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미국에서 얼마나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까.” 미국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애플의 성장과 일자리 창출 효과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의 불씨를 제공한 것은 당사자인 애플이다. 애플은 지난 3월 4일(현지 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아이패드와 아이폰 등의 판매를 통해 미국 내에서 창출하는 일자리 수가 51만4000개에 달한다”고 밝혔다. 여기엔 애플 제품을 디자인하는 엔지니어뿐만 아니라 제품을 배달하는 운전사, 운반에 사용될 트럭을 제조하는 사람까지 포함돼 있다.

애플은 왜 이 같은 숫자를 공개했는지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미국에서 고용과 제조업 부활이 주요 화두로 떠오른 것과 관련이 있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고용이 화두로 떠오르자 정보기술(IT) 기업들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들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기반으로 엄청난 수익을 내는 반면 고용 창출은 별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모든 완제품을 중국에서 생산하는 애플이 주요 타깃이 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애플은 세계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많은 회사가 됐지만 해외에서만 7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고 있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IT 산업의 발전과 고용 창출의 상관관계에 대한 논란은 오래전부터 계속돼 왔다. 미국 노동부 장관을 지낸 로버트 라이시는 “IT 산업의 발전으로 제조업 고용이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했다”며 “이는 미국 중산층 붕괴로 이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장 자동화로 일자리가 줄어들자 중산층 배출의 통로가 막혔다는 것이다.

라이시는 IT의 발전과 함께 미국 기업들이 저렴한 노동력을 찾아 해외로 나간 것을 중산층 붕괴의 중요한 원인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양극화의 결정적 원인을 제공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주장이 최근 미국 내에서 불고 있는 제조업 부흥이라는 화두와 만나 세계 최고 기업으로 성장한 애플의 고용 창출 논란으로 이어진 것이다.
An Apple employee stands near the company logo during a media preview, Wednesday, Dec. 7, 2011 in New York. The 23,000-square-foot personal electronics business in Grand Central Terminal will open Friday. (AP Photo/Mark Lennihan)
An Apple employee stands near the company logo during a media preview, Wednesday, Dec. 7, 2011 in New York. The 23,000-square-foot personal electronics business in Grand Central Terminal will open Friday. (AP Photo/Mark Lennihan)
“IT 발전으로 중산층 붕괴” 주장도

애플이 직접 고용한 직원을 제외하고 실제 몇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는지 집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한 전문가는 “애플이 고용 시장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정확한 규모를 산정하기는 어렵다”며 “고용 창출 효과는 추산하는 사람 마음에 달린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는 계산 방식의 문제로도 이어졌다. 간접 고용은 계산 방법에 따라 숫자를 마음대로 부풀리거나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미 의회 예산국은 2009년 재정 집행에 따른 고용 창출 효과가 160만~840만 명이 될 수 있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간접 고용 효과를 어느 정도로 인정하느냐에 따라 고용 창출 규모가 엄청나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간접 고용을 포함해 고용 규모를 늘리는 것은 애플뿐만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 등 상당수 기업들이 사용하는 방식이다. IT 기업들은 고용 문제가 나오면 이 방식을 들이민다. 이들이 세금 감면 같은 혜택을 받기 위해 로비할 때도 이 방식을 사용한다는 것이 NYT의 분석이다. 고용 창출에 기여했으니 감세 혜택을 달라는 주장이다.

애플이 고용 창출 효과 분석을 의뢰한 애널리시스그룹은 이에 대해 “25만7000개의 일자리가 애플과 직접 연관돼 있다”고 밝혔다. 이 중 애플이 직접 고용한 직원은 4만9000명이다.

이런 논란 자체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있다. 데이비드 아더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교수는 “애플이 미국 고용 시장을 확대해야 하는 짐을 질 필요는 없다. 실업률을 낮추고 고임금의 좋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은 정책의 문제이지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IT 산업의 발전과 일자리 창출의 관계에 대한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전설리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