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 ‘고착’…오피스텔 ‘비상’

“재건축을 기대하고 7년 동안 보유하고 있었는데, 더 떨어질 것 같아요. 언제 매도해야 할까요?” “30억 원 정도 현금으로 투자할만한 강남권 빌딩이나 상가 좀 찾아주세요.”

올 들어 강남권 주거용 부동산에 거주하거나 투자해 놓은 이들의 방문이 잦다. 신규 매수보다 적절한 매도 타이밍을 묻는 분들이 대다수다. 반면 수십억 원의 자금으로 강남에 있는 중소형 빌딩과 상가를 매입하거나 신규 분양하는 오피스텔에 투자하려는 이들은 큰 폭으로 늘고 있다.

강남 지역 중소형 빌딩은 공실률이 줄면서 임대 수익이 안정되고 있는 데다 신분당선과 지하철 9호선 연장선 등의 호재로 투자자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게다가 유명 연예인들의 빌딩 매입으로 관심이 초점이 되고 있어 수억 원대의 현금을 쥐고 있는 일반인들조차 최종적인 투자 목표가 재건축 아파트나 토지에서 강남권 중소형 빌딩으로 옮겨가는 실정이다. 이는 주택 시장과 토지 시장의 상승 기대감이 대폭 꺾인 데다 안정적인 임대료와 리츠(부동산투자회사)의 매입 수요와 함께 사옥으로 사용하려는 기업들이 매매 시장에 가세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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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연예인들의 ‘빌딩 매입’

강남권 중소형 빌딩은 현재 철저한 매도자 우위 시장이다. 적당한 물건을 찾고 가격을 조율하고 계약을 체결하는데 통상 6개월은 기본이고 길게는 1년까지 소요된다. 이르면 오는 8월 국토계획법 개정을 앞두고 일부 지역에서 증·신축 시 적용되는 용적률이 높아짐에 따라 혜택을 보는 지역을 문의하는 발 빠른 자산가들도 하나둘 나타나고 있다. 즉 2개 이상의 용도지역에 걸쳐 지어져 용적률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는 건물을 숨어 있는 알짜 상품으로 판단한다는 뜻이다.

개정 법령은 한 건물이 2개 이상 용도지역에 걸쳐 지어졌을 때 용도 지역별 가중평균을 산출해 용적률을 구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100㎡ 대지 중 60㎡가 3종 일반 주거지, 40㎡가 준주거지라면 3종 일반 주거지 용적률 250%와 준주거지 용적률 400%를 가중평균한 310%가 최종 용적률이 된다. 면적이 큰 쪽 용도지역의 용적률을 적용하는 현행 법률을 적용한 용적률 250%보다 60%가량 높아지는 셈이다. 용적률이 올라간 만큼 건물 층수나 총면적도 함께 늘어나게 되고, 이는 곧 자산 가치의 증대를 의미한다.

강남에서 분양한 오피스텔도 주택 시장과 상반된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청약 경쟁률만 봐도 알 수 있는데, 지난 2월 한 달간 강남권에서 분양된 3개 단지의 오피스텔 청약은 가히 열풍 수준이었다.

강남역 효성 인텔리안 더퍼스트는 총 358실 공급에 1만26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 28 대 1을 기록했다. 강남구 역삼동에서 분양한 강남역 쉐르빌도 26 대 1을 기록했다. 이들보다 앞서 분양한 송파구 잠실동 잠실 아이파크는 평균 45 대 1의 경쟁률을 보였으며 최고 139 대 1까지 경쟁률이 치솟았다.

이와 같이 강남권에 있는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은 수요가 풍부한 단지는 청약 경쟁률이 수십 대 1을 보이는 일이 다반사다. 강남의 수익형 부동산이 인기인 주된 이유는 ‘강남권에 뭔가 소유하고 있다’는 상징성 외에도 공실률이 다른 지역에 비해 낮고 임차인 관리가 쉽다는 장점 때문이다. 즉 주변의 다른 지역에 비해 임대 수익률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수요가 풍부해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고 환금성도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 비즈니스 대로로 불리는 강남대로와 테헤란로가 교차하는 강남역 일대는 수많은 기업과 법인이 밀집해 있는 곳으로, 소형 주택의 임대 수요가 항상 충분하다. 반면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의 공급 규모는 수요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어서 당분간 이런 인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강남의 아파트 시장은 신규 분양 시장과 재건축 아파트의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정리할 수 있다. 신규 주택 시장은 청약 인파가 몰리는 반면 서울시의 재건축 규제 여파로 기존 아파트 가격은 추락하고 있다.

실제 부동산 정보 업체 닥터아파트가 2003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값을 조사한 결과 작년 3월부터 지난달까지 12개월째 하락하며 1년 동안 7.63%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강남구가 마이너스 10.83%로 가장 많이 빠졌고 강동구(-9.46%)·송파구(-7.92%)·서초구(-3.36%)순으로 떨어졌다. 유럽발 금융 위기 등으로 불거진 경기 침체 속에서 강남권 주요 재건축 단지들로 악재가 이어진 영향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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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별 양극화 지속될 것

작년 3월에는 강남구 개포동 지구단위계획 변경안이 보류됐고 넉 달 뒤에는 송파구 가락동 시영아파트 종상향에 제동이 걸렸다.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후에는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 재건축 아파트 값이 떨어졌다. 박 시장은 선거 공약으로 재건축·재개발 과속 개발 방지와 한강변 개발 재검토를 내세운 바 있다. 강남구 개포주공의 소형 주택 50% 건립 의무 등 잇단 재건축 사업 규제로 매수세도 갈수록 줄고 있어 획기적인 부동산 대책이 나오지 않는 한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약세를 나타낼 전망이다.

부동산 정보 업체 부동산114 조사 자료를 보더라도 지난 2월 말 기준 강남3구 재건축 아파트의 3.3㎡당 평균 매매가는 3000만 원을 조금 웃도는 3162만 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 3055만 원 이후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여기에 1~2인 가구가 늘고 집값이 그간 많이 오르면서 주택을 ‘소유’보다 ‘거주’ 개념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사회 전반에 걸쳐 확산된 것도 재건축 시장 침체에 한몫했다. 거주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높은 비용을 지불할 이유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재건축의 풍향계로 불리는 대치동 은마아파트 실거래가(전용면적 77㎡ 기준)는 지난 2월 8억 원 아래로 떨어졌다. 이 아파트 실거래가가 8억 원 이하로 내려간 건 금융 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1월 이후 처음이다.

당분간 강남권 재건축 시장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해 실수요자들을 중심으로 신규 분양 단지에 관심이 몰릴 것이고 재건축을 필두로 한 기존 아파트와 주상복합 아파트 가격은 획기적인 부동산 활성화 대책이 나오지 않는 한 적어도 올해 하반기까지는 하향세가 이어질 것이다.

강남권 부동산 시장이 안 좋다는 얘기는 엄밀히 따지면 재건축을 비롯한 기존 아파트 시장이 침체돼 있다는 뜻이다. 반면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을 비롯한 중소형 빌딩, 상가 주택, 개발 가능한 단독·다가구주택에 대한 수요는 꾸준한 편이다. 실제 연 수익률이 3%밖에 나오지 않는 30억~50억 원대 규모의 중소형 빌딩은 강남권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수요자들이 매입 문의를 밝힐 정도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 ceo@youand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