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100세 시대가 본격 도래했다.
그러나 준비되지 않은 장수(長壽)는 결코 축복일 수 없다.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4명은 100세 시대를 축복이 아닌 재앙으로 여기고 있다고 한다. 100세 시대를 축복으로 맞이하기 위해서는 인생을 재설계해야 하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보험이다. 보험은 대표적인 고령 친화 산업으로, 노후 생활 걱정의 1, 2순위인 건강과 생활비 보장이 그 역할이다. 문제는 보험 상품 역시 시대 트렌드에 따라 변화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급격한 고령화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현재, 예전에 가입한 보험 상품만 믿고 있다가는 이렇다 할 혜택도 받지 못하고 꼬박꼬박 보험료만 납부하기 십상이다. 바로 지금, 보험의 재구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다.

그 이유는 바로 이렇다. 해약하면 손해를 많이 본다는 생각에 그동안 부은 돈이 아깝기도 했고 막상 상품 하나하나 따지고 들면 너무나 어렵고 복잡해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막연하기만 했다. L 씨는 이번 기회에 80세 만기인 상품을 100세 상품으로 전환하고 불필요한 중복 보험을 해약하는 대신 실질적인 의료비를 보장해 주는 상품에 추가로 가입하는 등 보험을 전면 재설계하기로 했다.
L 씨의 얘기가 비단 남의 일만은 아닐 것이다. 보험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2011년 보험 소비자 설문 조사’를 보면 개인별 전체 보험 가입률은 92.5%에 달한다. 생명보험 개인 보험 가입률이 78%, 손해보험 개인 보험 가입률이 71.5%로,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중복 가입자도 적지 않다. 그런데도 정작 자신이 들고 있는 보험 상품의 보장 내용을 정확히 아는 이는 드물다. 그 상태를 유지하다 보면 막상 보험이 필요한 순간에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더구나 나이가 들수록 보험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너무 늦기 전에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야 한다. 일례로 과거 80세 보장이 일반적이었던 보험 상품은 기대 수명 연장과 함께 빨리 갈아타야 할 대표적 상품이다.
이 시점에 보험을 재설계해야 하는 이유는 나이가 들수록 늘어나는 의료비와 노후 생활비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게다가 노년기가 길어지면서 이 부분에 대한 부담도 커져 이젠 준비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노후 준비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는 두 가지가 건강과 경제적 문제다. 몸이 건강해야 일자리도 얻고 소득도 생긴다는 점을 감안하면 특히 건강의 중요성은 절대적이다. 고령화의 원인 중 하나로 의료 기술의 발전을 꼽을 정도로 의료 혜택이 커진 게 사실이다. 따라서 선진화된 의료 서비스를 받으며 얼마든지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게 됐지만, 문제는 의료비를 감당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보건사회연구원이 2009년 추정한 의료비 지출의 연령대별 분포를 보면 개인의 전 생애 중 65세에서 84세 사이에 지출되는 의료비가 45%에 육박한다. 40세부터 64세까지의 비중은 30% 가까이로 40~84세 사이의 의료비를 합하면 전 생애 의료비의 75% 수준에 해당한다. 2010년 건강보험 통계 연보를 근거로 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전체 건강보험 가입자 중 65세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0.2%이지만 진료비는 전체의 32.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로는 총진료비 상승률인 10.9%보다 고령자 진료비가 2.9% 포인트가 높은 13.8%의 증가율을 보였다.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가 급속한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유엔은 총인구 중 65세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분류하고 있는데, 이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999년 고령화사회에 진입했고 2018년 고령사회,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미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일본 및 현재 이행 중인 유럽의 주요 국가와 비교해 우려할 수준은 아니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해 상당히 빠른 속도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오래전부터 고령화사회를 준비해 온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시간이 매우 부족하기 때문이다.

박진영 기자 bluepjy@hankyung.com
취재=박진영·우종국·이홍표·이진원 기자
사진=서범세·김기남·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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