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에서 깨어난 미얀마


미얀마는 한반도의 3.5배에 이르는 넓은 국토를 갖고 있고 천연가스·석유·구리·아연·주석·텅스텐·니켈 등의 지하자원과 루비·사파이어 등의 보석류, 티크 등 산림자원을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다. 6000만 명에 이르는 인구, 3000km에 달하는 해안선, 인도·방글라데시·중국·태국·라오스·말레이시아 등과 접경하고 있는 지정학적 위치도 미얀마의 경제적 가치를 대변해 준다.

풍부한 자원과 잠재력을 가진 나라이지만 서방의 경제제재로 경제발전이 미뤄져 왔다. 미국은 1997년 미국인의 미얀마 자원에 대한 투자를 금지했고 2003년에는 미얀마와의 자금 교류와 미얀마 생산 제품의 미국 수입을 금지했다. 유럽연합(EU)도 미얀마에 대한 무기 수출을 제한한데 이어 2008년에는 미얀마인 명의의 자산을 동결했다.

최근 이런 상황이 개선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2010년 11월에 실시된 20년 만의 미얀마 총선을 계기로 들어선 민간 정부는 정치와 경제뿐만 아니라 정보통신 영역에까지 다양한 개혁 정책을 내놓고 있다. 각종 규제의 완화, 정치범 석방, 아웅산 수치 여사로 대표되는 야당 인사들에 대한 정치 활동 허용 등 짧은 기간 동안 괄목할 만한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올해 4월에 치러지는 보궐선거를 계기로 미얀마에 대한 경제제재가 풀릴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관측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미얀마에 대한 경제제재 완화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요즈음 미얀마에는 각국에서 사업 기회를 탐색하기 위해 찾아오는 외국인들로 넘쳐나고 있다. 호텔을 잡기도 어렵다. 한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미얀마를 찾고 있어 요즘 KOTRA 양곤 무역관에서는 미리 약속을 잡아도 담당자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미국과 EU의 경제제재가 해소되면 상대적으로 저임금 상태인 미얀마가 이들 지역에 대한 수출 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동남아 지역들에서 이미 임금이 상당히 올라 저임금을 기반으로 한 제조업의 입지가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서 미얀마가 매력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에 진출해 있는 많은 한국 임가공 업체들이 미얀마로 이동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미얀마]정부 개혁 정책 추진…외국인 투자 활기
하지만 오랜 기간 동안 경제제재를 겪다 보니 미얀마에는 아직 부족한 것들이 많다. 우선 도로·전력·항만·통신 등 국가 기반 시설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사업 입지를 결정할 때 전력과 물류가 중요한 요소인데 이러한 인프라 부족이 투자의 제약 요소로 작용한다. 국내 제조업 기반이 취약하다 보니 숙련된 노동력을 구하기 쉽지 않다는 점도 제약 요소다. 정부 차원의 노동력 육성 노력이 병행돼야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법·제도적 측면에서의 정비도 시급하다. 현 정부 들어 노동조합 관련 법령이 새로 제정됐고 경제특구법도 제정되는 등 여러 제도적인 개선점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 충분한 상황은 아니다. 1988년에 제정된 외국인 투자법이 여전히 효력을 발휘하고 있고 회사법도 1947년에 제정된 것이 아직까지 쓰이고 있는 실정이다. 외국인 투자법은 개정이 임박해 있지만 그 최종 내용은 여전히 명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다. 복잡한 환율 제도도 큰 장애 요인이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의 도움을 받아 미얀마 정부가 환율 정책을 수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환전 제도에도 많은 진전을 가져왔지만 기존의 이중 환율을 극복하는 것은 여전히 풀어야만 할 중요한 숙제다.


정철 법무법인 지평지성 파트너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