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진출의 관문 태국

아세안은 중국 다음으로 큰 한국의 교역 상대다. 지리적 인접성과 문화적 동질성 등 경제 외적 요인에 더해 해외 진출의 필요성이 절실한 우리 기업에는 자원이 풍부하고 성장 잠재력이 큰 이 지역이 우선 진출 대상이다. 종전과 같이 아세안의 특정 국가만을 진출 대상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아세안 전체를 바라볼 필요가 있으며 어느 나라를 통해 아세안으로 접근할지 전략적 판단이 요구된다.

1997년 채택된 ‘동남아시아국가연합 비전 2020’은 2020년까지 안정적으로 번영하며 경쟁력을 갖춘 아세안 경제 지역이 될 것을 표방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03년 경제 통합의 최종 목표로 아세안경제공동체(AEC)를 목표로 하는 ‘아세안 의정서 II’를 채택했다. 그리고 2005년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이를 2015년으로 앞당기기로 했다.

2009년 기준 아세안은 인구 5억9200만 명, 국내총생산(GDP) 1조4920억 달러, 교역 규모 1조5360억 달러, 외국인 직접투자 600억 달러, 고용 규모 2억7600만 명이다. 아세안 국가들이 정치적 결합을 넘고 국경을 넘어 물류·자본·인적 교류가 활발한 하나의 시장이 되는 것을 목표로 추진 중인 AEC는 아세안 진출에 대한 전략적 판단을 필요로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어느 국가에 진출하더라도 상품·서비스·자본·숙련노동의 이동이 일정 수준 자유화돼 있고 내국인 대우가 가능하기 때문에 한국 기업으로서는 그만큼 아세안 지역 진출에 힘을 실을 수 있다.

태국은 의외로 한국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나라다. 작년 100만 명의 한국인들이 태국을 방문했고 한국을 방문한 태국인들도 30만 명을 돌파했다. 하루 15편 이상의 항공편이 양국에 취항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을 매우 발전된 나라로 인식하고 한국 드라마와 음악과 음식을 즐기는 태국인들에 비해 한국에서는 태국이 그저 골프 여행 또는 관광지로만 알려져 있다.

태국은 우선 도로·항만·산업공단·통신 등 경쟁력 있는 산업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임금 대비 생산성이 높은 양질의 노동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정부는 경쟁력 있는 투자 유치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대외적으로 아세안·한국·일본·중국·인도·호주·뉴질랜드·페루 등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 대외 진출이 용이한 장점이 있다.
[태국] 산업 인프라 우수…양질의 노동력 보유
지정학적으로 인도차이나 5개국 및 아세안의 중심이다. 특히 미얀마 투자의 전초지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다른 역내 국가와 비교해 볼 때 상대적으로 법률제도가 잘 정비돼 있고 안정된 환율 등 경제 여건도 유리하다. 태국 경제에서 관광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미미하며 안정된 제조업 기반을 갖추고 있어 경제는 나름 건실하다. 또한 수준 높은 국제 학교가 100여 개에 달할 정도로 생활 여건도 안정적이다.

유수의 한국 대기업들이 신규 공장 설립을 계획하고 있거나 검토 중인데, 앞으로는 태국의 주요 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 것도 고려해볼만하다. 발전 단계가 낮아 M&A를 하더라도 바로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려운 역내 다른 국가에 비해 좋은 접근 전략이다. ‘한류’ 열풍의 영향으로 한국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최근에는 인쇄된 태극기가 부착돼 있는 한국산 음료, 식품 등이 갑절의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흔히 우리보다 앞서 진출한 일본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고 짐작하고 있지만 태국투자청(BOI)은 투자 다변화의 일환으로 한국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BOI 서울사무소가 개설돼 있고 지난 3월 26일 태국 총리가 참석하는 태국 투자 유치 세미나도 서울에서 열렸다.



정재형 법무법인 지평지성 파트너변호사·태국 사무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