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상
자연과의 공존을 추구하는 현대인에게 채식을 고려시대 사찰음식으로 차려 내는 음식점이 있다. 그곳은 ‘높은 곳에서 극진히 배웅한다’는 뜻을 담고 있는 ‘고상’이다.![[맛집] 사찰음식을 코스 요리로 즐기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102/AD.25517551.1.jpg)
그래서 모든 음식들은 재료 본연의 맛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 ‘임금의 음식을 차려 놓은 상’이라는 뜻의 ‘어상’은 ‘고상’을 대표하는 코스 요리다. 비타민이 풍부한 과일과 채소를 말린 주전부리로부터 ‘어상’은 시작된다. 말린 과일과 채소향이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입 안에 부서져 들어오는 주전부리를 즐기다 보면 견과류와 들깨 즙으로 맛을 낸 사찰보양탕이 나온다. 고소한 들깨 즙으로 속을 따스하게 다스린 후 콩고기를 이용한 상큼한 채소 샐러드로 입맛을 돋운다. 항암 효과가 뛰어난 버섯과 채소로 끓인 열구자탕은 신선로보다 맑고 곱고 표고버섯 강정은 매실청으로 담근 고추장 소스의 풍미가 입 안에 오래 머무른다.
명이나물콩고기는 장수의 비결인 명이나물 절임에 구운 콩고기를 올려내는데 맛이나 식감이 고기와 거의 비슷하다. 기관지에 좋은 더덕을 효소와 잣에 버무려 낸 더덕잣무침, 콩으로 만든 떡갈비 코스가 끝나면 연잎 밥과 국, 정갈한 밑반찬이 한상 차려 나온다. 성인병과 노화 방지에 좋은 유기농 연잎에 찹쌀과 견과류를 넣고 찐 연잎 밥은 은은하게 배어든 연잎 향이 멋스럽고 가끔씩 씹히는 견과류의 고소함도 즐겁다. 고사리·콩나물 등의 채소와 콩고기를 버섯 육수로 끓인 채개장에서는 맑고 은은한 육개장 맛이 느껴진다. 오미자차를 끝으로 긴 식사는 마무리된다.
끓이고 절이고 무치고 찌고 굽고 튀긴 요리들은 채소 본연의 맛과 향을 잘 지키고 있다. 그래서 음식들은 저마다 독특한 맛과 향을 지니고 있지만 자극적이지 않고 씹으면 씹을수록 깊고 그윽한 맛이 우러난다. 상처받은 몸과 마음을 치유하기 위한 밥상을 차려 낸다는 초심을 잃지 않으려는 송수미 대표는 더 많은 이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 제2, 제3의 ‘고상’을 계획 중이다. 몸과 마음이 좋아하는 자연을 꼭 닮은 음식이 있는 곳, ‘고상’이다.
![[맛집] 사찰음식을 코스 요리로 즐기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102/AD.25517552.1.jpg)
백지원 푸드 칼럼니스트 bjwon9113@hanmail.net┃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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