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감 커지는 증권시장 개혁

중국 증시에 새해부터 개혁 바람이 불 조짐이다. 학계 인사들은 물론 원자바오 중국 총리와 궈수칭 중국증권감독위원회 주석(장관급) 등 정부 고위 인사들까지 개혁의 필요성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의 발언을 종합해 보면 크게 3대 부문에서 증권 개혁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기업 공개(IPO) 배당 내부자거래 등이 그것이다. 중국 경제가 고성장을 하는 데도 증시는 2년 연속 하락한 이유로 꼽히는 문제들이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해 21.6% 떨어져 주요 증시 가운데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신주 붐 비이성적’ 경고

원 총리는 지난 1월 7일 전국금융공작회의 폐막식에서 “IPO와 퇴출 및 배당 제도 등을 보완하고 증권감독관리를 강화해 증시에 대한 믿음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원 총리가 증시 개혁을 강조한 그날 런민대에서 열린 중국자본시장 포럼에 참석한 주총주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 주석 조리(차관보급)는 “신주에 투자해 돈을 벌 수 있다는 건 환상”이라며 “신주 붐이 비이성적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인터넷에서 구매하는 신주 비중을 높이는 등 비이성적 신주 붐을 억제하기 위한 5가지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소개했다. 궈 주석도 금융공작회의 폐막식 하루 뒤 “신규 상장 주식의 가격이 너무 고평가돼 있다”며 “신주 가격 형성 체계를 보완하고 신주 위탁판매 방식도 개혁하겠다”고 언급했다.

IPO 개혁은 물량 조절보다 발행 가격 조정 등의 형태로 진행될 전망이다. 중국 내에서 과다한 IPO 물량이 주가 상승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도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중국 경제의 지속적인 고성장으로 중소 민영기업의 IPO 수요가 적지 않은 데다 은행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는 금융 체제를 자본시장의 비중을 높이는 쪽으로 개혁하려는 중국 지도부로서는 IPO 물량을 되레 늘려야 할 상황이다. 중국자본시장포럼에 참석한 자오펑치 베이징대 금융증권연구소장은 “발행 가격을 산정할 때 일반 투자자들을 적극 참여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 총리가 언급한 배당 문제는 상장사들이 배당에 인색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2001년 6월부터 2011년 10월까지 상장 기업의 70%가 현금 배당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날 정도다. 배당이 적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단기 투자에 집중하면서 증시 선진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게 중국 지도부와 학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중국] IPO 발행가 등 보완…증시에는 호재
청스웨이 전 전국인민대표대회 부위원장이 중국자본시장포럼에서 증시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한 상장사의 질 역시 인색한 배당과 무관하지 않다. 배당률이 최소한 예금 금리 평균보다 높아져야 한다는 게 그의 주문이다. 리다오쿠이 칭화대 교수(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와 자오펑치 베이징대 금융증권연구소장은 상장사 배당을 강제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펼 정도다.

내부자거래 단속도 대대적인 강도로 진행될 전망이다. 궈 주석은 “검사는 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하고 신뢰를 높이는 가장 직접적이고 유효한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증감위는 최근 5건의 내부자거래 단속 결과를 발표하는 등 주가조작에 대한 감독을 부쩍 강화하고 있다. 증권 개혁은 중국 증시의 경제 거울 기능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경제의 경착륙 우려가 잦아들지 않는 데도 새해 중국 증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다.



베이징=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