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면 퇴직 대신 이직을 검토하라’


“끝까지 버텨라.” 현시점의 한국 대기업에서 여성 임원이 되기 위해서는 ‘독한 여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현승 커리어케어 수석 컨설턴트는 “여성 임원이 나오기 힘든 화학 업종에서 임원이 된 조혜성 LG화학 상무는 ‘나는 그저 내 일을 열심히 한 것뿐인데, 시대가 변해 여성 임원이 필요해진 것이고, 찾다 보니 나밖에 없어서 내가 임원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컨설턴트에 따르면 현재 기업에서 임원을 맡고 있는 연령이 대개 50대인데, 이들 세대에서 여성은 결혼하면 직장을 그만두고 살림에 전념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따라서 여성 인력 풀(pool)이 형성되지 않았던 것이 큰 원인이었다. 현재 여성으로서 임원이 된 것은 일반적이지 않은 특별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의 기업 문화에서 여성들이 남성들과 똑같이 경쟁할 수 있는 조건이 완성됐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보건복지부가 2006년 발표한 ‘전국 결혼 및 출산 동향’에 따르면 직장 여성의 49.9%가 첫 출산 후 직장을 그만둔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동향에서는 취업 여성의 39%가 결혼 전후 직장을 그만둔 것으로 조사됐다. 50대 직장 여성은 여성이 일하는 것 자체가 드문 일이었지만 지금은 직장 여성이 일을 계속하고 싶어도 하기 힘든 장벽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 한창 현업에서 일하고 있는 30~40대 여성에게는 보다 현실적인 조언이 필요하다. 이 컨설턴트는 “향후 10년 내 임원이 될 여성 인력은 1970년대생, 즉 30대 중반~40대 초반인데 이들의 가장 큰 고민은 ‘일을 계속할 것인가’, ‘계속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다. 커리어케어에서 3년 전 ‘이직 스쿨’을 열었는데, ‘한나절 강의에 200만 원을 내고 과연 누가 수강을 할까’라고 생각했지만 30대 중·후반의 여성들이 굉장히 많이 참석해 열심히 들었다. 그만큼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수원 삼성전자 어린이집 선생님이 삼성전자 직원들이 출근길에 데려다 주는 자녀들을 맞이하고 있다./강은구기자 egkang@  2006.06.12
수원 삼성전자 어린이집 선생님이 삼성전자 직원들이 출근길에 데려다 주는 자녀들을 맞이하고 있다./강은구기자 egkang@ 2006.06.12
출산·육아, 가족 협조 없으면 “No”하라

이 컨설턴트는 여성 임원이 되기 위한 세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첫째,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최선을 다하라는 것.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면 능력의 100% 이상 성과가 나오고 조직은 100보다 100 이상을 하는 사람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다 보면 일의 메커니즘이 보이고 승진 가능성도 커진다. 다만 자신이 열심히 하는 것과 별도로 조직 내에서 길이 보이지 않을 때는 반드시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 컨설턴트는 “이직하든지 학업을 통해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 그것을 찾지 못하면 조직 내에 안주하게 되고 얼마 가지 않아 퇴사하게 된다. 이 부분은 남성이나 여성이나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부분”이라고 조언했다.
[30대 그룹 여성 임원] 여성 임원들의 자기 관리 노하우
현재의 직장에서 길이 보이지 않는다면 퇴사보다 이직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회사가 붙잡는 여자들의 1%의 비밀’의 저자인 권경민 미오테크놀로지코리아 이사는 “퇴직할 용기로 더 좋은 회사를 찾아라. 기혼 여성으로서는 퇴직하고 나서 새로운 직장을 알아보기가 호락호락하지 않다.

회사를 옮길 때는 연봉을 더 받고 싶은 것인지, 아이를 키우기 위해 좀 더 자유로운 분위기와 융통성 있는 업무 환경을 원하는 것인지 우선순위를 정하라. 그리고 지원하는 회사에 임신과 출산 계획에 대해 미리 양해를 구할 필요는 없다. 혹시 질문을 받더라고 ‘현재로서는 계획이 없다’고 이야기하라. 어차피 인생에 없던 일들도 수시로 일어나는 것이 인생이다”라고 조언하고 있다.

둘째, 롤모델을 찾아야 한다. 많은 여성들이 임원까지 가지 못하고 중간에 사라지는 이유는 지향점을 찾지 못하는 이유도 크다. 이 컨설턴트는 “현재 임원이 된 여성들을 보면 대부분 기혼이고 아이도 2~3명씩 있는 사람도 많다. 그렇다면 이들의 경쟁력을 분석해야 하고 또 그들을 통해 자신에게 동기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셋째, 여성들에게 가장 현실적인 조언으로, 결혼과 육아에 대한 막연한 낙관을 버리고 현실을 직시하라는 점이다. 이 컨설턴트는 “많은 여성들이 아이를 낳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고 ‘낳으면 어떻게 되겠지’라고 생각하는데, 막상 낳으면 어떻게든 되지 않는다. ‘남편이 알아서 해 주겠지’, ‘시부모님이 알아서 해 주겠지’라고 생각하지만 아무도 알아서 해 주지 않고 결국은 여자 자신에게 큰 짐이 떨어진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기 전부터 명확하게 직장 생활과 가사·육아에 대해 철저하게 분석해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 이에 대해 남편과 가족이 합의해주지 않으면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선언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경민 이사도 “가족의 도움을 요청하는 데 익숙해져야 한다. 도움을 청하지 않으면 얼마나 힘든지 주변에서는 알 수 없다. 혼자 힘으로 씩씩하게 잘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다만 너무 잦은 신세 한탄은 듣는 사람을 지치게 만들기 때문에 어떻게 도와주어야 하는지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줘라”고 말했다.
[30대 그룹 여성 임원] 여성 임원들의 자기 관리 노하우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