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템·가격·마케팅…모든 것이 경쟁력

연매출 100억 원, 수십 명의 직원. 이만하면 어지간한 중소기업 규모다. 흔하지는 않아도 온라인 쇼핑몰 중 이 정도 규모의 회사를 찾는 일이 그렇게 어렵지만도 않다. 마켓비(www.marketb.kr)와 윙스몰(wingsmall.co.kr)이 그 대표적인 곳이다. 스웨덴 생활 가구인 이케아 가구를 수입, 판매하는 것으로 시작한 가구 전문 몰 마켓비는 매년 30% 정도의 성장을 거듭해 지금은 월매출 9억~10억 원을 올리는 탄탄한 쇼핑몰로 자리 잡았다.

20~30대 여성 패션 전문 몰인 윙스몰은 본격 오픈한 지 채 4년도 되지 않았지만 성공 신화를 써나가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창업을 희망하는 이들에게 마켓비와 윙스몰의 스토리는 일종의 교과서다. 마켓비 남지희(34) 대표와 윙스몰 배상덕(41) 대표가 성공의 법칙을 들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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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아는 아이템으로 접근할 것

한경비즈니스(이하 비즈니스) 두 회사 모두 규모가 굉장하군요.

남지희(이하 남) 경기도 파주에 총면적 1983㎡(600평) 규모의 창고와 사무실을 쓰고 있어요. 처음엔 165㎡(50평)에서 시작했으니 엄청나게 커진 거죠. 약 6000종의 품목을 취급하고 있는데, 지금은 이케아 가구뿐만 아니라 ‘마켓비’ 브랜드 자체 제작 가구 판매율이 50%에 달해요. 운영팀·물품관리팀·제품발송팀·AS팀 등 네 개 부서에 19명의 직원이 있고 외국에서 근무하는 매입팀이 따로 있죠.

배상덕(이하 배) 처음엔 건물 한 개 층에서 시작해 지금은 4층 전체를 사용 중이에요. 품목은 이루 다 셀 수 없을 정도죠. 윙스몰은 한 분야를 집중적으로 확대, 일종의 ‘분사’하는 식으로 회사 규모를 키우고 있어요. 지금은 윙스걸과 빅사이즈 루즈핏 전문 몰인 피치클래식 등이 있죠. 직원은 공장 식구들 빼고 40명쯤 돼요. 배송·CS·코디·MD·디자이너·경영 등으로 분야가 나뉘어 있고 제가 경영과 디자인팀을 맡고 있죠.

비즈니스 오픈한 지 얼마 만에 이뤄낸 성과인가요.

마켓비는 2006년 4월에 오픈했어요. 매년 연매출 30%씩 성장했고 지금도 비슷한 추이를 보이고 있어요. 사실 마켓비는 오픈하자마자 반응이 좋았어요. 초기 창업비용이 1000만 원이었는데 한 달 만에 모두 회수했어요. 3개월 지나니 한 달 매출이 8000만 원 정도 되더군요. 지금은 9억~10억 정도이고 일매출 최대 1억 원 정도까지 올린 적도 있었어요. 현재 이익률은 10%가 조금 넘는 정도인데, 초창기만 해도 50% 정도가 순이익이었기 때문에 매출 대비 괜찮았죠.

윙스몰을 시작한 건 2008년 8월이에요. 그전엔 오픈마켓에서 판매하고 있었죠. 윙스몰 초기에는 오픈마켓과 온라인 몰을 병행하다가 1년 후 오픈마켓이 하향세일 때 온라인 몰에 집중했어요. 윙스몰을 오픈한 후 수익이 플러스로 돌아서는 데는 1년이란 시간이 걸렸어요. 지금은 전체 연매출 규모가 100억 원이 넘지만 입금 취소, 반품 등이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따지면 100억 원이 조금 안 되는 정도죠. 의류 쪽은 이율이 높지 않아요. 5~7%가 일반적이고 아주 많은 업체가 8% 정도죠. 남들은 남자가 여성 의류를 한다고 신기해 하는데 저는 경험상 여성복 쪽이 더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했어요. 의류 공장 재단 보조에서부터 시작해 도매상을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20년 넘게 의류업에 종사했거든요. 현장 경험은 가장 중요한 자산이에요. 옷을 워낙 많이 접하다 보니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어도 디자인부터 패턴 작업까지 다 할 수 있게 된 것도 그렇고 이젠 딱 보면 히트 아이템인지 아닌지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안목’이 생겼죠.

