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C칩 탑재…구글·삼성도 가세


성인 치고 지갑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명품이든 싸구려든 누구나 지갑을 가지고 다닙니다. 여기에는 돈(지폐)도 넣고 신용카드도 넣고 주민등록증도 넣고…. 많은 것을 넣고 다닙니다. 세계 테크놀로지(IT) 업계가 요즘 지갑 때문에 요란합니다. 기술 발달로 지갑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어지는데 이런 변화가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이죠.

제가 지갑을 들고 다니기 시작한 건 중학생 때부터였습니다. 초등학생 때만 해도 주머니에 동전도 넣고 구슬도 넣고 딱지도 넣고 그랬습니다. 그때는 지갑이란 게 뭔지도 몰랐습니다. 그전에는 ‘쌈지’란 게 있었죠.

어른들은 쌈지에 돈과 잎담배 등을 넣고 다녔습니다. 그 쌈지가 지갑으로 바뀌었으니 지갑이 다른 것으로 바뀌는 것도 예상할 수 있습니다.

요즘 지갑 얘기가 많습니다. 그냥 지갑이 아니라 전자지갑 ‘월렛(wallet)’ 얘기입니다. 스마트폰 있잖아요. 이게 바로 지갑 대용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폰에 넣고 다니는 지갑’이 바로 월렛입니다.

먼 훗날 얘기가 아닙니다. 이미 KT· SK텔레콤·LGU+ 등 통신 3사는 월렛이란 걸 만들어 보급하고 있죠. ‘올레마이이월렛’, ‘스마트월렛’, ‘유심월렛’ 등입니다.

통신 3사의 월렛은 포인트 카드 대용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습니다. 지갑에 대형 마트와 패밀리마트, 영화관 등의 멤버십 카드를 10개, 20개 넣고 다닐 필요가 없습니다. 통신사 월렛만 있으면 20개든 40개든 얼마든지 담을 수 있습니다. 물론 매장에서 월렛을 열어 카드를 제시하면 할인 받을 수 있습니다. 교통카드까지 월렛에 넣고 다니는 사람도 있습니다.
[광파리의 IT 이야기] 새로운 격전장으로 떠오른 전자지갑 ‘월렛’
멤버십 카드와 교통카드가 전부는 아닙니다. 핵심은 모바일 신용카드입니다. 스마트폰 월렛이 플라스틱 신용카드를 대체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한마디로 말해 월렛에는 수십 개의 멤버십 카드와 교통카드, 신용카드를 넣고 다니면서 매장에서 할인도 받고 버스나 지하철 요금도 내고 물건을 산 뒤 대금을 결제하기도 합니다. 모바일 결제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월렛에 적용된 기술은 근접통신(NFC)입니다. 10cm 이내의 근거리에서 두 기기를 대고 데이터를 주고받는 기술이죠. 스마트폰에 NFC 칩을 꽂으면 송수신이 가능해집니다. 이걸 활용한 게 월렛입니다. 안드로이드폰에는 NFC 기능이 탑재돼 있죠. 최신 안드로이드폰을 갖고 있다면 카드사에 전화를 걸어 모바일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월렛에 담고 다니면 됩니다.

아이폰에는 NFC 칩이 탑재돼 있지 않습니다. KT 가입자는 아이폰에 ‘NFC 케이스’를 씌우면 올레마이월렛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애플까지 아이폰에 NFC 기능을 도입하면 ‘NFC 월렛’은 대세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에는 애플이 미국 특허청에 ‘아이월렛(iWallet)’ 특허를 등록했다는 기사도 떴죠. 그렇다면 차세대 아이폰에 NFC를 도입할 가능성이 큽니다.

지갑을 지갑 전문 업체만 만들 수 있는 건 아니죠. 여성복 업체든, 남성복 업체든, 심지어 아동복 업체도 마음만 먹으면 만들 수 있습니다. 월렛도 그렇습니다. 너도나도 월렛을 내놓겠다고 합니다. 선두 주자 중엔 구글도 있습니다. 구글은 씨티은행 마스터카드과 제휴, ‘구글월렛’이란 걸 보급하고 있습니다. 삼성도 ‘삼성월렛’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김광현 한국경제 IT 전문기자 kh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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