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움직이는 ‘권력의 철옹성’ 엿보기
[Book] ‘중국 공산당의 비밀’ 外
1949년 이후 중국은 공산당이 지배하는 나라다. 그런데 이 당연한 사실이 낯설게 느껴진다. 오늘날 개혁·개방을 이끈 덩샤오핑의 통치 사상을 공산주의라고 표현하는 사람은 없다. 중국 최고지도자들은 연설할 때 겉으로는 마르크스주의를 내세우지만 고용 창출을 위해서는 무자비한 사유 경제에 의존한다. 과거 혁명 이전에 사업가들을 매판 집단이라고 경멸했던 그들이 1997년 홍콩을 반환받을 때는 홍콩 재벌과 제휴하는 데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 세계 최대의 공산주의 국가에서 공산주의가 소리 소문 없이 자취를 감춘 것일까.

하지만 거대 중국을 내면에서부터 장악하고 있는 것은 여전히 공산당이다. 중국 공산당의 당원은 약 7500만 명으로, 중국 인구의 12분의 1에 달한다. 이들은 과거 30년간 이뤄진 모든 개혁의 과정에서 인사와 언론, 인민해방군이라는 세 축을 장악해 권력을 유지해 왔다. 공산당의 이데올로기는 힘의 이데올로기이자 그 힘을 지키려는 이데올로기다. 1989년 톈안먼 사건과 소련 및 동유럽 위성국들의 붕괴로 존폐의 기로에 섰지만 번번이 살아났다.

중국에서 공산당은 신과 같은 존재다. 보이지 않고 접할 수도 없지만 어디에나 존재한다. 중국의 최고지도자들은 떠들썩한 선거 대신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결정된다. 이때 당은 마치 해자와 경비병에 둘러싸인 성채와도 같다. 성 밖에 있는 사람들은 성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결코 알 수 없다. 물론 안에서 새어나오는 소리를 듣고 짐작할 수 있는 일도 있지만 부패 사건이나 파벌 간의 충돌, 정책 실패에 따른 사상자들이 성 밖으로 던져지기 전까지는 공식적으로 아무것도 알 수 없다.

중국 50대 기업에 속하는 대형 국영기업 사장들의 책상 위에는 붉은색 전화기 한 대가 놓여 있다. 이 ‘붉은 기계’는 네 자리의 고유 번호를 가지며 단일한 암호 시스템에 가입된 붉은 기계들끼리만 연결된다. 사람들은 붉은 기계의 수화기 건너편에 있는 이들과 관계를 돈독히 하고 싶어 한다. 이 붉은 기계를 소유하는 것은 세계 인구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국가를 운영하는 약 300명의 비밀 클럽 회원 가운데 한 사람이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종우의 독서 노트
위대한 건축물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Book] ‘중국 공산당의 비밀’ 外
‘노트르담 대성당 182년, 성 베드로 대성당 174년, 타지마할 22년, 자금성 3년.’

첫 삽을 뜬 후 건물이 완성될 때까지 걸린 시간이다. 서양은 건물을 만들기 위해 공을 들이고 동양은 날림으로 짓기 때문에 이런 차이가 생긴 게 아니다. 황제가 살 집을 짓는데 감히 어떻게 날림 공사를 할 수 있겠는가. 필요가 차이를 만들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성당은 당장 없어도 다른 곳에서 의식을 거행할 수 있지만 자금성은 황제가 살고 일을 봐야 하는 곳이어서 보다 빨리 완성했을 것이다.

건축주의 권력 집중도도 차이를 만드는 요인이다. 노트르담이나 쾰른 대성당은 대주교와 봉건 군주가 건물을 만드는 주체여서 힘을 모으는 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모자란 부분을 시간으로 채웠다. 반면 중국은 무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 황제가 건축주여서 천하의 귀한 재료들을 모아 빠르게 건물을 올릴 수 있었다.

‘미의 신화’는 세계의 위대한 건축물 24개를 소개한 책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피라미드·타지마할·앙코르와트·자금성·경복궁 경회루에서부터 다소 생소한 하셉수트 장제전, 바위의 돔 등이 그 대상이다.

책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왜 그 시대에 그러한 건물이 지어졌는지.’ ‘그것이 현재와 미래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건축물이 가지고 있는 인문학적 배경과 당시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던 눈을 소개했다.

역사에 남는 건축은 절대 존재를 위해 만들어졌다.

