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사례로 본 상속˙증여 비결

최근 자산가들이 고령에 접어들면서 가장 큰 고민으로 떠오른 것이 자녀에 대한 상속 문제다. 과거에는 고액 자산가들이 재산을 감추거나 편법으로 증여해 탈세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조세 감시 기능이 강화되면서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절세와 상속을 하려는 자산가가 늘고 있다. 이러한 자산가들의 니즈에 따라 은행·증권사 등의 프라이빗뱅킹(PB)센터에서는 상속·증여만 전문적으로 상담하는 팀을 구성하고 ‘상속·증여센터’를 분리해 특화하고 있다. 가업·부동산·금융자산 등 크게 3가지 자산에 대해 PB센터의 상속·증여 상담 사례를 통해 현명한 상속·증여의 기술을 알아본다.
사전 준비로 수억 원 아낀 특별한 방법
● 가업 승계

경기도 안산에서 자동차 부품 제조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박모(71·남) 씨는 지난 30년 동안 회사를 건실하게 키워왔다. 박 씨의 두 아들 중 큰아들(42)은 공무원이기 때문에 가업 승계가 어렵고 둘째(40)는 일반 회사에 다니다가 경영 수업을 받기 위해 최근 박 씨의 회사에 입사했다. 박 씨가 둘째 아들을 자신의 회사에 입사시킨 이유는 이제 그의 나이가 많고 건강도 차츰 악화되는 것 같아 회사에 대한 승계를 고민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박 씨의 자산 규모는 약 90억 원이다. 사업용 자산은 약 60억 원의 가치를 갖고 있고 주택과 현금 등 개인 자산은 약 30억 원에 달한다.

박 씨는 가업 승계 계획을 세우고 첫째에게는 개인 자산을, 둘째에게는 회사를 물려주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건강이 갑자기 급속도로 나빠졌고 병원 중환자실을 전전하다가 결국 사망했다. 상속이 개시되자 회사를 물려받은 둘째는 청천벽력과 같은 상속세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가업 자산 60억 원을 포함해 상속세가 19억4000만 원(산출세액 기준)이 나왔기 때문이다.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이 책정됐다.

세무사를 통해 알아보니 둘째 아들이 아버지의 회사에서 근무한 기간은 아버지의 사망 시점까지 1년 6개월로 가업 승계 공제를 위한 근무 기간 2년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만일 2년 이상 근무했다면 사업용 자산 60억 원 중 70%(2012년 상속분부터)인 최대 42억 원을 공제 받을 수 있었다. 형제간 재산 분할을 감안해 기업 상속 공제를 받았다면 상속세는 대략 13억2000만 원만 내면 됐다. 무려 6억2000만 원 차이다.

그리고 박 씨가 생전에 가업 승계와 관련해 사전 증여를 시작했다면 내야 할 세금을 더 줄일 수 있었다. 하나은행 상속증여센터 김근호 세무팀장은 “생전에 가업 승계 증여세 특례 규정과 창업 자금 증여세 특례 규정을 적용받을 수 있고 상속이 개시된 경우에는 가업 상속 공제 상속세 특례 규정이 있다”며 “하지만 박 씨는 아무 공제 혜택을 받지 못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조세 혜택이 있는 만큼 각 규정에는 ‘대상 요건’과 ‘재산 이전 후 사후 관리’가 엄격하게 적용된다”고 덧붙였다.


증여를 생각한다면
step1
증여 공제, 상속 공제 등을 고려해 사전 증여 금액을 계획한다.
step2 가치 상승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재산을 먼저 증여한다.
step3 여러 사람에게 분산해 증여하는 것이 유리하다.
step4 2차 상속인 손자·며느리·사위에게 증여하면 세율도 낮아지고 합산 기간도 5년으로 짧아진다.



