씀씀이 커진 中, 글로벌 명품 업계 ‘큰손’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글로벌 명품 업계가 부유층 중국인들을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몽블랑은 최근 중국인 VIP 80여 명을 초청해 클래식 공연을 펼쳤다. 연주자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랑랑이었다. 피아제는 중국인 고객들의 취향에 맞춰 황금 용을 새긴 5만8000달러짜리 시계를 선보였다.

에스티로더는 신제품 출시에 맞춰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창립자의 사무실을 개방하는 행사를 열었다. 중국인들의 쇼핑을 돕기 위해 매장에 중국어가 가능한 판매 직원을 배치하는 명품 업체들도 늘고 있다. 중국 국영 은행들의 신용카드 연합체 차이나유니온페이의 카드 결제 서비스는 기본이다.

글로벌 명품 업계가 중국인 고객들에게 공을 들이고 있는 이유는 이들이 명품 시장의 큰손으로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춘제(春節·설) 연휴 기간 동안 중국인들이 해외에서 명품 구입에 쓴 돈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세계명품협회에 따르면 춘제가 낀 지난 1월 한 달간 중국인들의 해외 명품 구입액은 72억 달러(8조 원)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도 29% 증가한 수준이다. 중국인들은 글로벌 럭셔리 카 시장에서도 주요 고객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BMW와 아우디 등은 중국에서 사상 최대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 중국은 일본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큰 명품 시장으로 도약할 전망이라고 세계명품협회는 내다봤다. 컨설팅 업체 베인앤컴퍼니는 중국 명품 시장이 올해 4~5배 커져 전 세계 산업 시장 가운데 가장 빠른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영국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인들은 중국 내에서뿐만 아니라 뉴욕·런던·밀라노·파리 등 해외에서도 적극적인 소비 행태를 보인다”며 “중국은 명품 업체들에 새로운 우주의 중심”이라고 분석했다.
3일 오후 중국관광객들이 소공동 롯데백화점 쇼핑후 관광버스로 향하고 있다./김영우 기자youngwoo@hankyung.com20111003....
3일 오후 중국관광객들이 소공동 롯데백화점 쇼핑후 관광버스로 향하고 있다./김영우 기자youngwoo@hankyung.com20111003....
명품 업체에 중국은 ‘새로운 우주’

실제로 중국인들은 상당 규모의 명품을 해외에서 사들인다. 중국에서는 세금 때문에 가격이 최대 50% 정도 비싼 데다 상품의 종류나 모델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중국관광학회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인들의 해외여행 건수는 7000만 건이었다. 이들이 해외에서 소비한 금액은 총 690억 달러에 달한다. 2010년에 비해 25% 증가한 규모다.

베인앤컴퍼니에 따르면 2010년 중국인들이 중국과 홍콩·마카오 이외의 해외에서 명품 구입에 쓴 돈은 530억 위안이다. 전체 명품 구입액(2120억 위안)의 4분의 1 정도를 해외에서 썼다. 미국 명품 업체 코치는 대표적 관광도시인 뉴욕·라스베이거스·하와이 지역의 여행 성수기 전체 매출에서 중국 관광객들의 구입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15~20%에 이른다고 전했다.

명품 업체들의 주요 고객인 부유층 중국인들은 중국 관광객 하면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단체 관광객’과는 거리가 멀다. 개별 관광을 선호하는 까다로운 고객들이다. 대부분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이들은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 연휴 기간 동안 항공과 호텔 비용을 제외하고 1인당 4000달러 이상을 소비했다고 FT는 전했다.

이 같은 부유층 중국인들을 타깃으로 관광 서비스를 제공하는 여행사도 생겨났다. 어피니티차이나가 그 예다. 어피니티차이나는 다양한 여행 프로그램 목록을 만들어 고객들이 선호하는 프로그램을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어피니티차이나의 르네 하트먼은 “일종의 맞춤형 여행 프로그램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전설리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