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불멸의 진리를 추구한 플라톤


플라톤은 귀족 출신입니다. 정치의 세계로 뛰어들어도 충분히 성공하고 호화롭게 잘살 수 있었지만 소크라테스를 만나 진리 탐구 세계에 온몸을 던집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학문의 전당의 대명사 ‘아카데미’는 플라톤이 연 최초의 대학입니다. 그는 수학과 기하학의 엄밀함을 진리의 표상으로 내세웁니다. 시인과 같이 허구를 추구하는 것을 극도로 혐오합니다. 영원불멸의 진리를 추구하는 플라톤다운 구상입니다.

플라톤은 28세에 스승 소크라테스의 사형을 목격합니다. 진리를 평생 추구해 왔고 정의를 사랑했던 스승이 말입니다. 이에 플라톤은 민주주의가 완벽한 정치제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무지가 다수결이라는 미명 하에 판을 치는, 어리석은 정치판이라고 비판합니다. 스승 소크라테스를 주인공으로 24편의 대화 형식의 작품을 씁니다. 진리를 찾기 위해서였죠. 이것이 그 유명한 플라톤의 ‘대화편’입니다.
[고전에서 배우는 ]동굴을 박차고 나가는 자만이 태양을 본다
태양을 본 죄수가 동굴로 돌아온 까닭

(대화편에서) 플라톤의 ‘국가’는 3가지 계급으로 구성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철인 왕(philosopher king), 다음은 전사, 그리고 노동자입니다. 회사로 보면 사장과 직원으로 비춰볼 수 있겠죠.

우선 왕·지도자에게 요구되는 덕목은 지혜입니다. 지혜는 삶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을 알아서 조직의 방향을 제대로 잡는 것이 지도자입니다. 전사에게 필요한 것은 용기입니다. 외적을 방어하고 내부 질서를 유지하죠. 플라톤 시기에 전사 계급은 다부다처제로 살아갑니다. 자기 자식이 누군지 모릅니다.

그래서 모두를 보호하기 위해 몸을 던진다는 것입니다. 기업도 일류 조직에 가 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직원들의 주인의식입니다. ‘공통의 이익을 위해 모두가 하나 되는 마음’입니다. 이 마음이 있을 때 전사의 용기는 진가를 발휘합니다. 다음 노동자에게 필요한 것은 근면 절제입니다. 효율적으로 일하고, 탐욕에 눈이 멀지 말아야 합니다. 이렇게 철인왕·전사·노동자로 구성된 국가는 비로소 ‘정의’라는 덕목을 실현합니다.

그러면 철인왕은 용기 있는 전사, 근면한 노동자들과 어떻게 소통해야 할까요. 플라톤의 솔루션을 들어보겠습니다. 동굴 속에 죄수들이 갇혀 있습니다. 한 번도 밖에 나가 본 적이 없습니다. 등 뒤에 횃불이 있고 앞에는 동굴 벽면만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자신들의 그림자만 현실에서 존재하는 유일한 것으로 알고 살아왔습니다. 이때 어느 한 죄수가 말합니다.

“동굴 밖에 나가면 혹시 새로운 세상이 있을지 몰라.” 어렵게 나간 죄수는 눈부신 태양을 바라본 순간 눈이 멀 것 같습니다. 동료들에게 태양의 존재를 알리려고 합니다. 그런데 눈이 적응되지 않아 자꾸만 비틀거립니다. “뭐 태양이 있다고? 앞도 제대로 못 보고 비틀거리는 주제에…. 너나 잘하세요.” 자 여러분이 태양을 본 그 죄수라면 동료 죄수들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요. 플라톤의 그 유명한 ‘동굴의 우화’입니다. 플라톤은 지상에서 우리가 감각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은 불완전한 그림자, 눈으로 볼 수 없는 이데아야말로 영원한 존재라고 봤습니다.

