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잇세컨즈 론칭을 주도한 이는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이다. 이 부사장은 “한국만의 독창적인 감각으로 글로벌 패션 시장을 뚫겠다. 그 출발이 에잇세컨즈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사장이 브랜드 론칭을 지휘한 건 이미 2년 전부터다. 국내 패션 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시장을 잠식해 가던 유니클로(일본)·자라(스페인)·H&M(스웨덴) 등의 글로벌 스파(SPA 제조·직매형 의류)에 맞설 국내 브랜드를 육성하겠다는 의도였다.
외국계 기업들은 2008년 국내시장에 처음 진입한 이후 연평균 성장률이 56%에 달하는 등 고성장을 지속해 왔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패션 브랜드의 성장률은 3.9%에 불과했다. 외국 기업의 성장세가 얼마나 대단한지 보여주는 수치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유니클로 명동매장은 오픈 당일 하루 매출액이 12억8000만 원에 달했다. 지난 한 해 유니클로가 한국에서 올린 매출액은 4200억 원에 달했다. 자라는 2200억 원, H&M은 750억 원을 기록했다. 2015년 중국 시작으로 해외 진출
이 부사장은 에잇세컨즈를 ‘또 하나의 제일모직’으로 키울 작정이다. 에잇세컨즈가 기업 패션 사업의 핵심이라는 뜻. 우선 2020년까지 국내 매출 1조 원, 해외 6000억 원을 달성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 제일모직 패션 부문의 연매출과 맞먹는 규모다. 당장 올해 매출 목표는 600억 원으로 잡았다. 2015년 중국을 시작으로 동남아·유럽·미국 등의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마스터플랜도 이미 세워 놓은 상태다.
제일모직의 글로벌 소싱망은 글로벌 브랜드 육성의 배경이다. 제일모직은 이미 중국·인도네시아·미얀마·베트남 등에 70여 개의 우수 협력 업체망을 갖추고 균일한 품질의 다양한 상품을 생산하고 있다. 해외 스파 브랜드와 견줘 손색없는 가격대와 우수한 제품을 원활하게 공급할 수 있는 생산 인프라다.
또 자라 등 글로벌 스파 브랜드들이 내세우는 상품 기획 리드타임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스피드의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기본 아이템은 선(先)기획을 통해 미리 생산하지만 스폿(SPOT)으로 발생하는 인기 상품의 경우, 기획부터 매장 판매까지 1주일 만에 준비가 가능한 시스템이다.
이 부사장은 파슨스디자인스쿨 출신답게 “가로수길·명동 등 에잇세컨즈의 모든 매장을 쇼핑 공간뿐만 아니라 ‘패션과 예술이 조우’하는 랜드마크로 키워야 한다”고 지시했다. 가로수길점에서는 4층에 아트 갤러리를 별도로 운영하는 것을 비롯해 매장 곳곳에 디자인·사진·미술 등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들이 작품을 자유롭게 전시, 운영하고 있다.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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