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적립’서 ‘스마트 적립’ 으로 진화

증시가 좋을 때는 주식 직접거래 또는 주식형 펀드만으로도 금융사와 고객 모두가 만족하겠지만 증시가 장기적으로 침체에 빠졌을 때는 이것만으로는 부족해지게 마련이다. 주식 하락기에는 고객도 위험 자산에 대한 관심을 끊게 되고 판매사도 고전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대안이 필요한데, 금융사들은 매입 자산·매입 비중·매입 시기 등을 다양하게 구사하는 이른바 ‘스마트형’ 상품을 대대적으로 내놓고 있다.

스마트형 상품은 기존의 펀드와 포트폴리오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운용 방법에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기존 주식형 펀드를 설명하는 가장 큰 키워드는 ‘장기 분할 매수’다(그림 참고). 주식시장이 V자를 그릴 때 꾸준히 자산을 매입해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추는 식이다. 이때 상품은 주식형이라면 모두 주식 자산으로 채워진다. 주식·채권 혼합형이라도 자산 비중은 일정하다. 주식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펀드 내 현금 비중이 일시적으로 늘어날 수 있지만 10% 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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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투자자가 리스크 직접 관리

그러나 V자형처럼 대세 상승을 하지 않는 장세에서는 장기 분할 매수의 의미가 크게 사라진다. 물론 10년을 내다보고 장기로 매입하는 투자자라면 저가 매수의 기회가 될 수 있지만 현재처럼 심리가 가라앉아 있을 때는 발을 빼는 투자자가 대부분인 것이 현실이다.

이를 위해 증권사들은 다양한 운용 전략을 내세워 투자자들의 관심을 돌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른바 ‘스마트형’ 펀드는 자산 포트폴리오와 매입 방식에서 기존의 주식형 펀드와 차이가 있다. 예를 들면 안정적인 채권에 70%가량 투자하고 주식 비중은 30% 이내로만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식이다. 주가가 낮을 때는 채권 비중을 줄이는 대신 주식 비중을 최대한 늘리고 주가가 상승해 목표 수익률에 도달하면 주식 비중을 낮추고 채권 비중을 늘린다. 주가가 박스권에서 오르내리는 장세에서 유리한 전략이다.

실제로 금융사에서 판매하는 상품들은 자산 종류·자산 비중·매입 시기와 환매 시기 등이 다양하고, 심지어 투자자가 직접 그것들을 선택할 수도 있다.

삼성증권의 ‘적립식 안심플랜’은 투자자 스스로 위험(risk)을 관리하는 서비스로, 키핑(keeping)·베이직(basic)·스윙(swing)의 세 가지 플랜으로 구성돼 있다. 키핑플랜은 펀드 내에서 설정한 목표 수익률에 도달하면 기존 적립금 및 수익금을 안전 자산인 머니마켓펀드(MMF)로 자동 변환하고 신규 납입금만 주식형 펀드에 투자한다. 시장이 급등락하더라도 수익의 편차를 최대한 줄여 장기 투자를 지속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반면 스윙플랜은 좀 더 적극적인 투자자를 위한 서비스다. 특정 주가 지수대를 투자자가 사전에 정해 놓고 지수 상단에서는 저수익 안전 자산으로,하단에서는 고수익 주식 자산으로 자동 투자해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상품이다.

베이직 플랜은 적립식 투자수익률이 정점에 달해 해당 투자 금액을 모두 안전 자산으로 전환해도 목표로 한 수익 달성이 가능한 시점을 고객에게 통보해 주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들은 삼성증권이 판매하는 모든 펀드 상품에 적용할 수 있고 삼성자산운용뿐만 아니라 삼성증권이 판매하는 다른 운용사 상품에도 적용할 수 있다.

