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복지’ 부활을 외치는 이유

저자는 복지 확대의 해법을 기업에서 찾는다. 이른바 기업 복지의 부활이다. 양극화의 그늘이 뚜렷해지면서 복지 확대의 필요성에 이견을 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문제는 천문학적인 재원을 마련할 현실적인 방안을 찾아내는 일이다. 정부는 돈이 없고 대다수 국민들도 가난하다. 증세도 뾰족한 대안이 되지 못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다. 대기업에는 돈이 넘친다는 것이다. 기업이 돈을 풀면 복지 대상을 중산층까지 확대할 수 있다. 기업 복지와 정부 복지가 조화를 이루면 예전처럼 ‘살맛나는 세상’을 다시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이다.

기업도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기업 복지를 효과적으로 실현하면 오히려 기업에 이익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저자가 소개하는 20개 명문 기업이 생생한 사례다.
[Book] ‘그때는 왜 지금보다 행복했을까?’ 外
저자는 기업 복지 아이디어를 일본의 역사적 경험에서 얻었다. 1970년대 일본은 자신감이 하늘을 찔렀다. 90% 이상이 중산층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 배경에는 일본의 독특한 복지 모델이 자리해 있다. 전통적으로 일본 복지제도의 핵심은 기업 복지다. 공공복지는 기업 복지에서 제외된 이들에게 제한적으로 제공되는 역할만 했다. 기업이 복지를 떠맡는 대신 정부는 산업 정책 등을 통해 기업을 적극 지원했다. 내 집 마련에서 자녀 교육, 노후 자금까지 한 번 입사하면 평생에 걸쳐 거의 모든 복지 수요를 해결해 줬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가 득세하면서 이런 모델이 깨졌다.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종업원을 해고하고 비정규직이 정규직을 대체했다. 기업 복지가 해체되고 정부도 속수무책으로 손을 놓으면서 생존은 철저하게 개인 책임으로 돌아갔다.

금융 위기 이후 일본에서도 사회의 균형을 되찾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전통적인 일본 모델로 되돌아가자는 ‘수정부활론’이다. 이윤을 우선하는 최첨단 경영 기법보다 상생 조화의 전통적인 조직 관리에 주목하자는 발상이다.

이러한 일본의 최근 움직임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과거 기업 복지 모델을 토대로 고도성장을 이룬 것은 일본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명수 지음/ 564쪽 / 맛있는책 / 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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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독서 노트
다시 찾아온 아시아의 전성기



‘살레미스 해전에서 아편전쟁까지.’ 동서양이 맞붙은 전쟁에서 승리는 항상 서양의 몫이었다. 십자군 전쟁만 해도 여덟 번의 원정에서 힘으로 예루살렘을 탈환한 것은 한 번에 지나지 않는데 매번 원정에서 승리한 것으로 대부분 알고 있다. 그래서 사자왕 리처드를 알고 있는 사람이 많아도 그의 맞수였던 이슬람의 살라딘을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지하드(성전)’라는 말을 만든 사람인데도 말이다.

문명은 다른가. 후한 시대 채륜이 종이를 발명했다. 그 제지술이 중동을 거쳐 8세기쯤에 서구에 전해졌다. 종이가 발명되고 무려 1000년의 세월이 흐른 후인데 그동안 서양은 파피루스나 양피지 같이 허접스러운 곳에 기록을 남겼다. 종이의 역사를 아는 사람은 별로 없어도 증기기관이 영국에서 만들어진 건 잘 알고 있다.

‘아시아의 대제국들’은 칭기즈칸 이후 아시아에 세워졌던 큰 나라에 관한 기록이다. 몽골·명·크메르·오스만, 페르시아의 사파비, 인도의 무굴,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까지 일곱 국가가 그 대상이다.

아시아 대제국들은 몽골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명은 중국 땅에서 몽골을 몰아내고 세워진 나라이고 오스만·사파비·무굴은 몽골의 후예가 직접 나라를 세웠거나 몽골에 밀려 이동한 세력이 세운 제국들이다.

이들은 뛰어난 문화와 행정조직을 가지고 있었다. 몽골은 정복 초기 유목 부족을 일만 호 단위로 묶어야 할 만큼 행정력이 취약했지만 세계를 정복한 후에는 통계 조사를 통해 인구와 직업, 공물과 조세의 종류를 파악할 정도였다. 필요한 인재를 충원하기 위해 유럽인을 통치에 참여시켰고 송나라 때 시작된 과거제도를 발전시켜 핏줄 대신 실력에 의해 관리를 채용하는 제도를 정착시켰다.