공제 특례를 적극 이용해야

반면 미리미리 상속·증여에 대한 철저한 준비로 대폭 절세한 사례도 있다. 앞의 박 씨 사례와 반대로 공제를 받을 수 있는 여러 특례 규정을 십분 활용한 경우다. 서울 관악구에서 무역업을 하는 안모(68·남) 씨는 개인 영세기업에서 법인으로 회사를 키웠다. 큰딸(37)은 대학 졸업 후 줄곧 아버지 회사의 살림살이를 맡아 왔고 둘째 아들은 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최근 안 씨의 회사에 입사해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안 씨의 고민은 여태까지 회사를 함께 키워 왔던 큰딸과 경영 마인드가 강한 둘째 아들 중 누구에게 가업을 승계할지가 고민이다. 그리고 회사를 승계하면서 물게 될 상속·증여세도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방법을 강구했다. 결국 평소 거래하던 PB센터에 들러 자신의 고민을 세무사와 상담한 후 적절한 해법을 찾았다.

우선 큰딸을 회사에서 분리해 같은 업종으로 창업하게 했다. 그리고 창업 자금 20억 원을 지원했다. 창업 자금 증여세 특례 규정에 따라 부모가 자녀의 창업을 지원할 때 30억 원까지 10%의 증여세만 물면 된다. 따라서 증여세로 안 씨가 낸 세금은 2억 원에 불과하다. 만일 안 씨의 회사 재산이 아닌 일반 재산을 증여했다면 증여세는 6억4000만 원에 달할 수 있었다. 4억4000만 원을 절세했다. 그리고 둘째 아들이 안 씨의 회사에서 큰딸의 업무를 인수 인계받고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안 씨는 가업 승계 증여세 특례 규정에 따른 공제를 받아 조만간 회사를 둘째에게 증여할 계획이다.

상속·증여세법에는 다양한 특례 규정이 있지만 그 조건들이 현실에서 너무 가혹한 경우가 많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김 세무팀장은 “공제를 받으려면 특례 규정상 소유·경영·고용유지 등의 조건이 따르는데 가업의 피승계자가 반드시 소유와 경영을 약 10년간 해야 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며 “가업을 승계한 경우 특례 공제를 받았다면 회사를 키우기 위해 전문경영인을 영입하거나 변화하는 경영 상황에 따라 업종을 전환하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한 해 40만 명이 사망한다면 상속세를 내는 수는 4000명이고 이 중 여러 공제 특례 규정을 적용받는 이는 1%인 40명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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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업 승계 전문가 tip
2012년 세법 개정으로 70% 공제

1. 먼저 가업 상속 공제에 해당하는 중소기업 업종인지 체크해야 한다. 부동산 임대업이나 과세 유흥 장소 등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2. 가업 승계는 최소한 부모가 가업을 10년 이상 영위해야 하여 부모의 나이 요건이 60세 이상이어야 한다.

3. 피상속인의 지분이 특수관계인과 합해 50% 이상(상장 법인이면 30% 이상)이어야 한다.

4. 피상속인이 가업의 영위 기간 중 60% 이상의 기간을 대표이사로 재직해야 한다.

5. 2012년 세법 개정으로 가업 상속 공제 적용 시 가업 상속 재산가액의 70%를 공제하고 가업 상속 공제 한도가 10년 이상 영위한 기업은 100억 원, 15년 이상 기업은 150억 원, 20년 이상 기업은 300억 원을 한도로 적용한다.

6. 법인의 주식을 가업 상속 공제 받을 때 주식가액에서 비사업용 자산가액이 차지하는 비율은 차감한 후 상속 공제를 적용하는 것으로 2012년 개정됐다. 비사업용 자산에는 업무 무관 자산, 비사업용 토지, 임대용 부동산, 타인에게 대여한 금액, 상속 개시일 직전 5개 사업연도 말 평균 보유액의 150%를 초과하는 현금, 타인이 발행한 주식·채권 등 금융 상품은 제외한다.
사전 준비로 수억 원 아낀 특별한 방법
7. 사후 관리 규정으로 상속인이 가업 상속 공제를 받은 후 상속 개시일부터 10년 이내 정당한 사유 없이 가업용 자산의 20%(5년 이내 10%) 이상을 처분할 때 상속세 및 가산세도 추징된다.