저도 마켓비를 오픈하기 전에 개인 블로그에서 가구 구매 대행을 했던 게 결정적으로 온라인 쇼핑몰을 창업하게 된 계기였죠. 무역회사에 다니며 중국에 3년 정도 나가 있었는데, 당시 중국에 있던 이케아 매장이 제가 거주하던 곳에서 가깝다 보니 지인들이 구매 대행을 종종 부탁하곤 했었거든요. 사실 2003년 중국에서 처음 이케아라는 브랜드를 접했을 때부터 ‘아, 이건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별히 가구에 대해 잘 아는 건 아니었지만, 왜 누구나 싸고 예쁜 물건들에 열광하잖아요. 제가 그런 것처럼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죠. 더구나 당시엔 이케아 브랜드가 국내에 들어오기 전이었고요. 누구나 ‘인터넷 쇼핑몰을 차려볼까’라고 생각하잖아요. 오프라인 창업에 비해 쉽고 간단하고 비용도 많이 필요하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아이템 만큼은 현실적으로 고려해 봐야 합니다. 길게 체계적으로 꾸려갈 수 있는지 먼저 따져봐야 하죠.

맞습니다. 쇼핑몰로 시작해 성공하는 확률은 2000명 중 한 명이 나올까 말까죠. 더구나 요즘은 신생 업체가 뛰어들기에 예전보다 환경도 열악해졌어요. 무엇보다 광고비가 많이 올랐거든요. 온라인 몰 초창기에 시작한 사람들은 거의 다 돈을 벌었을 거예요. 그러고 보면 저도 어려운 시기에 시작했는데 다행히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저는 쇼핑몰을 시작한 타이밍부터가 정말 운이 좋았어요. 당시 온라인 몰이 한 차례 ‘정리’되면서 가구 몰의 90% 정도가 나가떨어진 상태였거든요. 게다가 환율도 굉장히 유리했죠. 당시 위안화가 110원, 달러가 780원으로 지금과는 비교가 안 됐으니까요. 저처럼 운이 따라준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쇼핑몰을 시작할 적절한 타이밍을 잘 잡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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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까지 즐기는 워크홀릭

비즈니스 쇼핑몰 성공 뒤에는 남들과 다른 경쟁력이 있겠죠.

요즘 제품력은 다들 기본이에요. 저는 ‘속도’와 ‘콘텐츠’로 승부를 걸었어요. 의류 쇼핑몰은 신상품이 올라가는 속도가 빠르지 않은데, 우리는 매일 25~30개씩 신상품을 올리고 있죠. 매일 다른 제품들이 올라오니 어제 쇼핑몰에 들어온 회원이 오늘 또 방문해도 새롭지 않겠어요. 웹상에서 제품을 보고 소비자가 구매를 결정하는 만큼 ‘보이는’ 부분도 아주 중요해요. 저는 오픈마켓을 할 때부터 직접 제품 촬영까지 손수 하면서 어떤 콘텐츠가 승산이 있는지 몸으로 체득했죠.

일단 가격 경쟁력인 것 같아요. 마켓비의 슬로건은 ‘가격 이상의 제품을 제공하자’는 거예요. 좋은 물건을 값싸게 샀을 때 소비자들은 횡재했다는 느낌을 받게 되잖아요. 가격을 책정할 때는 저 스스로가 소비자 입장이 되어 봅니다. ‘나라면 이 가격에 이 물건을 살까?’하는 질문을 던져보는 거죠. 마케팅 전략도 중요해요. 쇼핑몰을 시작한 초기엔 ‘혼수 패키지’를 진행했어요. 직접 상담을 통해 신혼집의 모든 가구를 이케아 제품으로 채우는 것이었죠. 업무를 담당할 인원이 많지 않았을 때니 소비자 한 명에게 ‘몰아주는’ 방식이 아주 경제적이었어요. 상황과 현실에 맞는 방법을 계속 고민하다 보니 그런 아이디어가 떠오르더라고요.

윙스몰은 이벤트가 많은데 그에 대한 반응이 아주 좋아요. 이와 함께 매출도 늘고요. 저에 대한 인터뷰와 옷을 만드는 전 과정을 동영상 시리즈로 만들어 ‘후기 달기 이벤트’를 진행한 적이 있는데 반응이 아주 좋았어요. ‘로또 이벤트’라고 생수통 안에 든 행운 번호를 뽑아 번호를 맞힌 고객들에게 제품을 선물로 준 적도 있어요. 이런 아이디어들은 직원들과 수다를 떨다가 나온 것들이에요. 고객 관리도 중요한 항목이죠. 윙스몰은 현재 회원 등급제를 적용해 특별한 날에 사은품을 챙겨주는 등 개별적으로 회원들을 관리하고 있어요. 등급제를 실시한 후 VIP 고객이 여섯 배 이상 늘었죠.

