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일치의 시대.’ 최근 신문 등을 통해 세상 돌아가는 모양새를 볼 때마다 떠오르는 생각이다. 경제적 측면에서 불일치는 과도기적 상황 혹은 전환점이 되는 경우가 많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으로 대표되는 정부 주도의 경제성장 방식에 일대 전환점이 된 것은 1997년 말 외환 위기였다. 외환 위기를 거치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생관과 가치관은 혁명적으로 변했다. 일대 전환점이 된 것이다. 외환 위기처럼 커다란 외부 충격은 아니더라도 지금 우리는 적지 않은 삶의 불일치를 경험하고 있고, 그로 인해 경제적으로 팍팍함을 느끼고 있다.

일차적으로 언급할 수 있는 것은 직장 수명과 평균 수명의 불일치다. ‘인생 100세 시대’라는 말이 상용어가 될 정도로 인류는 앞으로 장수 시대를 살게 될 것이다. 그런데 직장 수명은 구조조정이 일상화되고 있고 설사 정년까지 직장 생활을 한다고 하더라도 50대 중반을 전후로 회사를 떠나야 한다. 직장 수명과 평균 수명의 불일치는 회사 이외에도 새로운 직업이나 일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는 과제를 던져 준다.
[이상건의 재테크 레슨] 수명과 직업·자녀와 경제력·세대 간 갈등… ‘불일치의 시대’ 인생 시나리오
직장 수명과 평균 수명의 불일치가 주는 과제

자녀와도 불일치가 발생하고 있다. 농업 기반 사회에서 자녀의 숫자는 곧 노동력의 증가 여부와 직결됐다. 다산(多産)은 축복이었고 이는 경제적 풍요로 이어졌다. 대부분의 문명권에서 다산을 기원하는 풍습이 존재하는 것은 자녀의 숫자가 경제력을 결정했기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다. 하지만 산업화 사회를 거치고 지금처럼 지식 기반 사회에선 다산이 풍요로 연결되지 못한다.

지식 기반 사회의 부가가치는 인적 능력이 결정하므로 이를 위해 많은 투자가 필요해진다. 경제가 발전할수록 교육비 지출이 증가하고 자녀 양육 부담이 커지는 배경이다. 문제는 산업화·고도성장의 시대에는 일정 수준의 교육만 마치면 큰 어려움이 없이 취업할 수 있었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저성장·고령화 추세로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가 많이 창출되지 않고 있다.

세대 간의 불일치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일례로 부동산 시장을 살펴보자. 자녀 2~3명을 둔 사람은 자녀들이 출가하고 노년에 접어들면 어느 정도 집을 줄여갈 필요가 있다. 물론 경제적 능력이 있는 사람은 고급 주택에 여전히 살 것이다. 이때 이 집을 누군가 사 줘야 하는데, 바로 그 신규 구매자는 다음 세대들이다. 우리나라로 얘기하면 지금의 20~30대가 현재 40~60대의 집을 사 줘야 한다. 그런데 젊은 층의 경제 사정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고용 불안으로 젊은 층이 일자리 고통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복지 문제도 앞으로 세대 간의 불일치 문제를 겪을 것이다. 정부 재정이라는 것은 한계가 있다. 무한정 재정을 확대하다 보면 재정 위기로 이어지고 경제는 극심한 위기에 빠져들 것이다. 그래서 정부 재정은 우선순위에 입각해 배분이 이뤄져야 한다. 핵심은 한국 사회의 고령화가 진척되면 노인들에게 더 많은 돈이 투입되게 되고, 이는 결국 젊은 층의 혜택이 줄어드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점이다. 세대 간의 나눠 먹기 게임이 벌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일부에서 퍼 주기식 복지보다 일하는 복지를 표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이런 불일치를 해결하는 방법은 계속 경제가 성장해 일자리가 늘고 소득이 증가하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나라든지 30년 이상 고성장을 구가한 예가 없고, 고령화 추세로 고령자의 증가는 이미 와 있는 미래다. 이런 상황에선 불일치 국면이 상당 기간 존재할 것이라고 가정하고 인생의 시나리오를 짜는 것이 현명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불일치가 전환점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지금 준비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에는 미래에 너무도 다른 인생 그림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이상건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 상무 sg.lee@miraeass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