8. 또한 상속인이 가업에 종사하지 않게 된 때나 상속인의 지분이 감소하는 때에도 상속세 및 가산세가 추징된다.

9. 매출액 1500억 원 이하의 중견기업은 상속 후 10년간 고용 평균 1.2배 이상을 유지해야 하며 그 외 기업은 1.0 배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김근호 하나은행 상속증여센터 세무팀장



● 부동산 상속·증여

통계청의 2010년 가계 금융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0년 2월 기준으로 우리나라 가구당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75.8%에 이른다. 이에 따라 상속받는 재산도 부동산으로 받는 경우가 많다. 연도별로 결정된 상속세의 자산 종류별 비율에서도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의 약 67.8%에 이른다.

서울 서초구 임모(78·남) 씨는 부동산 부자다. 서초동에 시가 40억 원의 빌딩과 단독주택(15억 원), 현재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20억 원)를 합쳐 총 75억 원 가치의 부동산 자산을 갖고 있다. 그는 사후 상속세 부담이 과다할 것으로 예상해 미리 개인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외아들(46)에게 증여할 계획이다.

빌딩은 아들에게,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는 부인에게, 단독주택은 손자에게 물려주겠다는 나름의 계획을 세웠다. 임 씨는 아들에게 더 늦기 전에 자신이 보유한 빌딩 명의를 가져가라고 했지만 아들은 충분히 병원 사업으로 수익이 있고 재산세를 계속 내야 하는 부담이 있어 차일피일 미뤘다.

결국 임 씨는 PB센터를 찾아 이러한 고민을 이야기하자 세무사는 임 씨의 계획에서 증여 대상을 전면 수정했다. 미래 가치가 상승할 자산이거나 현재를 기준으로 환금 가치에 비해 세법상의 평가를 낮게 받을 수 있는 재산을 우선 증여하라는 것이었다. 또한 임대료 수익이 발생하는 빌딩은 수익원이 없는 배우자·며느리·손자에게 일정 부분을 분산해 증여하라는 것이었다. 한 사람에게 증여하는 것보다 여러 사람에게 나누면 증여세가 절감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임 씨는 40억 원의 빌딩 자산을 부인에게 25%(10억 원), 며느리와 손자에게 각 10%(4억 원)씩, 그리고 자신이 55%를 유지하는 것으로 정했다. 만일 아들 혼자에게 지분의 45%인 18억 원을 증여하면 40% 세율이 적용됐을 것이다. 이는 7억2000만 원에 달한다. 하지만 부인·며느리·손자에게 분할했기 때문에 부인은 배우자 공제를 감안하면 20%, 며느리와 손자의 각 4억 원에 대해 20%(손자는 26%) 세율이 적용됐다. 따라서 증여세 총합계액은 2억3000만 원으로 약 3억4000만 원을 절세한 것이다. 또한 이 빌딩의 임대 수익 월 2000만 원에 대해서도 지분을 나눴기 때문에 종합소득세 및 재산세 절감 효과도 누릴 수 있었다.

한편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는 증여하지 않았다. 동거주택상속특례가 있기 때문에 임 씨가 사망한 후에 배우자가 공제받을 수 있어 지금 증여하는 것보다 더 세금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아파트는 현재 가격 상승보다 현상 유지할 것으로 부동산 업계에서 전망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증여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주택은 아들에게 증여했다. 수익이 그리 크게 발생하는 자산이 아니고 향후 이를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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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상속·증여 전문가 tip
미래 가치 상승할 자산을 우선 증여

1. 과다한 상속세가 예상된다면 사전 증여가 필요하다. ? 사전 증여돼야 할 재산은 미래 가치가 상승할 자산이거나 현재를 기준으로 환금 가치에 비해 세법상의 평가를 낮게 받을 수 있는 재산을 증여하는 것이 절세상 유리하다.
사전 준비로 수억 원 아낀 특별한 방법
2. 상속 이전에 증여세를 납부하고 사전 증여하는 것인 만큼, 미래의 가치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은 부동산을 증여해야 사전 증여의 효과가 있다.

