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처 24시
“담합에 가담한 업체가 2개밖에 없는데 두 업체 모두 자진신고감면제도(liniency)의 혜택을 받는다는 게 말이 안 되지 않나요.”
“공정거래법상 담합에 참여한 업체의 수와 상관없이 자진 신고를 먼저 하는 순서대로 2순위까지는 무조건 과징금을 감면해 주도록 하고 있습니다.”

리니언시는 사전적 의미로는 ‘관대한 처분’이라는 뜻이다. 담합 혐의가 있는 기업 중 먼저 자백하는 기업에는 죄를 묻지 않거나 줄여주겠다는 조건으로 담합한 그룹 내부의 고발을 이끌어 내는 방식이다. 공정위는 1순위로 자진 신고하면 100%, 2순위로 신고하면 50% 수준의 과징금을 면제해 준다. 이번에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이 규정에 따라 과징금을 감면·면제 받은 것이다.
공정위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가 감면 혜택을 받는 것은 국민 정서상도 맞지 않고 법 정의에도 위배된다는 지적에 대해 공정거래법상 1, 2순위 자진 신고자까지만 혜택을 준다는 것 외에도 두 가지 이유를 들어 반박하고 있다. 리니언시 제도의 취지는 과징금 부과보다 담합 당사자들 간의 신뢰를 깨뜨리는 데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번에 공정위의 제재를 받은 두 회사는 담합을 반복해 하고 있다. 양사는 에어컨 업체 캐리어와 함께 2007년부터 2009년까지 광주지방교육청 등에 에어컨과 TV를 납품하면서 가격을 담합, 200억 원가량의 과징금 처분을 받은 적이 있다.
공정위도 이 같은 반복 담합의 문제점을 의식해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공동 행위 자진 신고자 등에 대한 시정 조치 등 감면제도 운영 고시’를 개정해 지난 1월 3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담합 등 부당한 공동 행위를 한 후 자진 신고를 통해 과징금 감면 혜택을 받을 경우 공정위의 시정 조치를 받은 날부터 5년 안에 또 담합하면 자진 신고해도 감면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번 건은 위반 행위가 고시 시행 전에 일어났기 때문에 소급 적용 받지는 않는다.
공정위는 또 리니언시가 아니면 담합을 적발하기가 힘들다고 주장한다. 미국에서도 적발된 담합의 90%가 리니언시 제도에 의한 것이라는 것. 게다가 공정위는 압수수색권도 없기 때문에 기업 조사에서도 제약이 많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업계에서는 논란이 일고 있다. 검찰의 압수수색은 압수 수색할 수 있는 시간과 품목 등이 정해져 있으며 법원의 허락도 받아야 하는 사안이다. 반면 공정위는 압수수색권이 없지만 그들이 조사하겠다고 통보했을 때 기업으로서는 거부할 수 있는 명분이 없다.
이에 대해 다른 공정거래법 전문가는 “리니언시의 혜택 수준이 카르텔 적발을 좌우하는 절대적인 요인인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다만 공정위 스스로도 반복 담합에 대한 칼 같은 제재와 조사 기법, 권한 강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신영 한국경제 경제부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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