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분양 시장이 과열되면서 주요 역세권은 높은 분양 가격으로 예상 투자 수익률이 채 5%에도 미치지 못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2억 원 내외의 소액 투자자가 오피스텔 분양에 관심을 갖는 반면 투자 규모 10억~20억 원의 투자자들은 보다 높은 수익을 위해 원룸 건물을 직접 짓는 것에 관심이 많다. 공실 리스크도 적고 매달 안정적으로 월세를 받을 수 있으니 이만한 노후 준비도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도시지역 내 원룸 주택 입지가 가능한 곳은 이미 땅값이 많이 올라 있다. 이렇다 보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대부분 전용 15㎡ 이하의 초소형 원룸을 짓는다. 이렇게 지어야 만실 운영 시 8% 정도의 세전 수익률 기대가 가능하다. 처음에는 빌트인을 갖춘 신축 원룸이라 공실 없이 잘 운영되는 듯 보인다. 하지만 그다음이 문제다.
신축 원룸도 세월이 흐르면 결국은 노후화될 수밖에 없는데, 그때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건물 관리만 잘한다면 경쟁력을 장기간 유지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초소형 원룸을 짓게 되면 나중에 시장에서 외면 받을 소지가 높다. 이런 초소형 원룸에 거주했던 1인 가구 대부분은 너무 협소한 공간에 질려 1~2년 후면 비용이 조금 더 들더라도 보다 넓은 원룸을 찾아 떠난다. 그리고 그들이 떠난 곳을 다른 임차인이 다시 채운다.
이러는 과정을 몇 번 반복하다 보면 건물은 노후화되고 들어와 살겠다는 사람이 줄어 공실이 발생하고,임대료 인상은커녕 임대료 인하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일 수 있다. 수고는 수고대로 돈은 돈대로 들어가면서 수익이 들쭉날쭉한 미운 오리 새끼가 되는 것이다. 일본의 1인 가구 임차 면적 점점 커지는 중
젊은 1인 가구는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못해 월세로 살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고 또한 짐도 적어 비교적 자유롭게 이사하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지금과 같이 소형 주택 공급이 부족한 상태에서는 초소형 원룸도 신축이라면 주변의 노후화된 다가구주택에서 이사 와 임대가 잘된다. 하지만 향후 소득수준의 향상되고 1인 가구의 장기화 및 고착화 등이 진행되면 초소형 주택에 대한 수요는 줄 수 있다.
실제로 우리보다 빨리 소형 주택 임대 시장이 성장한 일본은 1인 가구의 임차 면적이 매년 넓어지고 있으며 2005년 현재 평균 전용 33㎡에 거주하고 있다. 향후 임차인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다양한 형태의 소형 주택들이 공급되면 이러한 초소형 원룸에서 우량 임차인들은 떠나고 공실 발생 가능성은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물론 벌써부터 이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얘기할 수 있다. 1인 가구의 급격한 증가로 도시지역 내 초소형 원룸들은 당분간 공실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택의 수명은 무척이나 길다. 그 긴 세월 동안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멀리 볼 수 있어야 한다. 생활 편의 서비스도 제공되지 않고 공장에서 찍어낸 듯 똑같은 특색 없는 초소형 주택들로는 앞으로 1인 가구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라는 말이 있다. 소형 주택 임대 사업을 통해 안정적인 임대 수익을 장기적으로 얻고 싶다면 상품의 소비자인 1인 가구의 억눌린 욕구를 미리 살펴야 한다. 그들과 함께 갈 수 있어야 멀리 갈 수 있다.
허혁재 미래에셋증권 WM컨설팅팀 차장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