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로스터 김숙희

요즘의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커피 공화국을 방불케 한다. 어딜 가도 대형 커피숍들이 거리에 즐비하다. 최근 2~3년 동안에는 직접 커피콩을 볶아 핸드 드립으로 커피를 추출하는 일명 ‘로스터리 카페’들도 부쩍 늘어났다.

서빙고동에 들어선 ‘카페 드 파젠다’ 역시 국내의 대표적 여성 커피 로스터인 김숙희 대표가 오픈한 ‘로스터리 카페’다. “커피 로스터는 맛있는 커피를 만들기 위해 생두를 볶는 역할을 하는 커피 전문가를 일컫는 말이죠. 신선한 커피콩을 정성들여 볶아내면 본연의 맛과 향이 더욱 잘 우러나죠.”
[프로의 세계] 40대 중반의 나이에 ‘새 길’을 찾다
김 대표가 커피를 공부하기 시작한 것은 약 13년 전 대학 평생교육원에서 실시하는 커피 강좌를 취미 삼아 듣게 되면서다. “그저 단순히 좀 더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싶다는 개인적인 욕심에서 시작한 공부였어요. 하지만 배우면 배울수록 커피의 매력에 더 깊이 빠지게 됐죠.”

정규 강좌를 모두 수료하고서도 커피의 배움에 대한 목마름은 채워지지 않았다. 40대 중반이라는 나이도, 가정주부라는 위치도 커피의 매력 앞에서는 장벽이 될 수 없었다. 그날 이후 세계 각국의 커피 산지, 인도네시아·일본 등의 유명 커피 연구소를 직접 찾아가 커피에 대해 배우기 시작했다.



영화 ‘가비’의 커피 자문으로 커피의 매력 전파

최근 개봉된 영화 ‘가비’는 커피와 사극이라는 소재의 결합으로 일찌감치 많은 이들의 관심을 불러 모은 작품이다. 영화 ‘가비’의 감독은 3년 전부터 그녀를 찾아와 커피를 공부했다. 주연을 맡은 영화배우 김소연과 주진모 역시 김 대표에게서 핸드 드립 커피의 노하우를 배워갔다. 그 덕분에 영화 시사회에서는 김 대표의 코치 아래 직접 능수능란하게 커피를 내리는 시연까지 할 정도가 됐다.

“어떻게 해야 맛있는 커피를 끓일 수 있는지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해요. 제 대답은 늘 같아요. 우선 자신에게 맞는 커피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죠. 자신이 어떤 향과 맛을 좋아하는지 알고, 그에 맞는 신선한 커피 원두를 선택한 후 기호에 맞게 세심하게 핸드 드립한다면 분명 최상의 커피 맛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커피콩을 볶을 때 윤기 있는 기름이 돌고 그 기름 냄새가 역하지 않은 신선한 커피콩을 선택한다면 좀 더 맛있는 커피를 즐길 수 있다. 이처럼 자신이 직접 커피를 배우고 또 가르치는데 그치지 않고 그녀는 아들까지 커피의 길로 끌어들였다.

한창 유학 중이던 아들에게 커피에 대해 공부할 것을 권한 끝에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유럽스페셜커피협회(SCAE) 커퍼(Cupper) 자격증까지 따게 만든 것이다. 그가 바로 국내 1호 커피 감별사로 유명한 이종혁 ‘파젠다 커피연구소’ 소장이다.

이제는 커피 전문가로서 자신 못지않게 유명해진 아들이지만, 커피에 대해서만은 조금의 양보도 하지 않는다. “커피를 알고 배우고 맛있는 커피를 찾는 문화가 정착되길 바랍니다. 제가 느낀 커피의 매력을 다른 분들도 꼭 알았으면 해요.”


약력: 1953년생. 13년 전 마흔여섯의 나이에 커피에 눈을 떴다. 여성 커피 로스터들의 모임인 ‘커피볶는여자’ 등 다양한 커피 전문가 모임의 회장도 역임했다. 최근 커피를 소재로 한 영화 ‘가비’의 커피 자문을 맡아 화제를 모았다.

김성주 객원기자 helieta@empal.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