일반적인 주식형 랩 상품이 주식을 운용하는 것처럼 펀드를 하나의 주식 상품처럼 매입해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비중을 조절하는 이른바 ‘펀드랩’도 주식형 펀드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삼성증권의 ‘펀드랩’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삼성증권은 “펀드랩은 적극적인 비중 조절로 약세장에서는 위험관리를, 강세장에서는 고수익을 추구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최소 가입 금액도 2000만 원 수준으로 1억 원 수준인 주식형 랩보다 낮으면서 판매 수수료는 연 0.6~1.5%로 일반 주식형 펀드와 비슷한 수준이다. 강세장에서도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일반 펀드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펀드 시장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투자증권 ‘우리 스마트 인베스터’는 지수 변동 폭을 기준으로 내릴 때는 더 사고 오를 때는 덜 사는 방법으로 매입 단가 평균화 효과를 극대화하되 시간적 분할 매수가 아닌 지수 기준의 수직적 분할 투자를 추구한다. 주가가 정해 놓은 지수대보다 더 하락하면 매수액을 2배까지 늘리는 증액 매수가 특징이다. 기초 자산으로 상장지수펀드(ETF)를 투자 대상으로 하되 코스피200, 레버리지ETF, 인버스ETF 등으로 변화를 주고 있다. 기초 자산, 매입 시기, 매입 비중 등은 홈 트레이딩 시스템(HTS), 직접 약정, 펀드형 상품 선택 등 3가지 방식으로 가능하다.

우리투자증권 이윤학 신사업전략부장은 “급등락을 보이고 있는 국내 증시 상황에 효율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일별 꾸준한 가입률을 보이고 있으며 누적 잔액은 400억 원을 돌파했다. 향후 시장을 주도할 적립식 투자 방법은 시간 기준의 수평 분할 방식이 아니라 가격 기준의 수직 분할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인 자산 배분이 가능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주가 하락 예상 시 주식 비중을 줄여 자산을 지키고 주가 상승 예상 시 주식 비중을 늘려 자산을 키운다는 전략이다. 적정 수준의 수익률과 위험관리를 병행해 성장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내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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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 펀드는 사모형만 나와 있어

아임유(I’M YOU)는 한국투자증권의 펀드랩 상품으로 최소 가입 금액 2000만 원으로 삼성증권 펀드랩과 비슷한 상품이다. 공격형·적극형·중립형·안정형의 4가지로 나눠져 있다. 회사 측은 “2010년 3월에 시작한 아임유의 1년 7개월 운용 성과를 살펴보면 지난해 8월 시작된 미국 재정 위기와 유럽 재정 위기 등의 이슈로 시장이 급등락을 반복한 것을 감안하더라도 각각 8%, 4%, 6%, 6% 수준으로 평균 6%대의 안정적인 수익을 누적하고 있다. 이는 시중금리 3% 수준과 비교할 때 약 2배가 되는 뛰어난 성과”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밖에 한국투자증권의 절대 수익 추구형 공모주 펀드는 투자자산의 대부분이 높은 채권에 투자되고 10~30%의 범위에서 공모주에 투자되는 상품이다. 펀드매니저가 투자 대상 기업을 선별하기 때문에 개인이 직접 공모주를 청약하는 것보다 많은 물량을 배정받을 수 있으며 직접 청약할 때의 번거로운 절차도 간소화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배당주 채권 혼합 펀드는 투자자산의 대부분이 높은 채권에 투자되고 10~30%의 범위에서 배당주에 투자되는 상품이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안정된 수익을 기반으로 배당을 꾸준히 실시하고 있는 기업들에 투자해 변동성이 낮은 것이 특징이다.

한편 지난해 12월 출범함 한국형 헤지 펀드는 시장 상황과 상관없이 절대 수익을 추구하는 펀드로, 다양한 전략 구사가 가능하지만 한국형은 90% 이상 롱숏 전략에 의존하고 있는 상태다. 대부분 ‘시중금리+알파’인 연 6~8%의 수익을 추구한다.

현재 9개 운용사(동양자산운용·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미래에셋자산운용·삼성자산운용·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우리자산운용·하나UBS자산운용·한국투신운용·한화자산운용)에서 상품을 출시한 상태다. 다만 대부분 사모 펀드 형태로 일반인이 소액으로 투자하는 길은 열려 있지 않다. 장기적으로 헤지 펀드가 활성화되면 공모형 펀드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사들은 혼란한 증시에서도 ‘시중금리+알파’의 수익을 추구하는 다양한 상품들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증권사들이 판매하는 상품들은 100% 안전 자산이 아니므로 ‘몰빵 투자’는 금물이다. 먼저 자산의 일부를 테스트 삼아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