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남’의 눈물이 주는 전율

조셉(피터 뮬란 분)은 시한폭탄 같은 남자다. 세상과 자기 자신을 향한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는 위태로운 일상을 보내던 그가 도망치듯 자선가게에 들어서고 처음 보는 가게 주인 한나(올리비아 콜맨 분)의 따뜻한 기도 앞에 눈물을 흘린다. 그는 한나의 호의에 폭언으로 대응하면서도 가게를 자주 찾는다. 어느 날 조셉은 한나의 얼굴에서 심한 구타 흔적을 발견한다.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던 중산층 여성 한나는 겉보기엔 완벽한 남편의 학대에 시달리고 있었다.
[영화] 디어 한나 外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남녀가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고 서로를 받아들이는 드라마에는, 사실 놀랍도록 신선한 형식상의 변화가 존재하기 힘들다. 여기에는 어디까지나 세상 사람들의 통념상 이해할 수 없는 관계를 시작하게 되는 어떤 마음의 움직임, 자신의 내면에도 깊은 어둠이 존재하기 때문에 고통 받는 상대방을 알아볼 수 있는 통찰력이 더 중요하다. 이런 인물들을 등장시키는 영화는 배우의 힘에 의존해야 하며 그 배우의 연기를 오랫동안 담아낼 수 있는 롱 테이크를 필요로 한다.

노련한 배우들은 현실 세계 속 인간이 흔히들 TV 예능 프로에서 ‘캐릭터’라고 부르는 고정된 성격과 전혀 다른 존재라는 것을 보여준다. 한 테이크 안에서 배우들의 표정은 미묘하게 달라진다. 심리를 그대로 누설하는 표정들, 타인 앞에선 욕하고 협박하다가도 등 돌리고 혼자 걸어가면서 울음을 터뜨리기 직전의 실룩거리는 입매를 숨기지 못하는 표정들…. 그들은 거칠고 두렵지만 동시에 연약하고 외롭다. 혹은 신을 믿고 타인을 위해 기도하지만 동시에 스스로를 구원하지는 못하는 수동적인 태도를 고수한다. 영화 중반에 조셉이 처음으로 활짝 웃을 때, 한나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울음을 터뜨릴 때 관객들은 거기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며 전율할 수밖에 없다.

영화의 원제는 ‘티라노사우루스(Tyrannosaur)’, 가장 강력한 육식 공룡이다. 일차적으로는 5년 전에 죽은 조셉의 뚱뚱한 아내를 가리키는 별명이자 약자들을 가차 없이 공격하고 자신에게 닥친 위험 앞에서 죄책감 같은 인간적 감정을 느낄 여유 없이 본능적으로 되받아치는 동물적 본능을 의미한다. 하지만 티라노사우루스와 인간을 구별해 줄 수 있는 건 저지른 죄의 유무라기보다 그 이후의 태도일 것이다. 생의 의지를 버리지 않고 희망을 찾고 싶어 하는 태도 말이다. 영국아카데미·런던비평가협회·시카고국제영화제·선댄스영화제 등에서 감독상과 여우주연상·남우주연상·작품상을 휩쓸었던 화제작이다.




시체가 돌아왔다
감독 우선호
출연 이범수, 류승범, 김옥빈
[영화] 디어 한나 外
이성적이고 치밀한 연구원 현철(이범수 분)과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동화(김옥빈 분), 그리고 사기꾼 진오(류승범)는 시체를 얻겠다는 목적 하나로 의기투합한다. 하지만 시체를 노리는 또 다른 일행이 이들을 추적한다. 한국영화에선 드문 막가파 B급 유머로 충만한 화제작.



타이탄의 분노
감독 조너선 리브스만
출연 샘 워싱턴, 리암 니슨, 랄프 파인즈
[영화] 디어 한나 外
시리즈 1편 ‘타이탄’ 이후 반신반인 페르세우스(샘 워싱턴 분)는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평온하게 살고 있다. 하지만 신과 타이탄의 갈등은 더욱 고조되고 있었다. 페르세우스는 아버지 제우스(리암 니슨 분)와 위기에 처한 인간을 구하기 위해 다시 한 번 전투를 치러야 한다.



그녀가 떠날 때
감독 페오 알라다그
출연 시벨 케킬리, 데리아 알라보라
[영화] 디어 한나 外
이스탄불에 사는 여성 우마이는 불행한 결혼 생활로부터 벗어나 아들 챔과 함께 고향 독일로 떠난다. 하지만 전통적 가치와 그녀에 대한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던 가족들은 결국 챔을 이스탄불로 돌려보내기로 결정하고 우마이는 다시 한 번 가족을 떠나야 한다. 베를린국제영화제 최우수 유럽 영화상 수상작.



김용언 영화 칼럼니스트 plat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