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환 한국금융연수원장

한국금융연수원은 1976년 설립 이후 200만 명이 넘는 금융회사 임직원들을 교육해 온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금융 전문 연수 기관이다. 한국금융연수원(이하 금융연수원)은 금융 연수 외에도 120만 권 이상의 금융 전문 도서를 보급하는 것은 물론 10종의 자격 검정 제도를 운영해 이를 통과한 4만5000여 명의 전문화된 인재를 금융권에 공급하며 한국 금융 교육의 산실로 자리 잡았다. 특히 2009년 김윤환 연수원장 취임 후 ‘국제(Global Standard)화’에 드라이브를 걸며 조직의 인적·물적 경쟁력이 업그레이드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금융연수원을 이끌고 있는 김윤환 원장을 만났다.
“금융 인력 국제화에 ‘올인’했죠”
금융연수원의 자격 인증이 금융권에서 전문성과 실용성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현재 어떤 자격 인증 제도를 운영 중입니까.

금융연수원이 총괄하는 자격은 모두 10가지입니다. 먼저 국가가 인정하는 국가 공인 자격은 모두 7가지입니다. 신용분석사·여신심사역·국제금융역·자산관리사(FP)·신용위험분석사(CRA)·외환전문역 1종·2종이 그것입니다. 또 은행 텔러와 영업점 컴플라이언스 오피서 인증을 자체적으로 운영 중이며 KBI 금융 지식 테스트 시험도 치르고 있습니다. 작년 한 해에만 이들 시험에 2만4000명이 응시했습니다.

금융연수원의 자격에 대한 기업의 신뢰가 높은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전문화된 영역에 대한 자격 인증 시험이라는 겁니다. 이를 테면 여신심사역·CRA·국제금융역 등은 해당 분야에 대한 업무 경험과 전문 지식이 없으면 자격을 취득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단순히 교재를 암기해 문제를 푸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둘째, 금융연수원에서 운영하는 자격증은 철저히 실무에 대한 지식과 능력에 대한 평가가 기반이 됩니다. 즉 자격증 취득자는 바로 현장에서 해당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셋째, 평가 시스템이 매우 엄격합니다. 각 자격별로 학계·업계 등 해당 분야를 대표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검정시험관리위원회’를 둡니다.

최근에는 금융회사 임직원뿐만 아니라 대학생 및 일반인의 등의 자격시험 응시율이 높아졌다고 들었습니다.

2007년만 해도 우리 자격시험의 응시 인원 중 학생 및 일반인의 비중은 41%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작년에는 이 비중이 57%까지 치솟았습니다. 이유는 수요와 공급 모두에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금융회사에서는 준비된 인력들을 선호합니다. 실제로 우리가 운영하는 각종 시험의 합격률은 평균 25% 수준에 불과합니다. 그만큼 시험을 통과한 인력은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이 해박해 취업 후 현장 적응이 빠르다는 점 때문에 금융회사 인사 담당자들이 선호하는 게 사실입니다.

지난해부터 ‘KBI 금융 지식 테스트’를 치르고 있습니다. 이를 시작한 배경은 무엇입니까.

미국·영국 등 세계 주요 금융 선진국들은 일반 국민들의 금융 지식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일반인 대상 금융 교육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국가에서조차 국민들의 금융 지식이 부족한 형편입니다.

한국도 선진국보다 금융 지식이 적으면 적었지 더 많다고 하긴 어렵다고 봅니다. 금융 지식의 부재는 과소비 문화의 확산과 신용 불량자 양산의 문제뿐만 아니라 빈부 격차의 확대 등 사회문제를 야기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일반인 및 금융인들의 금융 상식과 지식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도입했습니다.
“금융 인력 국제화에 ‘올인’했죠”
KBI 금융 지식 테스트는 어떻게 치러집니까.

평가는 금융 상식과 금융 지식으로 나뉩니다. 전자는 금융 경제 기초 지식, 금융회사의 기능, 기본 상품 등에 대한 이해도를, 후자는 은행 업무 관련 지식을 중점적으로 테스트합니다. 벌써부터 이 시험은 은행 등에서 인사고과에 활용하기로 할 정도로 반응이 좋습니다.

‘금융 마이스터’ 인증 제도도 도입하셨습니다. 금융 마이스터는 무엇입니까.

마이스터는 해당 분야의 최고 전문가라는 뜻입니다. 제 생각에는 아직까지 한국의 금융권에는 이것도 저것도 하는 제너럴리스트는 많지만 특정 분야의 최고 수준에 오른 스페셜리스트는 매우 부족합니다. 세계 금융의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국내 금융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전문성과 실무 역량을 갖춘 금융 전문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할 수 있는 제도의 도입, 시행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금융 마이스터는 개인금융·기업금융·자산운용·외환·국제금융 등 다섯 개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를 인증하는 제도입니다. 인증에는 금융회사 종사자와 일반 기업의 재무나 자산운용 담당자 등 금융의 최일선에서 뛰는 사람들만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이들이 금융 마이스터가 되고자 한다면 먼저 금융연수원이 진행하는 전문 과정을 이수하고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은 물론 실무 경력 3년 이상을 인정받아야만 가능합니다.

원장님 취임 후 금융연수원에 많은 발전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먼저 금융연수원의 누적 연수 인원이 200만 명을 돌파한 것에서 큰 의미를 찾습니다. 금융 전문 교육기관이 이룬 성과로는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일입니다.

이와 함께 교육과정의 국제화도 중점적으로 추진했습니다. 금융연수원에서 운영 중인 전문 과정을 중심으로 교과 내용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려고 노력했습니다. 과정 운영도 해외의 우수한 강사들을 초빙해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힘썼습니다.

또 해외의 금융인들이 금융연수원에서 교육을 받는 국제 연수 프로그램을 적극 추진했습니다. 작년 한 해에만 5개 과정에 21개국 124명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습니다. 제가 취임하기 전인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국가는 2개 과정 9개국에 불과했습니다.

이런 노력이 결실을 얻어 최초로 2015년에 제21차 세계금융연수기관 총회를 유치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습니다.

원장님께선 특히 고졸 인력 취업을 지원하는 데 큰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학력이라는 벽이 존재했습니다. 이는 결국 유능한 고졸 인력의 취업 기회를 막고 무조건적인 대학 진학으로 이어져 청년 실업 심화라는 국가적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지난해부터 ‘고졸 인력의 금융권 취업 확대를 위한 종합 지원 방안’을 마련해 운영 중입니다. 금융권 취업을 꿈꾸는 고등학생들에게 각종 자격증 응시료나 교재 구입비를 감면하는 것은 물론 무료 사이버 교육과 진로 지도 등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 전국 49개 전문계 고교 학생 및 교사 6448명을 대상을 현장 방문 취업 교육을 하기도 했습니다.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까지 이 자리에 참석해 네 시간에 걸친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원장님께서는 한국은행과 ADB를 모두 거친 국내의 대표적 국제금융 전문가입니다. 올해 한국 경제를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한국을 둘러싼 글로벌 경제 대국들의 상황이 매우 좋지 않아 보입니다. 미국만이 유일하게 양호한 모습을 보이지만 제 관점으로는 ‘미미한 수준’으로 생각됩니다. 저는 올해를 작년 벌어졌던 금융 위기가 ‘현실로 나타나는 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 같은 어려움은 향후 몇 년 동안 지속될 겁니다. 우리 경제도 힘든 시기가 분명합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