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헤지 펀드의 이해와 투자 전략

2011년 연초부터 많은 악재들이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2012년에도 유럽 상황은 여전히 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으며 중국의 긴축 완화와 양호한 미국 경제 상황에만 기대기에는 시장의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 이러한 환경에서 부동산과 주식 투자를 통해 과거와 같은 고수익을 얻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러한 시점에는 선진국 기관투자가와 고액 자산가(HNWI), 소위 스마트 투자자들의 자금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헤지 펀드가 바로 그것이다. 헤지 펀드가 주목 받는 이유는 과거 정보기술(IT) 버블 붕괴, 리먼브러더스 사태, 유로 부채 위기 등 하락장에서 우수한 시장 방어 능력을 보이며 오히려 수익을 거두기도 했기 때문이다.



명실상부 금융시장 주력 상품 부상

헤지 펀드는 소수의 부유한 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아 주로 버뮤다제도·케이맨제도와 같은 조세회피지역에 사모 펀드를 설정해 운영하기 때문에 감독 기관의 규제에서 자유롭고 일반 공모 펀드에 비해 공매도·레버리지·분산 투자 규제 등 운용상의 제약이 없다. 따라서 매니저의 역량에 따라 다양한 투자 전략을 세우고 최적의 포트폴리오 구성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게다가 대부분의 헤지 펀드가 펀드매니저의 개인 자산을 포함해 회사의 자기자본을 펀드에 함께 투자하고 실적에 따라 성과 보수를 받기 때문에 투자 성과에 대한 동기부여가 강력하다고 할 수 있다.

전 세계 주식·채권·선물·옵션·상품·통화·부동산 등 투자할 수 있는 모든 대상에 투자하고 자산 가격의 상승뿐만 아니라 하락에도 베팅할 수 있는 헤지 펀드는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원금의 몇 배에 달하는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도 있다. 투자자들 이외에는 펀드의 운용 내용이 외부로 공개되지 않고 가입 조건은 물론 환매 조건도 까다롭기 때문에 일반 대중은 쉽게 투자할 수도 없다.

이 때문에 2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미국에서도 헤지 펀드 매니저들은 베일에 싸인 신비한 집단들로 여겨졌으며 그들이 이뤄낸 고수익의 신화만큼 실패담에 대해서도 언제나 언론의 주목을 받아 왔다. 따라서 국내 대다수 투자자들의 머릿속에는 직접 경험해 보지 못했지만 레버리지를 많이 일으켜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상당히 ‘위험한 투자’로 각인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일반인들의 생각과 달리 대다수의 헤지 펀드들은 안정적인 알파 수익을 추구한다. 알파 수익은 벤치마크 대비(예를 들어 코스피 지수) 성과가 좋고 나쁨을 평가하는 상대적인 수익 개념이 아니라 어떠한 시장 상황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절대 수익의 개념을 말한다. 우리가 투자할 때 ‘헤지를 건다’라는 말을 쓰는데, 이는 어떤 투자를 집행할 때 거기에 내재돼 있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별도의 장치를 마련한다는 의미다. 우리가 가장 흔히 알고 있는 헤지 펀드 전략 중 하나가 저평가된 주식을 매수하면서 동시에 고평가된 주식을 공매도하는 롱숏 전략이다.

이 밖에 대표적인 헤지 펀드 전략으로는 기업 합병, 신용 등급 변화 등 기업이나 시장의 가격 변화에 큰 영향을 끼칠 사건을 미리 예측해 적절한 시점에 들어가 투자하는 이벤트 드리븐(Event Driven) 전략과 특정 종목보다 시장의 방향성에 포인트를 맞춘 전략으로 가격이 한창 오를 때는 상승 추세에 맞춘 포트폴리오를 짜고 내릴 때는 하락에서 수익이 나도록 하는 시장 따라가기 투자법인 매크로 전략이 있다.
[재테크 스쿨] 하락장서 ‘승승장구’…장기 투자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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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같은 전략에 따라 운영되는 헤지 펀드들과 주식의 수익률을 비교해 보면 2008년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의 혼란으로 주식시장의 변동성은 커졌지만 헤지 펀드 운용 성과의 변동성은 오히려 축소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과도한 레버리지를 일으켜 공격적으로 운영하다가 큰 손실을 낸 헤지 펀드나 펀드매니저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로 인한 악명 높은 폰지 사건 등 대중매체를 통해 극단적으로 강조된 일부 사례들도 있다. 하지만 2008년의 금융 위기와 같은 시련들을 지나면서 부실한 헤지 펀드들은 사라지고 진정한 ‘헤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헤지 펀드들이 살아남으면서 오히려 우수한 헤지 펀드 매니저에 대한 시장의 신뢰는 더욱 강화되는 결과를 낳았다. 그 결과 1990년대 당시 전 세계 운용 자산(AUM)이 389억 달러에 불과했던 헤지 펀드는 2011년 1분기 기준으로 운용 자산 규모가 약 2조 달러로 급증하면서 명실상부한 금융의 중심을 차지하게 됐다.

이제 시작 단계인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선진국 기관투자가들과 고액 자산가들에게 먼저 검증 받은 글로벌 대형 헤지 펀드들 가운데 전략이 서로 다른 여러 개의 펀드에 분산 투자하고 연간 기대 수익률 10~15% 정도, 최소 3년의 투자 기간을 갖고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이러한 국내 재간접 헤지 펀드에 투자할 때 반드시 확인해야 할 사항은 다음과 같다.



반드시 세 가지 사항 확인하고 투자해야

첫째, 편입돼 있는 펀드가 오리지널 헤지 펀드인지 아니면 전략을 복제한 펀드인지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전략의 특수성에 따라 복제 펀드와 오리지널 펀드와는 추적 오차가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둘째, 헤지 펀드는 환매 및 기준가 평가 주기 등 운용상 제약이 있기 때문에 국내 재간접 헤지 펀드는 대부분 투자 기간이 정해진 폐쇄형으로 출시되고 있다. 따라서 3년 이상 투자가 가능한 여유 자금을 활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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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오리지널 헤지 펀드의 수수료 이외에 재간접 펀드에 부가되는 추가 수수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는 오리지널 헤지 펀드의 가입 조건이 선진국에서는 최소 10억 원 이상 수준인 것에 비해 국내에서는 1억 원 이상으로 가입 조건을 완화한 것이다.

재간접 펀드 내에서 환 헤지를 실시하고 수개월에 걸친 세계적인 헤지 펀드들의 실사를 통해 실제 재간접 펀드에 편입할 헤지 펀드들을 엄선하는 일련에 과정에 대한 보수라는 측면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복잡하고 이해하기 힘든 전략들과 여러 제약들 때문에 국내 자산가들에게 헤지 펀드가 주요 투자 대상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그러나 투자의 패러다임은 분명 변하고 있다. 이제 우리도 국내시장에서 벗어나 선진국 스마트 머니들의 글로벌 자금 흐름에 동참해야 한다. 이에 선진국 기관투자가들과 상위 1%의 선택을 받은 글로벌 헤지 펀드는 조만간 국내 자산가들에게도 선택이 아닌 필수의 투자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세라 미래에셋증권 WM그랜드인터컨티넨탈센터 웰스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