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레버리지 시대의 삶


현재 세계경제의 문제는 ‘빚의 올가미’다. 흔히 경제 3주체를 국가·기업·개인이라고 하는데, 3주체가 빚의 함정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형국이다. 유로존은 정부와 개인 부채가 문제다. 성장률은 떨어지는 반면 정부는 복지비용을 과도하게 집행한 결과다. 미국도 국가와 개인의 부채가 많다. 소비를 통해 1980년대 이후 20여 년 성장했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부채를 통한 잔치는 끝났다.

우리나라도 결코 쉬워 보이지 않는다. 정부 재정은 아직까지 건전하다고 하지만 현재만 그렇다는 게 문제다. 앞으로 고령화사회가 진행되고 사회적 양극화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거세지면 여야를 막론하고 복지를 내세우면서 민심을 얻고자 할 것이다. 여기에 우리나라가 저성장 국면으로 진입했다는 사실도 사정을 더욱 어렵게 한다.

이런 사정을 감안할 때 정부 재정은 앞으로 갈수록 나빠진다고 보는 게 합리적인 시각이다. 개인도 부채와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한다. 가계 부채가 1000조 원에 육박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부채를 해소하는 방법은 소유한 자산의 가격이 올라 처분해 현금화하거나 소득을 늘리는 것, 두 가지뿐이다.

부동산 시장은 2000년대 초부터 장기 상승 사이클을 기록한 후 하향 안정화 추세로 가고 있다. 그나마 주식시장은 사정이 낫다. 외환위기를 통해 기업들의 리스크 관리 능력이 몰라보게 좋아졌고 부채비율도 낮다. 게다가 한국의 대표 기업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많은 이익을 내고 있다. 이는 일정 정도 주식 자산을 자신의 포트폴리오에 편입해야 하는 근거다. 부채를 줄이는 ‘디레버리지 시대’에는 어떤 전략을 갖고 투자에 임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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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투자 판단에서 ‘생존 능력’이 판단 기준이 돼야 한다. 주택은 일자리와 가깝고 교통이 좋은 곳으로 압축해야 한다. 이런 주택은 다른 주택에 비해 경기 불황을 덜 타고 생존 능력이 강하기 때문이다. 주식도 마찬가지다. 미래의 성장도 성장이지만 눈에 보이는 자산을 소유하고 생존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대상을 줄여야 한다.

둘째, 중국 내수시장의 확대를 눈여겨봐야 한다. 현재 글로벌 경제에서 성장세를 유지하는 몇 안 되는 국가가 중국이다. 성장은 곧 소득의 증가로 연결된다. 수출 중심으로 성장해 왔던 중국이 서브프라임 부실 사태 이후 내수 시장 확대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중국의 내수 시장 확대로 수혜를 볼 수 있는 기업이나 이들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반면 유럽과 미국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투자는 삼갈 필요가 있다.

셋째, 부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레버리지는 성장 시대의 개념이다. 저성장 시대의 개념은 디레버리지다. 빚을 내서 돈을 많이 번 사람들이 주목 받는 시대에서 빚이 없는 소박한 삶을 사는 사람이 재평가 받는 날이 도래했다.

넷째, 투자 대상의 폭을 보다 넓혀야 한다. 지난 10여 년간은 자산의 시대였다. 주식과 부동산 자산을 소유하고만 있으면 성공했다. 하지만 이런 황금기가 짧은 시간에 돌아오길 바라는 것은 너무 낙관적인 시각이다.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방법은 확실한 곳에 소수 집중투자하거나 여러 자산군에 나눠 놓는 분산투자여야 한다. 소수 집중투자는 개인 투자자들이 쉽게 하기 어려운 방법이다. 하지만 분산투자는 적은 노력만으로도 가능하다. 주식(주식형 펀드 포함)이나 주택 자산 중심에서 글로벌 채권, 헤지 펀드, 오피스에 투자하는 부동산 펀드 등의 자산군으로 분산해 놓는 전략이 필요하다.

다섯째, 삶의 가치를 재조정해야 한다. 확대의 삶에서 소박한 삶으로 전환해야 한다. 성장의 제한은 부를 창출할 기회의 축소를 의미한다. 현재 가지고 있는 것을 잘 관리하고 지키려는 삶의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이상건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 상무 sg.lee@miraeass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