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 현황


“E커머스(전자상거래)는 죽지 않았으며 향후 커머스+E로 발전할 것이다. 한국에서는 정부가 대기업들과 함께 전자상거래 부문에 많이 투자했다. 커머스+E 모델 성공이 입증될 때에는 공격적으로 시장 진출을 준비해야 한다.”

지금으로부터 11년 전인 2001년 6월 8일 세계적인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방한해 한 강연을 통해 한국의 미래 전략에 대한 조언을 던졌다. 그는 “한국은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며 “세계적 수준의 정보화 인프라를 구축한 한국이 주목할 분야는 바로 전자상거래”라고 지목했다.

당시는 세계적으로 닷컴 열풍이 꺼지면서 전자상거래에 대한 회의적인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을 때였다. 자동차·종이·화학·식품·의료 등 산업 부문에서 B2B(기업 간) 전자상거래를 하는 신생 기업은 관련 업계의 참여를 유도하는 데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었다. 하지만 앨빈 토플러 박사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실패했다고 간주할 수 없다”며 “수많은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조용히 사업을 키워나가고 있다”고 전자상거래 부정론을 반박했다. 커머스+E로 분류되는 화훼 업체, 보석상, 장신구 판매업자, 부동산 업체, 기타 서비스 업체들까지도 미래에 모두 전자상거래에 나설 것으로 바라봤었다.

그의 예언을 틀리지 않았다. 그리고 한국은 그의 조언을 흘려듣지 않았다. 2001년 당시 118조 원이었던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2011년 999조2500억 원으로 10배 가까이 성장했다. 불과 10년 만의 일이다. 2000년대 초반 30%가 넘는 성장률을 보였고 세계 금융 위기 직후인 2009년 6% 잠깐 주춤했지만 바로 2010, 2011년 20%대를 회복했다. 그리고 올해 2012년 전자상거래 1000조 원 시대에 돌입하게 됐다.
[전자상거래 1000조 시대] B2C·B2B·B2G 지속적 성장세
사이버 쇼핑 30조 원대 진입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산업(국방·금융 등 일부 산업 제외) 매출액 규모는 3400조~3500조 원으로, 전자상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28~29%에 달한다. 정보기술(IT) 강국답게 전체 산업에서 전자상거래가 차지하는 비율도 세계 선두권이라는 게 통계청 측의 설명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들도 전자상거래 비율이 20%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며 “지금은 정착 단계로 매년 10% 후반에서 20% 초반 정도로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사이버 쇼핑(B2C) 거래액은 30조 원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 연간 사이버 쇼핑 거래액은 29조62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5.3% 증가했다. 토플러 박사의 예언처럼 주요 제조업 외에도 패션, 여행, 음·식료품, 아동·유아용품, 꽃· 농수산물까지 전자상거래는 전 산업에 걸쳐 일반화됐다. ‘커머스+E’ 시대가 열린 것이다.

사이버 마켓 시장이 막 형성됐을 때 많은 전문가들은 신발을 포함한 패션 카테고리가 큰 수입을 확보하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온라인 고객들은 의류나 패션 품목을 인터넷으로 구매하는 데 거침이 없었다. 고객들은 패션 관련 카테고리에서 인터넷 쇼핑하는 것을 즐기며 이러한 경험이 편리하다고 여기고 있다. 사이버 쇼핑에서 가장 많은 거래가 이뤄지는 상품군은 바로 의류·패션 및 관련 상품으로 총 거래액의 16.8%(4조8710억 원)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여행 및 예약 서비스 13.9%(4조520억 원)로 뒤를 이었다. 가전·전자·통신기기와 생활·자동차 용품도 각각 11.1% (3조2380억 원), 10.5%(3조440억 원)의 비중을 차지했고 음식료품도 7.4%(2조1420억 원)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증가 속도에서 음식료품이 30.5%로 가장 앞서 전자상거래가 국민 생활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어 농수산물(20.4%), 생활·자동차 용품(18.3%), 여행 및 예약 서비스(17.6%)도 생활과 관련된 상품군의 전자상거래 확대 일로가 두드러졌다. 최근 설립된 농수산물사이버거래소를 통해 관련 기업 간, 일반 농수산물 판매가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전자 조달 시스템을 통해 급식 식재료도 전자상거래로 유통되고 있다.
[전자상거래 1000조 시대] B2C·B2B·B2G 지속적 성장세
기업 간 전자상거래 전체 91.3%

사이버 쇼핑, 즉 기업·소비자 간 전자상거래(B2C)는 이제 일반인의 생활 저변에 폭넓게 자리 잡았지만 총거래액 중 절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기업 간 전자상거래(B2B)다. B2B 전자상거래 규모는 지난해 912조5620억 원으로 전체 전자상거래의 91.3%를 차지하고 있다. 2010년에 비해 22.1%의 증가세를 보였다. 국내 B2B 시장은 철저히 기업 간 폐쇄 시장으로 운영돼 정보가 대부분 공개돼 있지 않다.

따라서 B2B 전자상거래에서도 오픈마켓을 통해 부품이나 자재, 사무용품 등을 비교할 수 있도록 하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기업 판매자와 기업 구매자 사이에서 결제를 중개하는 온라인 플랫폼 B2B e-MP(e-Marketplace) 사업이 블루오션으로 평가되고 있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 등 시장 환경이 관련 사업을 하는 기업들에 우호적으로 조성되고 있고, 실제로 이상네트웍스나 이크레더블 등 기업들의 실적 또한 가파른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어 긍정적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해 말 삼성그룹의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계열사인 아이마켓코리아를 인수한 인터파크가 최근 B2B 오픈마켓 시장에 야심차게 뛰어들었다.

현재 B2B 거래액 구성을 보면 제조업이 635조7280억 원으로 전체의 69.7%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도·소매업이 146조1370억 원(16.1%), 건설업 71조2140억 원(7.8%)으로 나타났다. 산업별 거래액 증감률은 전년에 비해 제조업이 25.0%, 운수업 59.9%, 출판·영상·방송통신업 18.2%, 도·소매업 15.5%로 각각 증가한 반면 전기·가스·수도업이 28.7%로 감소했다.
[전자상거래 1000조 시대] B2C·B2B·B2G 지속적 성장세
마지막으로 기업·정부 간 전자상거래(B2G) 규모는 58조3780억 원으로 2010년에 비해 10.6% 증가했다. 전자상거래를 통한 정부의 재화 및 서비스 조달 규모는 31조1750억 원으로 총 B2G 거래액의 53.4%를 차지했다. 나머지 46.6%는 건설공사 계약으로 27조2020억 원 규모다. B2G는 조달청·방위사업청·우정사업본부 등의 공공공사 계약액 등을 반영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해외 정부나 공기업을 상대로 한 조달이나 공사 수주, 인프라 구축사업에 적극 나서면서 B2G 전자상거래도 활발해지고 있다.

한편 무역에서도 전자상거래는 국내 기업들이 세계시장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교두보가 되고 있다. 전자무역(e-trade)은 아이템 선정과 해외시장 조사, 해외 홍보, 마케팅, 거래처 발굴, 신용 조사, 거래 상담은 물론 계약 체결 이후의 구매·조달·생산·운송 등 무역 업무 전반을 정보통신망을 활용해 이뤄지고 있다. 전자무역에서 소액 거래는 신용장의 발행, 수출입 신청과 승인, 보험증권의 발행 등 무역 절차가 간소화될 뿐만 아니라 사이버 뱅킹을 통해 대금 결제가 이뤄져 경제적이고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