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선 가격 하락과 거래량 감소 등 디플레이션 현상이, 비수도권에선 가격 상승, 거래량 증가 등 인플레이션 현상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물가가 상승하고 거래가 증가하는 현상을 인플레이션(Inflation), 반대인 경우를 디플레이션(Deflation)이라고 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이 동시에 일어나는 현상이 종종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경제적 현상을 바이플레이션(Biflation)이라고 하는데, 현재 국내 주택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다. 즉, 수도권에선 가격 하락과 거래량 감소 등 디플레이션 현상이, 비수도권에선 가격 상승, 거래량 증가 등 인플레이션 현상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금융 위기 이후 나타나고 있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대조적인 주택 시장 움직임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수도권 주택 가격은 전반적으로 하락 추세가 진행되고 있으며 신도시와 대형일수록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반면 비수도권 주택 시장은 강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부산·대전 등 일부 지역은 과열에 가까운 모습이 나타나면서 점차 인근 지역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첫째, 초과 공급의 조정 속도 차이다. 비수도권 미분양 아파트는 주로 소형 미분양 축소에 힘입어 2009년 7월 11만6176호에서 2011년 11월 3만9771호로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반면 수도권은 신도시 등의 공급 물량 미분양 등에 기인해 오히려 2009년 7월 2만4010호에서 2011년 11월 2만7269호로 소폭 상승하고 있으며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이 누적되면서 미분양의 질도 점점 악화되고 있다.

둘째, 가계 부채 부담의 차이다. 예금은행 가계 대출 중 수도권 비중이 70% 이상으로 절대적이다. 이러한 가운데 통계청(한국은행·금융감독원)의 2011년 2월 기준 가계 금융자산 조사에서 나타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 부채 비율이 각각 139.4%와 78.7%, 저축액 대비 금융 부채 비중도 각각 90.4%와 51.8%로 수도권이 비수도권에 비해 거의 2배 가까이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경제 산책] 국내 주택 시장의 바이플레이션
셋째, 주택 구입 능력의 차이다. 평균 주택 가격을 평균 연소득으로 나눈 PIR(Price Income Ratio)가 서울은 2011년 7.75의 높은 수준인 반면 부산은 금융 위기 이후의 주택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5.25 수준에 그치고 있다. 또한 가계소득과 주택 가격 등에 대비한 주택 담보대출 원리금 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주택구입능력지수(100보다 높으면 대출 상환이 어렵고 100보다 낮을수록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의미)를 보더라도 금융 위기 이후 서울은 140 이상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지만 부산은 70 이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주택 시장의 지역별 바이플레이션 현상에 비춰볼 때 앞으로 수도권은 체감 경기 악화 및 가계 부채 문제 등으로 구매 수요가 크지 않은 상태에서 현재의 아파트 시장 침체 흐름이 지속돼 장기 침체 국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반면 비수도권의 주택 시장 활황세가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 하지만 비수도권도 근본적인 수급 요인이 불명확한 가운데 수도권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즉, 시간이 지날수록 약화되면서 버블 붕괴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