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셉(피터 뮬란 분)은 시한폭탄 같은 남자다. 세상과 자기 자신을 향한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는 위태로운 일상을 보내던 그가 도망치듯 자선가게에 들어서고 처음 보는 가게 주인 한나(올리비아 콜맨 분)의 따뜻한 기도 앞에 눈물을 흘린다. 그는 한나의 호의에 폭언으로 대응하면서도 가게를 자주 찾는다. 어느 날 조셉은 한나의 얼굴에서 심한 구타 흔적을 발견한다.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던 중산층 여성 한나는 겉보기엔 완벽한 남편의 학대에 시달리고 있었다.
![[영화] 디어 한나 外](https://img.hankyung.com/photo/202102/AD.25517522.1.jpg)
노련한 배우들은 현실 세계 속 인간이 흔히들 TV 예능 프로에서 ‘캐릭터’라고 부르는 고정된 성격과 전혀 다른 존재라는 것을 보여준다. 한 테이크 안에서 배우들의 표정은 미묘하게 달라진다. 심리를 그대로 누설하는 표정들, 타인 앞에선 욕하고 협박하다가도 등 돌리고 혼자 걸어가면서 울음을 터뜨리기 직전의 실룩거리는 입매를 숨기지 못하는 표정들…. 그들은 거칠고 두렵지만 동시에 연약하고 외롭다. 혹은 신을 믿고 타인을 위해 기도하지만 동시에 스스로를 구원하지는 못하는 수동적인 태도를 고수한다. 영화 중반에 조셉이 처음으로 활짝 웃을 때, 한나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울음을 터뜨릴 때 관객들은 거기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며 전율할 수밖에 없다.
영화의 원제는 ‘티라노사우루스(Tyrannosaur)’, 가장 강력한 육식 공룡이다. 일차적으로는 5년 전에 죽은 조셉의 뚱뚱한 아내를 가리키는 별명이자 약자들을 가차 없이 공격하고 자신에게 닥친 위험 앞에서 죄책감 같은 인간적 감정을 느낄 여유 없이 본능적으로 되받아치는 동물적 본능을 의미한다. 하지만 티라노사우루스와 인간을 구별해 줄 수 있는 건 저지른 죄의 유무라기보다 그 이후의 태도일 것이다. 생의 의지를 버리지 않고 희망을 찾고 싶어 하는 태도 말이다. 영국아카데미·런던비평가협회·시카고국제영화제·선댄스영화제 등에서 감독상과 여우주연상·남우주연상·작품상을 휩쓸었던 화제작이다.
시체가 돌아왔다
감독 우선호
출연 이범수, 류승범, 김옥빈
![[영화] 디어 한나 外](https://img.hankyung.com/photo/202102/AD.25517523.1.jpg)
타이탄의 분노
감독 조너선 리브스만
출연 샘 워싱턴, 리암 니슨, 랄프 파인즈
![[영화] 디어 한나 外](https://img.hankyung.com/photo/202102/AD.25517524.1.jpg)
그녀가 떠날 때
감독 페오 알라다그
출연 시벨 케킬리, 데리아 알라보라
![[영화] 디어 한나 外](https://img.hankyung.com/photo/202102/AD.25517525.1.jpg)
김용언 영화 칼럼니스트 plat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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