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빈낙도’를 꿈꾸는 ‘귀촌(歸村)’이라면 모를까, 귀농(歸農)은 손수 밭을 갈고 씨를 뿌려야 하는 생업이 뒤따르는 변화다. 전문가들은 “삶의 터전은 물론이고 생활방식·가치관까지 한꺼번에 변화할 수밖에 없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농 인구는 해마다 급격히 늘며 사회적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더욱이 도시 생활 못지않은 고수익을 얻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삶의 여유와 경제적 풍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귀농 행렬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억대연봉 부농 되는 법] 베이비부머 귀농  ‘붐’
지난해 말 서울무역전시장에서는 농림수산식품부 등의 주관으로 ‘2011 대한민국 귀농·귀촌 페스티벌’이 열렸다. 11월 4일부터 6일까지 3일간이라는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무려 2만5000여 명의 ‘도시인’이 몰리며 대성황을 이뤘다. 하루에 8000명 이상의 관람객이 찾았다는 뜻인데, 귀농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한때 귀농은 이것저것 해보다 되는 일이 없을 때 선택하는 최후의 보루처럼 인식되곤 했다. 하지만 요즘은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직접 농사를 짓는 귀농이든, 단순히 시골에 거처를 마련하는 귀촌이든, 갑갑한 도시를 벗어나 농촌으로 돌아가는 삶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농림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귀농·귀촌한 가구는 1만503가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구당 2.2명으로 계산하면 농촌으로 내려간 사람은 2만3415명에 달한다.
[억대연봉 부농 되는 법] 베이비부머 귀농  ‘붐’
귀농·귀촌 인구 1년 새 급증

귀농 인구가 급격히 늘어난 데는 본격적인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전원생활 등 다양해진 삶의 가치관, 국가나 지자체의 귀농 활성화 대책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추가되는 결정적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소득’이다. 과거의 천수답식 영농에서 벗어나 과학적인 재배 기법과 특화된 작물을 선택해 ‘부농’의 꿈을 이루는 것이 쉬워졌기 때문이다. 숨통을 조이는 것 같은 직장 생활과 도시를 벗어나서도 웬만한 고액 연봉을 뛰어넘는 농촌 생활은 삶에 지친 도시인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하다.

농림부가 2010년 12월 1일부터 2011년 11월 30일까지 실시한 실태 조사 결과 연소득 1억 원이 넘는 농민은 1만5959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2009년(1만3994명)에 비해 14% 늘어난 수치다. 소득 2억 원 이상의 영농법인 763개까지 합치면 억대 농가 수는 1만6722가구에 달한다.

이미 초고령화사회로 진입한 농촌의 현실을 감안할 때 귀농인들의 역할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마을 개발 사업 및 농촌 체험 활동 등 농촌 개발 운동에 이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농림부가 마을 종합 개발 사업 및 체험 활동 등을 시행하고 있는 1063개소를 조사한 결과 귀농·귀촌인들이 마을의 핵심적인 리더 역할을 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체험마을 사업(34.3%)보다 마을 종합 개발 사업(72.0%)에서 귀농 리더들의 역할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마을 종합 개발 사업은 5~6개의 행정리로 1개 사업지구를 꾸려 70억 원 한도로 지원되는 대규모 사업이다. 낙후된 지역 경제를 살리는 데 귀농인들의 역량이 발휘되고 있다는 의미 있는 조사 결과다.

중앙정부나 각 지자체의 귀농·귀촌 장려 활동도 활발하다. 농림부가 올해 확대 재편할 ‘귀농·귀촌 종합센터(www.returnfarm.com)’가 대표적이다. 귀농·귀촌과 관련된 정책·정보 등을 한자리에서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통합 홈페이지다. 각 자자체도 농어촌 체험, 창업 자금 알선, 멘토링 상담, 귀농학교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도시민 유치 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올해 귀농 지원 프로그램이 마련된 시·군만 27개로 관련 예산만 26억 원에 이른다.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




취재=장진원·박진영·이진원 기자, 김성주 객원기자

전문가 기고=이우성 귀농인, 귀농 작가

사진=서범세·김기남·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