3. 수익성이 양호한 부동산을 증여해 매월 일정 수익을 확보해 줌으로써 증여받은 자녀에게 매월 일정 소득이 발생해 자녀의 소득이 증가하는 효과까지 볼 수 있다.

4. 따라서 부동산과 관련한 증여 설계를 할 때에는 세제상의 요건을 고려하기 이전에 보유 부동산 물건의 미래 가치, 현재 시가와 공시가격과의 차이, 수익형 부동산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해야 한다.

정봉주 하나은행 PB본부 부동산팀장



● 금융자산

2008년 10월 미국의 금융 위기 여파로 국내 주식시장이 반 토막 났을 때의 일이다. 최모(64·여) 씨는 국내 주식형 펀드에 약 10억 원을 투자했었다. 금융 위기 상황에서 그의 펀드는 6억2000만 원까지 줄어들었다. 깊은 한숨만 쉬다가 펀드를 해지하고 정기예금에 가입하려는 생각에 PB센터를 찾았다. 최 씨는 상담하던 중 이 시점이 자녀에게 증여하기 좋은 때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최 씨는 당시가 비정상적인 가격 폭락이었으므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번이 좋은 기회다 싶어 펀드를 증여하기로 마음먹었다. 6억2000만 원 가격으로 자녀에게 펀드를 증여했고 일단 수치상으로 수익률은 마이너스 35%에서 0%로 바뀌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장이 회복되며 펀드 가격이 원금보다 더 높게 올라갔다.

그 덕분에 자녀는 100% 이상의 수익률을 올렸다. 만일 원금 10억 원 상태에서 증여했다면 1억 원까지 10%, 초과 4억 원까지 20%, 나머지 5억 원에 대해 30%의 세율이 적용돼 총 2억4000만 원의 증여세를 부담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6억2000만 원 상태에서 증여했기 때문에 1억2600만 원만 증여세를 납부했다. 결국 1억1400만 원을 절세한 셈이다.



금융자산 상속·증여 전문가 tip
가격 하락 시점 절세 도움돼

1. 금융자산을 상속할 때 금융 재산 상속 공제를 적용할 수 있다. 순금융 재산가액이 2000만 원 이하면 그에 해당하는 가액이 공제 가능하다. 2000만 원 초과 10억 원 이하는 2000만 원이 공제 가능하며 1억 원 초과 10억 원 이하는 순금융 재산가액의 20% 공제가 가능하고 10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최대 2억 원까지 공제가 가능하다.

2. 펀드를 자녀에게 증여할 때 증시가 하락해 취득 시점보다 기준 가격이 하락하면 기준 가격 하락 시점에 증여 재산가액을 계산해 증여세 절세에 도움이 된다.
사전 준비로 수억 원 아낀 특별한 방법
3. 자녀에게 정기금(일정 기간 동안 정기적으로 금전의 급부를 받을 것을 목적으로 하는 채권)을 증여하는 경우, 현재 시점에 현금성 자산을 모두 증여할 때 정기금 평가를 받아 증여 재산가액을 계산하는 것이 증여세 절세에 도움이 된다.

4. 금융자산을 증여자(부모)-수증자(자녀)를 동일시해 10년 이내 분산 증여하면 모두 합산되므로 최소 10년 단위를 초과해 증여해야 누진세율 체계로 인한 불이익을 절감할 수 있다.

5.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금전을 증여할 때 세대 생략 할증 과세로 30%가 할증된다.

김영림 하나은행 PB본부 세무사




취재=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
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