그러면 여기서 동료 죄수를 설득해야 하는 그 불쌍한 죄수는 누구일까요. 바로 리더입니다. 자신도 감각적으로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그 태양의 존재. 바로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설득해야 하는 그 죄수가 처한 상황. 이것이 바로 우리 사회의 리더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인 거죠.

여러분 잘 한번 생각해 보시죠. 어떻게 태양으로 비유되는 이데아를 발견할 수 있나요. 그것은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우리에게 천부적으로 주어진 이성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플라톤에게 진리란 새롭게 발견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인간은 천부적으로 진리를 이미 인식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외부 세계에 대한 경험이 하는 일은 우리 자신의 내부에 들어 있는 양심과 이성의 능력을 일깨워 주는 겁니다. 비전을 명확하게 가지는 일은 자신의 내부를 성찰하고 사물을 주의 깊게 관찰하는 겁니다.

왜 그 죄수, 아니 리더는 자기 혼자 태양을 발견하곤 외부 세계로 탈출하지 않고 다시 동굴로 돌아왔을까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큰일은 절대로 혼자서 할 수 없습니다. 바로 비즈니스는 사람을 매니지(manage)한다는 말의 의미입니다. 혼자 동굴을 탈출해 방랑하고 돌아다니는 것은 리더로서의 자세가 아닙니다. 자신의 동료·부하들과 함께 비전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리더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태양과 같은 비전은 어떤 걸까요. 이 세상에 가치 있는 것 중에 물질적인 것은 없습니다. 필자는 학생 3000명을 대상으로 다음과 같은 조사를 해 본 적이 있습니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 절대 포기할 수 없는 10가지를 써라. 그리고 하나 둘 지우라고 한 다음 맨 마지막 남는 1개는 무엇일까요. 크게 3가지로 압축됩니다. 절대자·가족·사랑. 결국 마지막에 남는 것은 사랑입니다. 만약에 우리 조직의 비전을 세우는 데 사랑이 빠지면 가장 중요한 것이 빠지는 겁니다. 모든 조직의 비전이 이기심으로만 가득 차 있다면 그것은 태양과 같은 비전이 될 수 없습니다. 태양은 모든 사람과 사물을 골고루 비춰주니까요. 지속 가능한 비전을 수립하는 리더가 되세요.



두려워도 자신의 비전을 실천하는 리더

한 선장이 아무도 가지 않은 서쪽을 향해 항해하고 있었습니다. 가도 가도 원하는 육지는 끝내 나오지 않는데요. 결국 죽음의 공포에 휩싸인 선원들이 반란을 일으킵니다. 선장을 돛대에 묶고 배를 당장 돌릴 것을 요구합니다. 지구는 둥글다는 사실 하나만 믿고 항해에 나선 선장은 말합니다. “이틀만 시간을 다오. 그래도 인도가 안 나오면 돌아간다.”

겨우 풀려난 선장은 선실에 앉아 독백합니다. “사실 나도 처음 가보는 데….” 이틀 뒤 그들은 아메리카를 발견합니다. 콜럼부스의 신대륙 발견기입니다. 리더는 이처럼 자신도 한 번 가보지 않은 길을 다른 조직원에게 설득하는 소통력을 발휘하는 사람입니다. 두려워할 줄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두려워도 자신의 비전을 실천에 옮기는 사람이죠.

여러분은 어떤 동굴에 살고 있나요? 누구나 동굴에 갇혀 있을 수 있습니다. 자기와 의견이 같은 사람, 그저 옳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갇힐 수 있습니다. 플라톤의 죄수처럼 여러분도 자신의 동굴을 박차고 나가 태양을 발견해야 합니다. 비전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잘 만져지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수립하고 구성원들에게 소통해야 합니다. 동굴의 우화에서 핵심은 혼자 태양을 발견하고 떠나버리지 않고 돌아온다는 것입니다.

위대한 리더들은 높은 꿈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현실을 직시합니다. 동굴을 버리지 않고 안주하지도 않는 사람이 바로 리더입니다.





김형철 연세대 철학과 교수

khc60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