16~17세기는 아시아의 번영기다. 중국에는 명이, 인도에는 무굴제국이 버티고 있었고 중동에서는 오스만제국이 힘을 키워가고 있었다. 당시 유럽은 중세의 암흑기를 겨우 벗어나 민족국가로 발걸음을 겨우 떼는 수준이었다. 추산에 따르면 당시 명과 무굴제국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했던 비중은 35% 정도였다고 한다.

대략 지금 미국과 유럽을 합친 비중보다 약간 적은 수준인데, 그래서 혹자는 요즘 중국과 인도의 부상을 아시아가 세상을 지배하던 과거로 돌아가는 과정이라고 얘기한다.

역사가 남겨진 것에 대한 기록이기 때문에 읽는 것 이상으로 보는 게 중요하다. 그 면에서 책은 독자에게 많은 정보를 전해준다. 칭기즈칸의 장례식에서 명의 자기, 술탄의 화려한 인장 투그라에 이르기까지 많은 삽화와 사진을 싣고 있기 때문이다.
[Book] ‘그때는 왜 지금보다 행복했을까?’ 外
아시아의 대제국들
짐 마셀로스 지음┃박경혜 옮김┃240쪽┃푸른길┃6만 원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jwlee@solomon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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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한 미래
데이비드 D. 프리드먼 지음┃최선영 옮김┃452쪽┃생각의 나무┃1만5000원
[Book] ‘그때는 왜 지금보다 행복했을까?’ 外
물리학 박사이며 경제학자이자 법학교수인 저자의 미래 기술에 대한 통찰을 담았다. 눈부시게 발전하는 기술은 기회와 위기의 양면을 함께 지녔다. 현대 기술은 인류를 한순간에 이 세상에서 전멸시킬 수도 있다. 저자는 기술 변혁이 가져올 여러 위험과 기회, 모순을 다각도로 고찰하면서 국가보다 시장과 개인의 역할을 강조하는 자유주의적 프레임에 기초한 처방을 지지한다. 노화와 나노기술, 인공지능, 가상현실, 우주여행 등이 주요 테마다.



컨트리 드라이빙
피터 헤슬러 지음┃양희승 옮김┃474쪽┃중앙북스┃1만5000원
[Book] ‘그때는 왜 지금보다 행복했을까?’ 外
7년 동안 자동차로 중국 구석구석을 누빈 뉴욕 출신 베이징 특파원의 기행문이다. 그는 중국 대륙을 가로지르며 자동차와 발전된 운송 시스템이 중국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알게 됐다. 위기의 중국을 바꿔 놓은 평범한 농부, 이주 노동자, 기업가들을 매일 만나며 중국의 저력을 확인했다. 외부와 단절된 채 살아오며 전통적인 시골 모습이었던 중국이 21세기를 향해 가면서 도로와 공장을 만들고 어떻게 변모돼 왔는지 그려낸다.



이승훈 교수의 경제학 멘토링
이승훈 지음┃280쪽┃터치아트┃1만3000원
[Book] ‘그때는 왜 지금보다 행복했을까?’ 外
경제학 이론을 구성하는 미시경제학과 거시경제학의 기본 개념과 원리를 120개의 짧은 강의로 정리했다. 테샛(TESAT) 등 경제 이해력 검증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해 기본 개념과 이론을 교과서적으로 설명하면서도 한국 사회가 당면한 시사 문제를 해당 이론과 연관해 분석했다. 경제학 전공자들보다 고등학교 졸업 수준의 학력을 갖춘 일반인이 자습으로 경제학 지식을 얻고자 할 때 유용한 안내서 역할을 한다.



세계 경제권력 지도
송길호 외 지음┃392쪽┃어바웃어북┃2만2000원
[Book] ‘그때는 왜 지금보다 행복했을까?’ 外
세계경제 질서의 재편을 한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했다. 세계 도처에서 일어나는 변곡점의 순간을 150여 개의 지도와 인포그래픽, 일러스트로 포착했다. 국제통화기금(IMF)·유럽통계청·경제협력개발기구(OECD)

·CIA·중국통계연감 등 공신력 있는 기관이 내놓은 유의미한 데이터들을 재구성했다. 그리스 재정 위기를 설명하면서 시간을 거슬러 이집트의 피라미드, 4세기 델로스 섬의 아폴론 신전 건설 등 역사 속 디폴트 순간을 되짚어 본다.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