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은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 서울지점 대표

“한국은 물론 아시아의 대기업들은 아시아의 경제 환경이 미국과 유럽발 위협으로부터 벗어날 것이라는 낙관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아시아 지역의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중국의 성장이 전제돼야 한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했습니다.”

코스피 지수가 2000선을 넘나드는 등 한국은 물론 세계경제가 작년 발생했던 금융 위기의 충격에서 회복되는 모습이다. 안성은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 서울지점 대표 역시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가 조사한 ‘2012년 아시아 CFO 전망’ 보고서를 토대로 아시아 경제에 온기가 돌고 있다고 전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세계 최대의 금융회사 중 하나로 전 세계 5700개의 지점과 5800만 명의 소비자 및 중소기업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가운데 안 대표가 소속된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는 뱅크오브아메리카 글로벌 마켓부문의 명칭이다.

안 대표는 ‘2012년 아시아 CFO 전망’ 보고서에 대해 “지난 14년간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는 미국 내 중견기업 및 대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며 “이번에 최초로 미국에서의 조사 방식과 동일하게 아시아의 대기업 CFO를 대상으로 아시아의 경제 상황에 대해 조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보고서는 작년 4분기에 한국·호주·중국·인도·홍콩·일본·싱가포르 등의 연매출 5억 달러 이상의 대기업 CFO 465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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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대표는 “아시아의 CFO들은 역내 경제 상황을 비교적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반면 세계경제는 이에 비해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CFO들의 조사를 분석한 결과 10점 만점을 기준으로 아시아 역내 경제는 6.5점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세계경제에 대한 전망은 이보다 낮은 4.7점으로 나타났다. 이 중 일본 기업들은 자국의 경제 상황을 아주 부정적으로 전망해(4.1점) 일본을 포함하면 아시아 주요 국가들의 역내 경제 전망 점수는 5.9점으로 조사됐다.

한국의 대기업들 역시 올해 경제를 그리 밝게 보지 않았다. 한국의 CFO들은 아시아 평균에 비해 낮은 6.0점으로 전망했다. 이는 아시아에서 가장 어둡게 전망한 일본 다음 가장 낮은 수치다. 안 대표는 “한국은 거시경제의 펀더멘털이 건재하며 전 세계적으로 볼 때 가장 유망한 지역”이라면서도 “하지만 한국은 세계경제에 대한 노출도가 높기 때문에 CFO들이 경제를 부정적으로 내다본 듯하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자국의 경제 상황을 가장 긍정적으로 내다보고 있는 국가는 어디일까. 안 대표는 “중국과 호주”라고 답했다. “중국은 자국의 경제성장에 강한 자신감이 있다는 뜻입니다. 호주는 풍부한 자원과 원자재 활황을 토대로 광업의 성장에서 희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안 대표는 아시아의 대기업들은 GDP 성장에 대해 대부분 신중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CFO 중 32%만 GDP가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한 것. 반면 38%의 응답자는 경제성장률의 현상 유지를, 27%의 응답자는 성장의 위축을 예견했다.

안 대표는 “이 같은 신중론은 자국 경제에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요소들에 대한 우려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10점 만점으로 위협 요소를 평가한 결과 유럽의 재정 위기(7.7점)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아시아의 대기업들이 민감하게 생각하고 있는 위협 요소로 나타났다. 이 밖에 미국 재정 적자 및 부채 상환(7.4점), 유가(6.9점), 중국 경기 둔화(6.9점), 국내 정치(6.7점), 인플레이션(6.6점) 등이 위협 요소로 꼽혔다.

“재미있는 사실은 인도가 서구 세계의 문제에 대해 별다른 우려를 보이지 않았다는 겁니다. 인도는 유럽 채무 위기에 6.1점, 미국 재정 적자에 6.4점을 줬을 뿐입니다. 반면 다른 모든 국가들은 이에 대해 7점 이상의 점수를 줬죠. 이유는 인도의 대기업들중 수출 기업이 절반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64%, 일본은 77%, 싱가포르는 86%에 달하는 데 말이죠. 이에 따라 인도의 대기업들은 자국 경제가 유럽 및 미국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안 대표는 중국의 경기 둔화가 높은 위협 요인으로 꼽힌 것을 크게 주목했다. 그는 “중국 경제의 거대한 규모로 인해 모든 국가 경제에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면서 “2011년 전 세계 경제성장의 25%를 차지한 게 바로 중국”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에 따라 중국의 경제가 국내외의 요인에 의해 둔화되면 아시아 경제에 상당한 부정적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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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역내 투자’ 집중될 것

안 대표는 “세계경제 상황이 불확실해짐에 따라 대기업들은 아시아 시장 및 국내시장에 더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아시아의 대기업 CFO들이 회사의 자금 조달 목적으로 꼽은 주원인은 자국 내 사업 확장이 55%를 차지했다. 이와 함께 해외시장에 수출하는 기업 중 64%가 아시아 시장 내 매출이 증가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미국에 수출하는 기업 중 35%가 서유럽에 수출하는 기업 중 33%만이 매출이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한 것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또 인수·합병(M&A)을 고려하고 있는 CFO 중 과반수가 자국 시장 내 거래를 추진하고 있었다. 특히 중국(86%)과 한국(80%)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졌다.

안 대표는 “자국 내 기업에 대한 M&A와 함께 역내 기업들의 M&A에 대한 관심 역시 크게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 대상은 바로 중국의 기업들이다. M&A를 고려 중인 CFO들 가운데 무려 55%가 M&A 대상으로 중국의 기업을 지목했다(복수 응답 가능). “결론적으로 아시아의 대기업 CFO들은 올해 자국 시장 및 아시아 시장에서 여러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및 유럽으로부터의 위협은 상당한 수준이며 이들 위협 요소가 아시아 국가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문제는 미국 및 유럽의 위협이 어느 정도 수준이냐는 것이겠죠.”


이홍표 기자 hawling@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