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브랜드 난립…본사 선택 신중해야


울산의 안모(남·37) 씨는 결혼과 동시에 8000여 만 원을 투자해 신생 브랜드 치킨 전문점을 창업했다. 월매출은 1000만 원 정도로 괜찮았지만 가맹 본사의 지원 사항은 참담했다. 본사가 서울에 있다는 이유로 가장 중요한 물류 지원도 처리가 잘되지 않았다. 슈퍼바이저 지원도 없었다. 치킨 소스 맛이 일관적이지 않다고 지적하는 점주들의 의견도 철저히 무시됐다. 결국 전국 매장들의 매출이 떨어지고 가맹 본사는 1년여 만에 부도가 났다. 안 씨는 그 사실도 뒤늦게 알았다. 안 씨는 다른 브랜드의 프리미엄 치킨 전문점으로 리뉴얼해 다시 문을 열어야 했다.

치킨 전문점은 창업을 준비하는 예비 창업자의 고려 대상 업종 1순위다. 배달 중심의 치킨 전문점은 작은 규모로 저렴하게 창업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조리하기도 쉬워 경험이 없더라도 비교적 쉽게 창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중소 브랜드들이 난립하면서 동종 업종끼리 경쟁이 심화됐다.
자영업 불황
시내 한 치킨전문점에서 손님을 기다리며 신문을 보고 있는 자영업자
/김병언 기자 misaeon@ 20111215..
자영업 불황 시내 한 치킨전문점에서 손님을 기다리며 신문을 보고 있는 자영업자 /김병언 기자 misaeon@ 20111215..
본사가 말하는 수익률 맹신 안돼

최근에 치킨 시장이 과당경쟁을 벌이면서 소자본 창업자를 노리는 부실 프랜차이즈 가맹본부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배달 전문점은 브랜드 인지도가 없으면 사업 초기 마케팅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창업 시 본사의 재무구조는 꼭 살펴봐야 한다. 이를 확인하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된 정보공개서를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다. 여기엔 본사의 재무구조는 물론 점포 증감 추이와 각 점포의 지역별 평균 매출 등이 자세히 기재돼 있다.

브랜드를 선택할 때 또한 메뉴 개발 능력, 물류 공급 시스템, 점포 콘셉트 등을 살펴보고 기존 가맹점의 평판도 체크한 후 가맹하는 것이 안전하다. 치킨 전문점은 조류독감(AI) 문제가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가 발생할 때 본사의 지원 체계나 대체 메뉴 개발이 잘돼 있는지도 중요한 요소다.

중·대형 치킨 브랜드 창업도 안심할 수만은 없다. 대형 프랜차이즈는 수익의 일정 부분을 다양한 명목의 수수료로 떼어 가고 있으며 지속적인 가맹을 위해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치킨집 인테리어나 장비의 업그레이드를 요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웬만큼 매출액이 나오지 않는 이상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실제 수입은 실망스러운 수준이 될 수도 있다.

치킨 전문점은 이미 시장 포화 상태로 경쟁이 치열해 성공적으로 진입하기 힘들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전형적인 베이비부머 세대인 박모(남·55) 씨는 퇴직금의 반을 들여 2010년 10월 경기도 안양시에 배달형 치킨집을 창업했다. 창업비용도 적고 조리하기도 쉬워 창업 경험이 없는 박 씨로서는 실패에 대한 부담감이 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창업을 하고 보니 생각만큼 장사가 잘되지 않았다. 같은 치킨 경쟁 브랜드도 많았고 족발·피자 등 배달 경쟁 업종이 너무 많았다. 본사가 얘기한 수익률 35%는 결코 나오지 않았다. 본사가 얘기했던 수익률에는 개인적인 광고비, 배달 오토바이 유지비, 각종 카드 수수료, 세금, 금융비용 등 빠진 항목들이 너무 많았다. 배달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뿌리는 각종 전단지와 지역 광고에 드는 비용이 계속해 증가했다. 최근에는 한 마리 가격으로 두 마리를 주는 가격 파괴 브랜드까지 생겨 매출이 더욱 떨어졌다. 점포를 늘려 맥주를 같이 판매하는 치킨호프도 생각해 봤지만 그것도 쉽지 않았다. 그쪽도 경쟁이 심했기 때문이다. 결국 박 씨는 2011년 12월 경쟁이 심한 치킨집 대신 근처에 전혀 없는 곱창집으로 업종을 전환했다.



창업 시 이것만은 꼭 체크하세요
1 프랜차이즈 본사의 재무구조를 살필 것.

2 신생 브랜드는 초기 마케팅 비용이 많이 들 수 있다.

3 출점 지역이 경쟁 포화 상태인지 조사할 것.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