신을 위해 성베드로 대성당과 앙코르와트가 세워졌고 군주를 위해 자금성과 경회루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죽은 대상을 위해 피라미드와 타지마할, 산마르코 대성당이 지어졌다. 마음속에서 우러나든 아니면 현실적인 힘이든 모두를 모을 수 있는 대상이 있을 때 위대한 건축물이 탄생했다.

건축은 만들어질 당시 세상을 보는 철학이 모인 곳이다.

자금성은 가운데를 뜻하는 중심 개념을 확장해 사각의 중심과 중심을 연결함으로써 통일과 반복이 이어지는 기하학적 구조를 지녔다. 중국 풍수에 중앙은 기가 생성되는 곳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자금성은 최고의 기가 모인 곳이 된다. 터키의 성소피아 대성당은 돔 위에 또 다른 돔을 만들어 원이 끝없이 하늘로 향하도록 설계함으로써 절대자에 대한 동경을 형상화했다.

현대 건축물도 나중에 기념비적인 대상으로 남을 수 있을까.

기술, 자본 그리고 인력까지 어느 것 하나 뒤떨어지는 부분이 없지만 절대적인 대상에 대한 염원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미의 신화
김개천 지음┃376쪽┃컬처그라퍼┃2만3000원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jwlee@solomonib.com




세상 모든 CEO가 묻고 싶은 질문들
IGM세계경영연구원 지음┃480쪽┃위즈덤하우스┃2만 원
[Book] ‘중국 공산당의 비밀’ 外
최고경영자(CEO)와 임원 교육 전문 업체인 IGM세계경영연구원의 문제 해결형 온라인 동영상 콘텐츠를 책으로 엮었다. 3000여 명의 CEO를 대상으로 한 서베이 등을 토대로 경영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100가지 질문을 선정해 현실적인 접근법과 행동 지침을 제시한다. 각 항목에 대해 질문과 시나리오, 문제 해결의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이를테면 ‘직원들이 삽질하지 않고 일하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라는 질문을 제시한 뒤 문제 상황과 해법을 제시한다.



화폐 트라우마
다니엘 D. 엑케르트 지음┃배진아 옮김┃332쪽┃위츠┃1만5000원
[Book] ‘중국 공산당의 비밀’ 外
심리학에서 트라우마는 ‘정신적 외상’을 가리킨다. 오늘날 세계경제를 주무르는 미국·중국·유럽은 저마다 경제적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이를 알면 세계경제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미국 달러의 트라우마는 대공황이다. 미국에서 엄격한 긴축정책이 결코 환영받지 못하는 이유다. 중국은 화폐 불안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 역사적으로 수많은 화폐들이 순식간에 등장했다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반면 유로의 트라우마는 세계대전의 주범인 독일이다.



섹스, 폭탄 그리고 햄버거
피터 노왁 지음┃이은진 옮김┃432쪽┃문학동네┃1만7000원
[Book] ‘중국 공산당의 비밀’ 外
인류는 어떻게 진화해 왔을까. 진화생물학자인 제레드 다이아몬드가 총기·병균·금속을 인류 역사의 향방을 결정지은 3가지 요소로 제시했다면 과학기술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섹스·폭탄·햄버거가 현대 문명을 주도해 왔다고 말한다. 현대에 이르러 섹스·전쟁·음식이 거대 산업으로 발전했고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현대 기술 문명을 만들어 냈다. 패리스 힐튼의 섹스 비디오와 이라크 전쟁의 첨단 무기가 연결되는 것은 이 부분이다.




나는 정신병원으로 출근한다
마르틴 베를레 지음┃장혜경 옮김┃320쪽┃라이프맵┃1만3000원
[Book] ‘중국 공산당의 비밀’ 外
책 제목에서 말하는 ‘정신병원’은 기업을 가리킨다. 기업 내부를 뜯어보면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기업에서 일어나는 일상적인 정신병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그 회사의 직원들뿐이다. 그들은 아무도 모르는 회사를, 바보들을 가둬 놓은 새장을, 정신병원 주식회사를 몸소 경험한다. 조사 결과 직장인의 50%가 자기 고용주가 ‘부끄럽다’고 답했다. 하지만 절망할 필요는 없다. 저자는 정신병원에서 탈출할 방법도 친절하게 제시해 놓았다.
[Book] ‘중국 공산당의 비밀’ 外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