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경 조직 괴사로 성기능 장애 부를 수도

지난해 세관에 적발된 밀수품 1위는 가짜 발기부전 치료제로, 2010년도 1위였던 가짜 명품 가방을 제쳤다고 한다. 가짜 약 문제에 대한 대중의 인식과 경각심이 높아진 것은 고무적이지만 개선을 위한 방안과 적극적인 대책이 미비한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사실 가짜 발기부전 치료제가 기승을 부리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오랫동안 많은 환자들을 진료해 온 비뇨기과 전문의로서 가짜 발기부전 치료제의 확산은 매우 우려스럽다.

2009년 대한남성과학회와 한국식품의약품안전청이 시중에 유통되는 가짜 경구용 발기부전 치료제의 성분을 검사한 적이 있다. 그 결과 가짜 발기부전 치료제에서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납과 수은 같은 중금속이 검출됐다. 심지어 발기부전 치료 유사 성분 등이 인체가 감당할 수 있는 허용량보다 2.4배나 많이 함유된 것도 있어 과량 복용에 따른 부작용이 심각하게 우려된다. 최근에는 허용치의 20배 이상 유효 성분이 있는 것도 적발됐으며 이런 가짜 약들을 잘못 먹고 24시간 이상 발기가 지속되면 음경 조직이 괴사해 영구적인 성기능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
[헬스 칼럼] 남성 건강 위협하는 가짜 발기부전 치료제
이는 가정이 아니라 실제로 일어난 일이며 해외에서는 사망에 이른 경우도 보고되고 있다. 더 우려스러운 일은 당장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지속적으로 복용하면 인체에 계속 남아있게 돼 나타날 수 있는 중금속 과잉 축적에 대한 부작용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가짜 발기부전 치료제를 막을 수 있을까. 정부의 적극적인 적발과 단속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우리나라 남성들의 인식 변화가 가장 필요하다고 본다.

진료실에서 만나는 환자들 중에는 가짜 발기부전 치료제가 위험하다는 것을 잘 모르거나 온라인에서 파는 것도 정품 비아그라라고 믿는 이들이 많다. 가짜 발기부전 치료제를 막기 위해서는 대중을 대상으로 한 적극적인 교육과 인식 개선 캠페인이 반드시 필요하다.

미국의 사례를 보자. 미국 역시 가짜 발기부전 치료제가 문제가 되고 있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활동을 벌여 왔다. 지난해부터 미국약사협의회(NABP)가 주도해 비아그라를 최초로 개발한 화이자제약과 함께 가짜 발기부전 치료제 근절 캠페인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들은 대중을 타깃으로 삼고 교육 프로그램과 가짜 발기부전 치료제의 위험성을 알리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화이자제약은 기업 내부에 전직 미 연방수사국(FBI)과 세관원 출신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글로벌 시큐리티팀을 조직해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각 국가들이 가짜 발기부전 치료제 조직들을 적발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한다.

단속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남성 스스로가 자신의 남성 건강을 단속할 수 있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한 적극적인 활동과 국가적 차원의 관심과 노력이 무엇보다 절실한 때다.



양상국 건국대의대 비뇨기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