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를 때 사서 떨어질 때 판다?

집계한 곳에 따라 다르지만 우리나라 펀드 투자자들의 평균 펀드 보유 기간은 1~2년 정도다. 개인 투자자들이 펀드 투자로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투자 기간 때문이다. 너무 짧게 투자하는 것이다. 1~2년 정도 보유한다면 펀드 선택의 기준은 최근 수익률일 확률이 높다. 다시 말해 최근 수익률이 좋은 펀드 위주로 가입한다는 얘기다. 이는 비단 개인 투자자뿐만 아니라 전문적인 연·기금과 같은 기관투자가들 사이에서도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미국에서 3만4000명의 투자 전문가를 실증적으로 분석한 결과를 보면 대형 기관투자가들이 펀드매니저를 선택할 때 최근 수익률을 기준으로 삼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들은 최근 수익률이 나쁜 펀드에서 돈을 빼 좋은 곳으로 갈아탔다. 그러나 현실은 의도와 다른 결과를 낳았다. 펀드매니저들을 교체한 후 몇 년 뒤에 알아봤더니 돈을 빼낸 펀드의 수익률이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 수익률을 보고 투자한다면 어떤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객관적인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이상건의 재테크 레슨] 마켓 타이밍 전략의 결정적 오류
감정은 배제, 숫자에 기반한 자산 배분 전략 짜야

이번에는 가장 뛰어난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에 투자했을 때의 성적표도 한 번 살펴보자. 미국에서 2000~2009년까지 연 18%의 수익률을 올린 펀드에 투자한 이들의 투자 성적표를 봤더니 오히려 마이너스 11%를 기록하는 터무니없는 결과가 나왔다. 10년간 연평균 18%라면 최고의 펀드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실적이다.

그런데도 왜 이들 펀드에 투자한 이들은 손실을 봤을까. 이는 개인 투자자들이 펀드 수익률이 좋았던 시점에 투자를 늘리고 좋지 않은 시점에 환매했기 때문이다. 결국 주식을 비싸게 사서 싸게 파는 우를 범했던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펀드매니저를 골라 투자했다고 하더라도 수익률 편향의 단기 투자가 좋은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생생한 증거가 또 하나 있다. 미국 증시 역사상 최고의 펀드매니저라고 불리는 피터 린치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의 성적표다.

피터 린치는 1977년 5월부터 1990년 5월까지 13년간 마젤란 펀드를 운용하면서 연평균 29.2%라는 경이적인 실적을 올린 인물이다. 13년 동안 단 한 번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적이 없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린치의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돈을 많이 벌었어야 한다. 그러나 린치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놀랍게도 마젤란 펀드에 가입한 고객의 절반 이상이 손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이는 수익률이 좋았던 1~2분기 후 펀드에 돈을 넣었다가 수익률이 부진했던 1~2분기 후 돈을 빼냈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몇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먼저 최근 수익률을 보고 투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의사결정이라는 사실이다. 1~2년간 수익률이 좋은 펀드는 그 이후에 나빠질 확률이 좋아질 가능성보다 높다는 점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마켓 타이밍 전략은 펀드 투자에서 매우 나쁜 결과를 낳을 수 있는 전략이다.

둘째, 투자 기간에 집중해야 한다. 단기 변동성에 대한 안전한 해결책은 투자의 시간 지평을 늘리는 것이다. 적어도 5년 이상 투자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접근하는 것이 단기 변동성에 대한 가장 강력한 처방전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 감정을 배제하고 숫자에 기반한 자산 배분 전략을 짜야 한다. 전체 자산 중에서 주식과 예금(혹은 채권)의 비중을 결정한다. 이때는 자신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자금을 주식에 할당해야 한다.

예금 50%, 주식형 펀드 50%로 배분했다고 가정해 보자. 일정 시간이 흐르면 주가 변동으로 이 비율이 변할 것이다. 이럴 때는 감정이나 시장 상황에 상관없이 기계적으로 비율을 다시 재조정하는 것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대략 6개월이나 1년 단위로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렇게 기계적인 자산 재배분을 하면 주가 하락기에는 주식을 더 많이 사들이고 상승기에는 주식 비중을 줄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상건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 상무 sg.lee@miraeass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