자기 일처럼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도 경쟁력이죠. 사실 가구 몰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라 힘들어요. 이 때문에 서로 격려하고 배려하는 게 중요해요. 오너로서도 그분들을 최대한 대접해 주려고 노력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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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소통의 힘이 크다고 생각해요. 지금이야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부서별로 층수가 나뉘었지만 한 층에서 근무할 때만 해도 제 자리를 중심으로 직원들이 빙 둘러앉도록 책상을 배치했었어요. 제가 언제든 고개만 돌리면 대화가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였죠.

쇼핑몰 성공의 또 다른 관건은 스트레스 관리인 것 같아요. 회사원들은 출퇴근 개념이 정확해 퇴근 후엔 일을 잊어버리지만 우리는 그러기 힘들거든요. 어떻게 보면 근무시간이 24시간인 셈이죠. 그만큼 욕심을 내면 낼수록 스트레스가 심해져요. 다행히 저는 일하는 게 너무 재밌어요. 누군가 취미가 뭐냐고 물으면 저는 일이 곧 취미라고 답할 수 있을 정도예요. 일이 즐거우니 월요일에 출근할 땐 그렇게 설렐 수가 없어요. 솔직히 누구에게나 위기는 있잖아요. 저는 외환위기 때마다 환율에서 비롯된 압박이 굉장히 심했어요. 환율이 10% 오르면 1년에 10억 원 정도 손해니까요. 그러다 보니 오픈 후 몇 번 휘청거리기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이 모든 상황이 지나갈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등산을 좋아하는데 올라갈 때 힘들어도 정상에 올랐을 때의 그 기쁨을 알고 있잖아요. 지금도 계속 산을 오르는 단계예요. 사업이 좀 잘된다 싶으면 또 다른 일을 저질러 어려운 상황을 만들죠. 그러면 내 욕심이 그걸 해내는 쪽으로 이끌더라고요. 이케아가 국내에 진출하면서 덴마크나 스웨덴의 가구 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마켓비 자체 브랜드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데 다행히 반응이 좋은 편입니다. 앞으로 더 성장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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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역시 바쁜 걸 즐기는 편입니다. 아침 9시 반쯤 출근해 보통 퇴근이 10~11시니까요. 주말에도 사무실에 나올 때가 많고 이동하는 시간조차 아까워 그때는 ‘업무적인’ 전화 통화를 하죠. 365일 일한다고 보면 되는데, 사실 일할 때가 제일 재밌거든요. 아마 아내는 제가 일중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겁니다(웃음). 저는 꿈이 많아요. 자회사 격의 쇼핑몰을 더 늘리는 것도 그렇고 브랜드 론칭에 대한 꿈도 있죠. 그걸 이뤄내기 위해선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잘 알고 있고 지금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비즈니스 온라인 쇼핑몰 창업을 희망하는 분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가요.

갈수록 온라인 창업 환경이 힘들어지고 기회도 줄어들고 있어요. 대기업이 온라인에 진출하면서 시장이 줄어들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매력적인 건 온라인 쇼핑몰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가 자리 잡았고 시스템적으로도 잘 돼 있다는 거죠. 결국 자기 수준과 능력에 맞게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인생에 ‘한방’은 없더라고요. 조금씩 단계를 밟아나가야 하는 거죠. 그리고 정말 열심히 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듭니다. 저는 어제보다 오늘 좀 더 열심히 하려고 노력해요.

주변에서도 성공 노하우를 알려달라고 찾아오는 분이 많아요. 제가 빠뜨리지 않고 하는 말은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잘하는 일, 그래서 정말로 미쳐 있는 일을 하라’는 것입니다. 그 ‘잘한다’는 것도 자신이 아니라 주변에서 인정해 주는 능력이어야 하고요. 인내심도 필수입니다. 쇼핑몰 운영은 시간과의 싸움이에요. 윙스몰 오픈 후 1년간 성과가 나질 않아 접을까 말까 고민도 여러 번 했는데, 결국 1년을 버티고 나니 반응이 오더군요. 물론 제품에 자신감도 없으면서 무조건 시간만 보내라는 뜻은 절대 아니고요. 근면과 성실은 기본 중 기본이죠. 투자하는 만큼 돌아오게 돼 있어요. 쇼핑몰 성공은 산삼을 캐는 것과 같아요. 산삼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는 사람이 무턱대고 산에 오를 수는 없잖아요. 공부도 하고 분석도 하고, 그런 다음 시작해도 늦지 않습니다. 현장 경험을 쌓는다면 더없이 좋겠죠. 제 딸이 지금 열다섯 살인데 나중에 딸아이가 제 일을 물려받게 된다면 공장에서 기본 베이스부터 쌓게 할 겁니다. 현장을 모르고 전체를 이해하지 못하면 절대 사업을 할 수가 없으니까요.




박진영 기자 bluepjy@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