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견남 화방넷 대표

40대가 되면 지금까지의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삶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기도 한다. 40대가 되어 창업 등으로 새로운 삶의 돌파구를 찾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화방넷(www.hwabang.net)을 비롯해 이젤몰·칠판넷·팬톤넷·제도몰·붓도매닷컴 등 다수의 화방 용품 전문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는 김견남(53) 대표가 처음 쇼핑몰 창업을 생각하게 된 계기도 그와 비슷하다. “처음 화방넷을 오픈한 건 8년 전이었어요. 제 나이 마흔다섯 살 무렵이었죠.”
[전자상거래 1000조 시대] 시니어 창업 성공 사례 “자신만의 경험과 자산으로 도전해야”
원래 미술을 전공하고 20여 년간 미술 입시학원을 운영해 온 터였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학생 수의 감소, 사교육 정책의 압박 등 다양한 요인들이 학원 운영에 부담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미술학원은 시험 때가 되면 공백기가 생기게 마련이거든요. 그 시간이 아까워서라도 무언가 달리 할 일이 없을까 찾다가 미술 용품 전문 쇼핑몰을 구상하게 됐죠.” 오랫동안 종사해 온 분야인 만큼 전문 지식도 있었고, 또 화방 용품을 취급하는 인맥도 있었기에 가능한 선택이었다. “40대 이후의 창업은 ‘더는 실패해서는 안 된다’는 부담감이 있는 만큼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자신만의 전문 분야를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같은 아이템이라도 다른 시각으로

김 대표가 화방넷을 오픈할 때 소요된 창업 자본금은 사무실 비용, 인건비, 제품 구매비 등을 포함해 5000만 원 정도다. 타 쇼핑몰들과 달리 오픈 직후부터 꾸준히 매출이 증가해 자금에 대한 부담은 일찌감치 덜어낼 수 있었다. “미술 용품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가장 많이 찾는 이름인 ‘화방’에 인터넷의 ‘넷(net)’을 결합해 만든 화방넷이라는 네이밍이 즉효했다고 봐요. 이름만 들어도 이 쇼핑몰이 어떤 곳인지 쉽게 알 수 있잖아요.”

일반적인 쇼핑몰들이 단순히 제품 사진과 제품 설명서만 보여주는 데 비해 화방넷은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제품의 실제 사용 방법을 보여주는 동영상을 함께 덧붙이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했다. 제품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제품을 통해 그림을 그리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일종의 무료 동영상 강좌를 보여준 셈이다. “저나 직원들이 모두 미술을 전공한 사람들이어서 가능한 방식이었죠. 이처럼 직접 사용해 보고 품질이 보증된 제품만 판매하고, 또 직접 사용하는 모습도 보여주니 고객의 신뢰도가 높아지고 제품 판매율도 높아지더군요.”

그 덕분에 현재는 전문 미술 몰들 중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가장 높고 상당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처럼 비교적 이르게 쇼핑몰 운영에 성공한 그이지만 정작 김 대표는 온라인 쇼핑몰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한 번 더 생각하고 도전할 것”을 충고한다.

“자신만의 것이 있어야 합니다. 어떤 아이템을 선정할 것인지, 또 그 아이템에 어떤 방식으로 접근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뒤따르지 않으면 극심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죠.”

‘화방넷’이라는 종합 미술 용품 전문 몰을 운영하면서 이젤·칠판·팬톤·제도·붓 등 제품별로 세분화한 전문 쇼핑몰을 따로 운영하는 것도 갖춰진 물품 수가 늘어나는 만큼 필요한 제품을 찾는 것이 힘들어진 고객들의 편의성을 생각한 결과다. 좋은 제품을 경제적인 가격에 구매하려는 고객들을 위해 ‘칼라피아 붓’ 등 일부 제품들은 직접 총판함으로써 도매에서 소매에 이르는 유통 구조를 줄여 가격 부담을 낮추기도 했다. “남과 똑같다면 경쟁할 건 가격밖에 없죠. 자신이 지금까지 쌓아 온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만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도전해 보세요.”



김성주 객원기자│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