는 사람들과 경쟁심이 생기거든요. 어느 날 저보다 항상 잘하던 분이 속도를 못 내더라고요. 혼자서 ‘내가 이 정도로 실력이 늘었구나’라며 뿌듯해하는데 그분이 그러는 거예요. 그 전날 마라톤 풀코스를 뛰고 와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 같다고. 그때 은근히 자극받았죠. 나도 뛰어봐?(웃음)”

결국 그를 따라 마라톤 훈련을 하는 아마추어 마라톤클럽까지 방문하게 됐다. “하지만 사실 자신은 없었어요.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는 마음이 컸죠.” 그래도 이왕 찾아간 김에 클럽 사람들이 훈련하는 것을 보며 간단히 ‘뛸 수 있을 만큼만 뛰어보자’는 생각으로 그들의 훈련에 동참했다.

“한 번도 뛰어보지 않은 만큼 힘들었죠. 그런데 코치분이 그러더라고요. 힘들면 걸으라고. 힘에 부치면 걸어서라도 완주하면 된다고, 그게 바로 마라톤이라고요. 실제로 힘들어서 중간 중간 걸어서 그날 훈련을 마쳤는데 무려 22km를 뛴 거 있죠? 그때 비로소 ‘아, 나도 마라톤을 할 수 있구나’하는 자신감이 생겼죠.”

그 후 평일에는 수영하고 주말이면 마라톤클럽에 나가 훈련을 거듭했다. 수영을 시작한 지 11개월 후, 마라톤을 시작한 지 3개월 후에는 난생처음 10km 마라톤 대회에 출전했다.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혼자 몰래 출전했어요. 55분 정도의 기록으로 완주했는데, 그 순간 마음속에 뭔가 울컥 터져 나오는 게 있더군요. 성취감이었죠.”

그 잊을 수 없는 환희의 기억은 다음 해 3월 동아마라톤 풀코스에 출전하게 했고 마라톤을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4시간 28분의 기록으로 42.195km를 완주해 냈다. “수영과 마라톤을 시작했으니 사이클만 하면 철인 3종 경기잖아요. 더 이상 주저할 것이 없었죠.”

거듭된 훈련과 대회 참가를 통해 그는 ‘성취감’과 ‘자신감’을 얻었다. 3개의 마라톤 풀코스 대회를 비롯한 크고 작은 마라톤 대회, 한 달에 한 번 이상 열리는 철인 3종 경기 대회 등 1년에 참가하는 각종 대회만 해도 10개가 넘는다.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매일 1시간 남짓 수영을 하고 주말마다 90~100km씩 자전거를 타고 1시간 넘게 마라톤을 하는 생활도 5년이 넘었다.

“힘들죠. 운동을 취미로 하다 보면 힘든 게 2종류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육체적인 고됨이고, 또 하나는 바로 가족의 불만이거든요. 훈련이나 경기를 하다 보면 자잘한 부상도 많고 또 가족들에게 할애할 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가족들이 불만일 수밖에 없죠.” 그 불만을 조금이나마 달래주기 위해 그는 일요일 하루만큼은 요리와 청소 등 스스로 나서 집안일을 한다. 혼자 운동하던 것에서 될 수 있으면 1주일에 한 번 이상은 꼭 가족들과 함께 운동하는 시간을 가지게 된 것도 가족들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인 셈이다.
“철인 3종 경기로 자신감·성취감 얻었죠”
“철인 3종 경기로 자신감·성취감 얻었죠”
뛰고 달리는 시간, 나를 다시 되새겨본다

철인 3종 경기 중에서 가장 힘든 경기가 바로 수영 3.9km, 사이클 180.2km 달리기 42.2km를 17시간 이내에 완주해야 하는 아이언맨 코스다. 그저 혼자서 얌전히 기록을 내는 경기가 아니라 다른 이들과 서로 몸을 부대끼고, 부딪치고, 땀방울을 튀겨가며 목표를 완수해야 하는 힘든 경기다.

하지만 김 이사는 그 과정이야말로 자신이 철인 3종 경기에 매혹된 진짜 이유라고 말한다. “온종일 수영·자전거·마라톤을 거듭하다 보면 온갖 생각을 다 하게 되죠.” 앞서 달리는 사람은 직업이 무엇일까에 대한 궁금증부터 40년이 넘은 지금까지의 인생에 대한 반추 등 그야말로 다양한 생각들이 영상처럼 머릿속에 쭉 펼쳐진다.

6개월 전 그는 10년 넘게 근무해 온 IBM을 떠나 델코리아에 새로운 둥지를 틀었다. 새로운 환경으로의 변화는 누구에게나 떨리고 조심스러운 일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마라톤과 철인 3종 경기를 통해 얻은 자신감과 성취감은 짧은 시간 내에 그가 신뢰받을 만한 리더라는 것을 증명하는 힘이 되어 줬다.

“운동을 시작한 이후에 저 자신도 제가 많이 바뀌었다고 느끼거든요. 우물쭈물 망설이기보다 실행력이 강해졌다고 할까요?” 그는 여러 번 힘주어 강조했다. 철인 3종 경기는 비범한 누군가만, 특별한 누군가만 하는 운동이 아니라고. 요즘 특히 공들여 포섭하고 있는 후보자는 바로 중학교 1학년인 아들이다.

“녀석이랑 주말마다 90km씩 장거리 사이클링을 하고 있는데요, 언젠가는 아들과 함께 철인 3종 경기에 동반 출전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70세, 80세가 되어도 체력만 받쳐준다면 철인 3종 경기는 계속할 예정이니까 언젠가 그 희망이 이뤄지지 않을까요? (웃음)”


김성주 객원기자 helieta@empal.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