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0, 박근혜 76.’

새누리당이 지난 2월 15일 4•11 총선 공천 예비 후보를 접수한 결과 이력에 나타난 결과다. 972명의 후보가 접수했는데, 자신들의 경력에 이명박 대통령의 이름을 쓴 후보는 한 명도 없었 다. 반면 ‘박근혜’를 경력에 적은 후보는 76명에 달한다.

친박(친박근혜)까지 합하면 97명으로 뛴다. 이런 예는 수도 없이 많다. 새누리당은 이달 초 한나라 당에서 당명을 개정했다. 로고와 당 색깔도 바꿨다. 박근 혜 비상대책위원장은 기회가 될 때마다 “과거와의 단절” 을 선언하고 있다. 당•정(黨•政) 협의도 눈에 띄게 줄었 다. 작년 6월엔 4번, 7월 3번, 8월 5번, 9월 3번씩 갖던 협의는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인 10월 11월과 올해 1월엔 각 1번밖에 열리지 않았다.
[여의도 생생 토크] MB 버리기 나선 새누리당 ‘쌍두마차’
김종인•이상돈 위원이 총대 멘 까닭은?
올해엔 총선이 끝나면 바로 대선도 있다. 행정부의 수반 (대통령)과 입법부(국회)를 구성하는 선거가 모두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기가 크게 떨어져 ‘레임덕’에 시달리는 MB 정부를 끌어안아 봐야 새누리당으로선 “전혀 도움 이 안 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새누리당의 MB 정 부와의 선긋기는 두 명의 외부 인물이 주도하고 있다. 비 상대책위원회의 김종인 위원과 이상돈 위원이다. 김 위 원은 경제정책, 이 위원은 정치 분야를 담당한다.

1981년 11대 국회의원을 필두로 네 번의 국회의원을 모두 비례대표로 역임한 김 위원은 헌법에 경제민주화 조항을 담은 119조 2항을 만든 인물이다. 노태우 정권 때는 보건사회부 장관과 청와대 경제수석, 김대중 정권 때는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과 민주당 비례대표를 지냈 다. 한국외국어대를 졸업하고 독일 뮌스턴대에서 경제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당파성에 치우치지 않고 경제 민주화와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를 세우는 데 여러 역할을 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비대위원은 현재 당의 정책쇄신분과위원장이다. 그 는 기자와 여러 차례 만나 “대기업 독식 문제를 해결할 방법으로 4~5개 방안을 고려 중”이라며 “당장은 아니지만 복지를 늘리기 위해 증세의 필요성도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보호 업종 제도를 도입하고 계열사 일감 몰아 주기 방지, 하도급 제도 전면 개선, 프랜차이즈 불공정 혁신, 공정거래법 개정 등도 추진 중이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중앙대 법대 교수로 재직 중 인 이상돈 위원은 정치 분야에서 노골적으로 ‘반MB 전 선’을 구축하고 있다.

비대위원이 막 된 지난 1월 20일 기자들에게 이 위원은 “MB 탈당 여부는 의미가 없고, 이 미 국민들에게 심판을 받았다”고 말한 데 이어 “MB 정 권 실세들은 이번 총선에 나오지 말아야 한다”며 MB의 최측근인 이재오 의원을 비롯해 나경원 의원, 홍준표 전 대표를 겨냥했다. 급기야 지난 2월 23일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이 대통령의) 측근 비리 의혹은 사실상 특검할 정도의 중요 한 사안”이라며 “이 대통령의 기본 인식에 좀 중대한 문 제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내곡동 사저 문제에 대해서 도 “이미 범죄가 사실상 저질러진 형국”이라며 ‘범죄’라 는 표현까지 썼다. 당의 전권을 쥐고 있는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이런 현 상을 특별히 막지 않고 있다. 두 비대위원들의 성격도 만 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져 회의가 끝난 뒤 사석에선 김•이 위원의 발언은 막을 수도 없다. 이름을 바꾸고 새로 태어 나려고 용틀임 중인 새누리당의 이런 선택이 50일 안팎 으로 다가온 총선과 12월 대선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 주목된다.


김재후 한국경제 정치부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